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머리 나쁜 사람을 보고 새대가리라고 하는데, 새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아요.”
언젠가 ‘새 박사’ 윤무부 교수가 TV에 출연하여 새들을 두둔하며 강변했던 말이다. 옛 설화에도 영리
한 새 얘기가 많지만, 사람 말을 흉내내는 구관조만 보더라도 새가 그리 우둔한 것 같지는 않다.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구강구조도 신기하지만, 여러 가지 사람의 어휘를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
문이다. 지난 4월 윤무부 박사가 쓴 「한국의 새」를 읽다가 내용이 기대와 차이가 커서 실망한 적이
있다. 탐조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새들과 맺은 특별한 인연 등을 기대했었는데, 한국에 서식하
는 텃새와 철새의 모양‧색상‧크기‧서식지‧먹이‧생태 등 똑같은 사실만 나열해놓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새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는 그러한 내용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새들의 천재
성」과 같은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에 한 번쯤 하늘을 날고싶은 꿈을 가졌던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부러
워했던 나는 요즘도 꿈에서는 맨날 날아다닌다. 동작은 굼뜨지만 꿈속에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앞
질러 날아다닌다. TV 다큐멘터리 프로 가운데도 새 얘기가 가장 흥미롭다. 언젠가 가수 김건모가 TV
프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여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가 지인들로부터 엄청 욕을 먹었
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게 왜 욕먹을 일인지 상굿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건모는 순수
한 중년이다. TV 프로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천재적인 창의성과 집념까지 보여주어 그가 나오는
장면은 꼭 시청하게 된다.
중앙일보에서 「새들의 천재성」이란 신간안내를 읽고 불문곡직 책을 샀다. 새대가리라는 고정관념
을 가진 사람들의 선입견과 달리 새의 천재성에 관한 얘기라는 설명에 끌려서였다. 저자 제니퍼 애커
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새를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을 받았다. 아마추어 탐조가인 아
버지는 이른 새벽부터 그녀를 숲속으로 딜고 댕기민서 새의 종류와 생태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
다. 밤길을 걸으면서 굴뚝새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를 분간할 수 있었다니
천부적으로 청음력(聽音力)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녀가 선천적으
로 새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서양에서도 새는 멍청하다는 편견이 많다. 영어로 ‘pigeon head’는 나처럼 사회적 능력이 전혀 없는
멍청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적으로 알고 부리로 쫀다든지, 같은 덫에
반복하여 걸려든다든지 하는 사례 등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새들의 천재성」에는 그
밖에도 새를 얕보는 어휘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lame duck’은 우리 귀에도 익숙한 용어다.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lame duck 현상은 서구 각국보다 훨씬 빠르고 심했다. 줄서기에 이골이 난 이
기적인 정치인들의 변심 탓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덕분인지 애완동물 가운데 조류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대부분의 새들은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노래 소리로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스스로 익힌
다. 노래를 부르다가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사람이 득음연습을 하듯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연습을 되풀이한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건축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집을 짓는 새도 있
고, 수십㎢ 넓이의 땅속에 3만 개가 넘는 잣을 골고루 숨겨두었다가 겨우내 찾아 먹는 잣까마귀도 있
다. 유치원 아이들 수준의 퍼즐을 푸는 새도 있고, 능숙하게 잠금장치를 풀고 우리를 탈출하는 새도
있다. 간단한 산수를 하는 새, 도구를 만드는 새,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새 등 영리한 새들이 천지삐
까리다. 나침반도 없이 철따라 수천㎞를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능력은 인간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이다.
수명이 60년 정도인 회색앵무새 가운데는 사물의 색깔과 모양을 가리키는 단어 수백 개를 외는 녀석
도 있다. 『National Geographic』 다큐멘터리 프로에는, 한 과학자가 길들인 회색앵무새 한 마리가
과학자가 지시한 물건을 정확하게 집어 와서 그 명칭을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새는 숫자도 정확
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무슨 색의 어떤 물건 몇 개를 가져오라고 명령하면 정확하게 이행한다. 또 ‘이
쟁반에 녹색 열쇠가 몇 개 있지?’ 하고 물으면 정확하게 대답하기도 한다. 매일 잠잘 때마다 가족들에
게 ‘Goodnight!’ 하고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과학자가 한 말을 그의 아내에게 전하여 온 가족으로부
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남태평양에 있는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까마귀의 사례
가 보고되어 조류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 까마귀만 돌연변이로 도구를 만든 게 아니라 대
를 이어 도구 제작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알렉
스 카셀리 교수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에게 부리가 닿지 않는 곳에 먹이를 넣어두고 실험을 했는데,
까마귀가 철사를 구부려 도구를 만든 뒤 먹이를 꺼내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논문과 함께
『National Geographic』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기 위해 함께 탐조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작가의 다독으로 인한 박식이 대단 합니다. 까마귀의 영리성이 어느 일본 조류가에 의해 소개된 적이 있는데 딱딱한 견과류를 물어다 자동차 도로에 놓아두고 깨트리게 하는 영리함이 있다고 합니다. 생존법칙은 만물의 본능 으로 부터 입니다. 영상의 날씨를 예보하고 있습니다. 전철 한구간 이라도 먼저 내려 걷는 운동을 하시는 한나절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