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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데이비드 보위는 사망하기 3년 전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책 100권의 목록을 공개했다. 그 안에는 소설과 논픽션, 문학적인 작품과 인습 타파적인 작품, 불멸의 고전과 난감한 외설이 고루 섞여 있었다.
음악 저널리스트 존 오코넬은 100편의 글을 통해 보위의 목록에 오른 모든 작품을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맥락에서 살펴본다. T. S. 엘리엇과 프랭크 오하라의 시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들, 〈비노〉와 〈비즈〉의 만화, 그리고 제임스 볼드윈의 획기적인 정치의식이 보위의 노랫말과 사운드와 예술적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리아드》에 나오는 한 벌의 갑옷에 깃든 힘이 정체성 변화와 분신의 유혹을 사랑한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가 평생 읽은 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예술가 데이비드 보위의 삶을, 그가 지향했던 예술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보위의 지적 섭렵에 한번, 그리고 저자 오코넬의 집요한 추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책이다.
🏫 저자 소개
존 오코넬
John O’Connell
〈타임아웃〉 수석 편집장을 지냈고 〈페이스〉에서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2002년 뉴욕에서 데이비드 보위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주로 〈타임스〉와 〈가디언〉에 음악과 문학에 관한 글을 쓴다.
📜 목차
들어가며 10
1 《시계태엽 오렌지》 _ 앤서니 버지스(1962) 36
2 《이방인》 _ 알베르 카뮈(1942) 42
3 《아웝밥알루밥 알롭밤붐》 _ 닉 콘(1969) 46
4 《신곡》 1부 ‘지옥’ 편 _ 단테 알리기에리(1308~20경) 51
5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_ 주노 디아스(2007) 54
6 《오후의 예항》 _ 미시마 유키오(1963) 59
7 《시 선집》 _ 프랭크 오하라(2009) 64
8 《키신저 재판》 _ 크리스토퍼 히친스(2001) 67
9 《롤리타》 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955) 70
10 《머니》 _ 마틴 에이미스(1984) 73
11 《아웃사이더》 _ 콜린 윌슨(1956) 77
12 《보바리 부인》 _ 귀스타브 플로베르(1856) 80
13 《일리아스》 _ 호메로스(기원전 8세기) 83
14 《미술의 주제와 상징 사전》 _ 제임스 홀(1974) 86
15 《허조그》 _ 솔 벨로우(1964) 90
16 〈황무지〉 _ T. S. 엘리엇(1922) 93
17 《바보들의 결탁》 _ 존 케네디 툴(1980) 99
18 《미스터리 트레인》 _ 그레일 마커스(1975) 103
19 〈비노〉 (1938년 창간) 107
20 《대도시의 삶》 _ 프랜 리보비츠(1978) 110
21 《데이비드 봄버그》 _ 리처드 코크(1988) 114
22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_ 알프레트 되블린(1929) 118
23 《푸른 수염의 성에서》 _ 조지 스타이너(1971) 123
24 《채털리 부인의 연인》 _ D. H. 로렌스(1928) 127
25 《옥토브리아나와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_ 페트르 사데츠키(1971) 131
26 《말도로르의 노래》 _ 로트레아몽(1868) 136
27 《사일런스: 강연과 글》 _ 존 케이지(1961) 139
28 《1984》 _ 조지 오웰(1949) 144
29 《혹스무어》 _ 피터 애크로이드(1985) 148
30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_ 제임스 볼드윈(1963) 151
31 《서커스의 밤》 _ 앤젤라 카터(1984) 155
32 《초월 마법》 _ 엘리파스 레비(1856) 159
33 《핑거스미스》 _ 세라 워터스(2002) 163
34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_ 윌리엄 포크너(1930) 167
35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 _ 크리스토퍼 이셔우드(1935) 170
36 《길 위에서》 _ 잭 케루악(1957) 175
37 《마법사 자노니》 _ 에드워드 불워-리튼(1842) 180
38 《고래 뱃속에서》 _ 조지 오웰(1940) 185
