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수완박식 입법, 다수당 만능키” 국회측 “韓, 심판 청구자격 없어”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 공방
헌법재판소의 한동훈-박범계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렸다. 왼쪽 사진은 청구인 대표로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오른쪽 사진은 방청석에 앉아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김재명 기자
“(국회가) 선을 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잘못된 입법을 허락할 경우 비정상적 입법이 다수당의 ‘만능 치트키(cheat key·게임을 이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쓰일 것입니다.”(한동훈 법무부 장관)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통과된 법률안입니다. 헌재는 국회 운영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합니다.”(국회 측 장주영 변호사)
2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선 청구인(법무부)과 피청구인(국회)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일반 방청석 10석에 총 369명이 방청을 신청해 36.9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았다.
○ 절차와 목적, 청구 자격 등 놓고 갑론을박
한 장관은 먼저 입법 과정에서 벌어진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 장관은 “‘위장 탈당’이라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듣도 보도 못한 반헌법적 행위를 통해 안건조정 절차를 조롱하고 무력화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회 측은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수정안이 의결된 만큼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 노희범 변호사는 “안건조정위 구성 의결부터 본회의 표결까지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맞섰다.
입법 목적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한 장관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져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와 기소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또 “한 장관에게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 자체가 없다”고 반격했다. 장관에게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검사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률 개정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청구인 측 강일원 전 헌재 재판관은 “법률에 의한 권한을 국회가 임의로 개폐한 경우 해당 국가기관은 당연히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 재판관 “탈당행위 가장행위 아닌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렸다. 김재명 기자
헌재 재판관 일부는 국회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 후 무소속 위원으로 참여한 것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이종석 재판관은 “탈당 행위가 진정한 탈당 행위인가 ‘가장 행위’인가 하는 것인데 ‘가장 행위’이면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희범 변호사는 “(정치인의) 이해집산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사법상 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수완박법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선애 재판관은 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고발 사건의 경우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배제되면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 등의 기회가 차단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국회 측은 “국회에서 보완 입법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공개변론을 마친 헌재는 내부 심리를 거쳐 선고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장은지 기자, 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