39 《밤의 도시》 _ 존 레치(1963) 189
40 《프랜시스 베이컨과의 인터뷰》 _ 데이비드 실베스터(1987) 194
41 《의식의 기원》 _ 줄리언 제인스(1976) 197
42 《위대한 개츠비》 _ F. 스콧 피츠제럴드(1925) 200
43 《플로베르의 앵무새》 _ 줄리언 반스(1984) 204
44 《잉글랜드 여행기》 _ J. B. 프리스틀리(1934) 208
45 《빌리 라이어》 _ 키스 워터하우스(1959) 212
46 《돌고래를 위한 무덤》 _ 알베르토 덴티 디 피랴노(1956) 215
47 〈로〉 (1980~91) 220
48 《반지성주의 시대》 _ 수전 제이코비(2008) 223
49 《깜둥이 소년》 _ 리처드 라이트(1945) 227
50 〈비즈〉 (1979~현재) 230
51 《거리》 _ 앤 페트리(1946) 232
52 《표범》 _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1958) 235
53 《화이트 노이즈》 _ 돈 드릴로(1985) 238
54 《머리 없음에 대하여》 _ 더글라스 하딩(1961) 241
55 《카프카가 유행이었다》 _ 아나톨 브로야드(1993) 245
56 《리틀 리처드의 삶과 시대》 _ 찰스 화이트(1984) 248
57 《원더 보이스》 _ 마이클 셰이본(1995) 251
58 《한낮의 어둠》 _ 아서 쾨슬러(1940) 255
59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_ 뮤리얼 스파크(1961) 258
60 《꼭대기 방》 _ 존 브레인(1957) 262
61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 _ 일레인 페이절스(1979) 265
62 《인 콜드 블러드》 _ 트루먼 커포티(1966) 268
63 《민중의 비극》 _ 올랜도 파이지스(1996) 271
64 《모욕》 _ 루퍼트 톰슨(1996) 275
65 《달아날 곳이 없어》 _ 게리 허시(1984) 279
66 《브릴로 상자를 넘어》 _ 아서 C. 단토(1992) 283
67 《맥티그》 _ 프랭크 노리스(1899) 286
68 《거장과 마르가리타》 _ 미하일 불가코프(1960) 289
69 《패싱》 _ 넬라 라슨(1929) 293
70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_ 휴버트 셀비 주니어(1964) 296
71 《이상한 사람들》 _ 프랭크 에드워즈(1961) 300
72 《메뚜기의 날》 _ 너새네이얼 웨스트(1939) 304
73 《요코오 타다노리》 _ 요코오 타다노리(1997) 308
74 《십대》 _ 존 새비지(2007) 312
75 《봄의 아이들》 _ 월러스 서먼(1932) 317
76 〈다리〉 _ 하트 크레인(1930) 321
77 《소용돌이 속으로》 _ 예브게니아 긴즈부르크(1967) 325
78 《비트족의 영광의 나날》 _ 에드 샌더스(1975) 329
79 《북위 42도》 _ 존 더스 패서스(1930) 332
80 《달콤한 소울 음악》 _ 피터 거랄닉(1986) 335
81 《송라인》 _ 브루스 채트윈(1987) 339
82 《성의 페르소나》 _ 캐밀 파야(1990) 344
83 《미국식 죽음》 _ 제시카 미트포드(1963) 348
84 《대홍수 이전》 _ 오토 프리드리히(1972) 351
85 〈프라이빗 아이〉 (1961~현재) 355
86 《분열된 자기》 _ R. D. 랭(1960) 358
87 《숨어 있는 설득자》 _ 밴스 패커드(1957) 364
88 《타락한 사람들》 _ 에벌린 워(1930) 369
89 《미국 민중사》 _ 하워드 진(1980) 372
90 〈블래스트〉 _ 윈덤 루이스(편집)(1914~15) 376
91 《시트 사이에서》 _ 이언 매큐언(1978) 382
92 《모두가 황제의 말들》 _ 데이비드 키드(1961) 386
93 《집필 중인 작가》: 〈파리 리뷰〉 인터뷰, 제1권 _ 맬컴 카울리(편집)(1958) 391
94 《크리스타 테를 생각하며》 _ 크리스타 볼프(1968) 395
95 《유토피아 해변》 _ 톰 스토파드(2002) 399
96 《지상의 권력》 _ 앤서니 버지스(1980) 404
97 《조류 예술가》 _ 하워드 노먼(1994) 409
98 《퍼쿤》 _ 스파이크 밀리건(1963) 412
99 《도시의 사운드》 _ 찰리 질레트(1970) 415
100 《윌슨 씨의 경이로운 캐비닛》 _ 로런스 웨슐러(1995) 419
감사의 말 426
옮긴이의 말 429
참고 문헌 433
본문에 소개된 책/앨범/노래 437
찾아보기 459
📖 책 속으로
나는 보위가 자신의 목록을 보르헤스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보르헤스의 가장 유명한 단편의 제목을 빌리자면) 갈라지는 길들이 나오는 정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에드워드 불워-리튼의 《마법사 자노니》에서 장미십자회 로맨스를 만나고 왼쪽으로 돌면 앤젤라 카터의 《서커스의 밤》에 마주치게 되고,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만난 다음 ‘진짜’ 데이비드 보위의 정체를 찾고자 마음먹고 힘차게 길을 따라가면, 술책과 진정성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임을 말하는 《윌슨 씨의 경이로운 캐비닛》에 이르게 된다고 상상한다. _ 15p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앨범 〈Diamond Dogs〉였다. 보위는 “Big Brother”, “1984”, “We Are The Dead” 같은 노래들을 활용하면서 강조점을 미묘하게 바꿔 윌리엄 S. 버로스가 다시 쓴 《올리버 트위스트》의 느낌이 나도록 했다. 에어스트립 원은 헝거 시티가 되었고, 앨범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옥상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바뀌었다. _ 147p
《길 위에서》의 주제는 자유, 탈출, 자발성, 창조성(그리고 약물과 섹스)이다. 미국의 가능성 내지 미국의 이상을 다루는데, 이것은 어린 보위가 상상했던 사람들로 북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미국의 모습과 일치한다. 이런 환상적인 나라 미국과 냉전 시대 비판자들이 바라본 폐쇄적이고 망상적이고 전쟁을 일삼는 미국 사이의 긴장감은 보위를 계속해서 매혹했다. 그의 목록에 미국 작가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성년이 되었던 ‘잃어버린 세대’의 소설가들과 시인들(F. 스콧 피츠제럴드, 존 더스 패서스, 윌리엄 포크너, 하트 크레인)이 그토록 많은 이유다. _ 176p
보위는 즉각적인 것을 사랑했는데 바로 케루악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가 어째서 기교가 뛰어난 음악가들을 불신했는지(필요하다면 그런 연주자들을 고용하기는 했지만), 왜 가사를 재빠르게 써내려가고 마지막 순간에 자르고 붙이는 방식을 선호했는지, 왜 노래를 녹음할 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보컬 녹음을 두 차례 이상 하지 않았는지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_ 179p
제인스는 조현병 환자들이 특정한 행동을 취하도록 명령하는 목소리를 듣거나 보위의 노래 “Look Back in Anger”에서처럼 죽음의 천사를 만나는 것을 보고 조현병을 양원적 정신이 부분적으로 재발한 것으로 여겼다. 이런 점에서 그것은 악령이 들린 것과 비슷할 뿐 아니라 예술적 창조와도 닮았다고 제인스는 생각했다. 특히 의식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다다와 초현실주의와 닮았는데, 이 둘은 보위가 각별히 좋아한 예술 운동이었다. _ 199p
그는 항상 강박적 수집가였다. (…) 실제로 그는 자신의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였다. 자신에 관한 책들, 심지어 전 부인 앤지에 관한 책들도 사 모으는 강박적 독자였다. _ 207p
두 권(《돌고래를 위한 무덤》, 《뱀에 물렸을 때 치료법》) 모두 이국적 장소에서 벌어진 의료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돌고래를 위한 무덤》은 더 간접적이고 성찰적이며 지역의 민담과 전설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보위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한데, 돌고래처럼 헤엄치고 싶다는 “Heroes”의 유명한 구절에 영감을 주었으며, 그가 종아리에 ‘이만’의 이름과 돌고래 문신을 나란히 새긴 이유다. _ 215p
본인도 혁신가였던 보위는 다른 분야, 특히 인접하거나 상호보완적인 분야에서 벌어지는 혁신을 세심하게 포착하는 감각이 있었다. 만화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 보위가 만화에 보여준 애정에 만화 제작자들은 그가 자신들과 통하는 부류임을 인정하고 자신들 작품에 그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연재된 닐 게이먼의 《샌드맨》에 등장하는 루시퍼라는 캐릭터는 의도적으로 보위와 닮게 그린 것이다. _ 220p
교양을 쌓고자 보위보다 더 열심히 정진한 사람은 없다. 외견상 별개로 보이는 예술 형식들을 누구도 보위만큼 확고한 감각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보위라면 제이코비(《반지성주의 시대》의 저자)에게 스래시 메탈의 줄기차게 이어지는 소음과 리게티의 〈악마의 계단〉이나 존 케이지의 〈변화의 음악〉 같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고급 예술 음악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을 것이다. _ 225p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베를린의 삶을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는 프리드리히의 책은 보위와 팝이 1976년 LA를 떠나 베를린으로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했던 책이었다. “약물로 인해 큰 곤란을 겪기 직전까지 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했어요.” 보위는 1999년 〈언컷〉 잡지에 이렇게 말했다. “오래전부터 나는 베를린을 피난처 같은 곳으로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_ 351p
크리스타는 자신이 동독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직설적이고 야심 있고 상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인데, 그에 비해 그녀는 스펀지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황을 잘 받아들인다. 이것은 보위가 항상 염원해왔던 조건이다. 그가 베를린에 일차적으로 끌렸던 이유다. 그리고 읽기 까다롭고 복잡한 《크리스타 테를 생각하며》가 보위에게 그토록 중요한 책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_ 398p
🖋 출판사 서평
데이비드 보위라는 스타의 내부를, 방대한 예술세계의 토양이 된 책들을 들여다보는 시간
록스타이자 수많은 페르소나를 내세운 연기자, 그리고 혁신적인 패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 1947년 런던의 브릭스턴에서 태어나 2016년 사망한 보위는 전지구적인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이자 침묵하지 않는 지성인이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Space Oddity”와 “Heroes” 등 그의 히트곡들과 그가 출연한 작품은 20세기와 21세기 인류를 이어주는 가교이다. 화려한 외면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으나, 보위는 생전 공공연히 그의 작품세계를 이루는데 독서가 큰 공헌을 했다고 밝혀왔다. 이 책의 근간이 된, 그가 꼽은 100권의 책 목록은 보위가 죽기 3년 전인 2013년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보위 이즈〉 전시회에서 공개되었다. 이 목록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부터 구동독 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크리스타 테를 생각하며》까지, 단테의 《신곡》 같은 고전부터 그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에 출판된 락 음악 비평서 《아웝밥알루밥 알롭밤붐》까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시대와 다양한 분야의 도서로 구성되어있다. 100권의 책에 대한 하나하나의 에세이가 분명한 의미와 통찰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작품이 데이비드 보위의 개인적ㆍ예술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를 보위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리하고 분석한다.
‘보위의 책들’이라는 이 목록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이 “보위가 책을 좋아했다고?”였다지만, 보위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부형제인 테리 번스가 비트문학의 고전인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소개해 준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많은 독학자가 그렇듯 보위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듯하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남에게 전하는 데서 큰 즐거움을 얻었고, 가령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친구들에게 열성적으로 알렸다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도 이동식 서가를 끌고 다니며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고 하니, 그의 독서 취미가 그의 삶에서 얼마나 탄탄하게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유별난 창작 방식, 그의 노랫말, 그의 비디오, 앨범 스타일 등, 그의 카리스마를 통해 증류되어 나온 그의 모든 스타일에 책이 맡은 역할이 컸음직하다.
1947년 런던 남부 브릭스톤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존스는 십대 시절 리틀 리처드,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로큰롤 스타들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학교를 그만두고 여러 밴드를 전전하다 ‘데이비드 보위’라는 이름으로 데뷔 앨범을 내지만 성공이 그를 곧바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매니저 케네스 피트가 제작한 영화 〈Love You Till Tuesday〉(1969)에 삽입된 “Space Oddity”가 발매 직후 영국 차트 5위에 오르며 보위는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서구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기술 경쟁으로 인해 우주 진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개봉은 그런 열기를 북돋웠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Space Oddity”의 주인공 톰 소령은 그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구체적인 스토리를 전달한 최초의 곡이었다. 이후 보위는 창작자로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주인공, 즉 페르소나라는 서사를 가진 연극적 자아를 쓰고 서사에 뛰어들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독서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보위가 말했듯이, 독서는 그에게 “완벽한 행복”의 이데아였고 자신을 잃기 쉬운 화려한 세계에서 그를 붙든 닻이었다. 보위의 모든 호기심은 책과 연결되고 그것은 어떻게든 그의 예술에 반영된다. 책은 그에게 호기심거리나 예술의 소재로만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이부형이 조현병으로 망가지는 것을 보며 자기도 언젠가 거기에 집어 삼켜질 수 있다는 공포에 평생 시달렸던 보위가 정신을 놓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책이었다고 말한다. 보위가 야망과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냉혹한 음악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책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오코넬은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가지 주요 패턴이 드러난다. 먼저 보위의 예술적 감수성을 형성한 여러 문화적 요소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살짝 모호한데 그의 성장과 연관되는 것들이다. 책들을 올바른 순서로 정렬해놓고 보면, 아이에서 사춘기 소년으로, 약에 취한 슈퍼스타에서 사색적이고 은둔적인 가정적 남자로 넘어가는 보위의 생애가 그려진다”고 말한다.
톰 소령과 지기 스타더스트, 할로윈 잭과 씬 화이트 듀크까지, 평생에 걸쳐 보위의 페르소나들은 보위 자체였으며 동시에 보위가 ‘데이비드 존스’를 지키기 위해 분리한 타인이었다. 그는 예술적 삶의 이상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또한 사회정치적 예술을 정합적으로 구현해낸 인물이다. 언제나 기존 체제-억압적인 사회 체계와 이분법적 성구별, 인종차별-를 두려워할 줄 알며 기성 예술에 유쾌하게 반격할 줄 아는 전위예술가였던 데이비드 보위는 스스로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집안의 병력인 조현병의 공포와 명성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갑작스러운 병마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평화와 사랑, 죽음에 관해 노래한 보위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건네는 희망의 노래다.
보위가 ‘좋아한’ 책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준’ 책이라고 굳이 선정 기준을 소개한 이 목록에는 흥미진진하거나 재밌거나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십대 시절 자신이 빠져들었던 열정을 설명해주는 책들뿐만 아니라 내부의 시각으로 예술계 현장을 비판한 소설들, 권리를 박탈당하고 폭력을 일삼는 청년과 흑인들에 관한 책, 또한 ‘과잉과 모험을 사랑하는’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관한 책, 종교 관련 책들, 새롭거나 이국적인 문화에 관한 책 등, 참으로 다양하다. 한 사람이 얼마나 방대한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전방위적으로 뻗은 그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그의 독서 목록은 보위의 페르소나만큼이나 오묘하다.
이 목록에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간에 보위가 읽은 책은 결국 요약할 수 없는 이 예술가의 일부가 되었다. 보위의 자취를 좇으려는 독자는 자칫 혼란에 빠지기 쉽지만, 오코넬은 솜씨 좋게 독자를 이끌어 다시 보위라는 길 위로 돌아오게 한다. 덕택에 우리는 보위가 자신의 삶을 항해하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사용했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데이비드 보위의 삶을 바꾼 100권의 책》의 모든 책은 결국 보위이며 보위는 이 모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