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큼 그녀의 말을 자른 건 반가움 때문이었다.
새로 발매된 스매싱 펌킨스의 음반과
라디오 헤드의 OK Computer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라디오헤드에서
접점(OK Computer 중 제일 좋아하는 곡에 있어 일치를 봤음이다)을
찾아내고 나니.
한결 그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듯 했다. 기분 좋은 시작 이었다.
처음 만나는 상대와의 대화에 윤기를 돌게 하려면 공통의 코드를
발견해 내야 하는 법.
음악 얘기도 좋고, 영화 얘기도 좋다. 소개팅 자리에서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처럼 고전적인 접근법이지만.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책에 대해 묻는 것처럼
상대방의 윤곽을 빠른 시간 안에 잘 파악할 수 있는 질문도 드물다.
내친김에 순정 만화의 룰까지 적용해볼까.
접근법에 있어 또 하나의 고전, 부동의 인기를 유지하는 질문이라면
혈액형과 별자리를 빼 놓을 수 없지 않겠는가.
상대방에 따라 '나이도 들을 만치 들어보이는 여자가 유치하기는..'
하고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내 앞의 상대는 스물다섯의 아가씨가 아닌가.
충분히 먹힐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빠른 시간 안에 머리를 스쳐갔다.
"B형이죠?"
"네."
"감정기복이 심하고 좀 특이한 구석도 있고..어때요? 본인과 잘 맞는 편인가요?"
"전형적이 B형인 것 같아요. 특히 감정기복이 정말 심해요.
또 B형의 특성이 뭐가 있더라...
B형이라면... 사람들이 좀 싫어하잖아요."
"B형 남자들은 특히 몹쓸 사람이 많다죠, 타고난 바람둥이에다가,
철저한 개인주의자...그래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혈액형이에요.
항상 B형한테 꽂히는 징크스가 있죠.
매력적인 구석이 많은 혈액형이잖아요."
사족을 달자면, 그녀와 혈액형에 대한 짧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멀찌감치 방치해두고 있던 기억의 누수현상으로
필자의 머리 속이 잠깐 감전되었음이다.
그녀의 혈액형, 그리고 그녀와 마주하고 앉은 그 지하 바를
공통분모로 하는 한 사람이 떠오른 탓이다.
화제를 돌려야 했다. 그 기분 계속 유지하다간 바야흐로
"여기 맥주 주세요!"하고 외칠 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럼 안돼지.. 인터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다.
"별자리가 뭐죠?"
"물고기 자리요."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다양하게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멜로가 제일 좋아요."
김하늘과 물고기 자리. 지극히 잘 어울린다.
적막하고 아득하고 다소 청승스러운 그녀의 눈빛이 증거하지 않는가.
그녀. 유독 감성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의 아우라에 접속하는 두 번째 코드
-피아노, 수아
"<피아노>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칭찬이 자자해요.
근 일년만이 복귀인 셈인데,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뭔가요?"
"처음엔 정말 안 하려고 했어요. 오종록 감독님은 <해피투게더> 때
처음 만났는데,정말 무서웠어요.
전 <해피투게더>가 첫 드라마라 모르는 것도 많고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어요.
얼마나 힘들게 찍었던지... 정말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어요.
오 감독님은 성격도 되게 급하시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정말 깐깐하신 분이거든요.
대본 상의 말줄임표 3개와 2개의 차이를 구별하라고
요구하실 정도니까요. 죽어도 오 감독님이랑은 다시 안 할 거라
생각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해피투게더> 이후 드라마 두 편, 영화 한 편 하면서
조금 연기에 자신감도 생겼고...
감독님이랑 다시 만나 출연 제의를 받았을땐, 이제는 더 나아진 모습,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피아노>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욕심도 났구요."
"수아라는 역할은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 조금 틀리긴 했어요.
하늘 씨의 트레이드마크인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 이미지 반...
딱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 였는데,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강인한 이미지는 사그라든 느낌이 없지 않아요.
초반의 캐릭터가 좀 죽은 것 같아요."
"그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멜로 드라마엔 항상 사랑이 있잖아요.
초반에야 주인공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보여지지만
회가 넘어갈수록 사랑 얘기가 중신이 되다보니 갈등, 시련, 슬픔 같은
상황 중심이 되고, 멜로가 중심이 되어 캐릭터는 뒷전으로 넘어가죠,
항상 그렇더라구요."
"결말은 맘에 드나요? 둘이 그냥 남매로 남는 게 나는 정말 화나던데..."
"아쉽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어요."
물고기좌의 이 여자.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하며 진짜 눈이
가늘어 진다. 그녀도 혹시 부레를 품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지우는 사랑의 상처를 표현함에 있어
부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와 헤어진 이후 가슴 속에 터질 것 처럼 가득 부푼 부레를 품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버릇처럼 가슴을 짓누르게 된다고.
그말을 하면서 그이는 진짜 가슴을 꾹꾹 내리 누리고 있었다.
누구나 다 가슴속에 부레가 있는 건 아니다.
간혼 땅 위에서도 아가미로 호흡하는 이들.
그들에게만 있는 것이 부레다.
"수아라는 역할에 굉장히 몰입했었나봐요."
"맞아요."
"연기가 늘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역할에 대한 몰입..."
"제 연기의 문제점에 대해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발음이나 호흡 같은거... 비디오 카메라를 놓고 혼자 연습했어요.
한번하고 나서 재생시켜 보고, 그리고 또 다시 하고...
되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이 방법은 예전 <바이준> 감독님이 권하셨던 건데..
그땐 안 했거든요. 그게 뭐 도움이 될까 싶고,
카메라 앞에서 내가 혼자 그러고 있따는 것 자체가 창피했어요.
그런데 이제야 깨닫고 내가 스스로 하니까 정말 효과가 크더라구요.
<피아노> 쫑파티 때 녹음 감독님이 호흡이랑 발음이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해피투게더>때도 같이 하셨던 분이었거든요."
"<피아노>까지, 출연 드라마 네 작품이 다 미니시리즈였잖아요.
주말 드라마 같은 건 생각없어요?"
"물론 욕심이 안 나는 건 아닌데...
요즈믄 사극 얘기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하지만 사극이나 주말드라마의 경우,그쪽을 하면 제가 영화 찍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탤런트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박힐 수도 있을 테니까요."
조용조용 말하지만 과장 없이 담백하고 똑 부러지는 대답들.
그녀의 영화에 대한 열정, 배우로서의 욕심은 선명했다.
첫댓글 어디에 나온 인터뷰인가여? +_+
오와 이제 김하늘좋다 ㅋ
여기 맥주 주세요;;;(옛날 여친생각이 난건가?) 외모는 생각 안났나보네...(나 완전 초딩 악플러~)
예전에 oasis의 don't go away를 좋아한다고 들어서 죽창 들었던 기억이..
으하하 나랑 비슷하다-ㅂ-; 그래서 괜히 내가 김하늘 좋아하는 게 아녔어..끄헐, 피아노 진짜 좋아라했는 드라마였는데,,<ㅡ라고 말하는 이 녀석 감정기복 심한 물고기자리 B형;;
김하늘이 누구지했다.....
바이준 음악이 정말 제대로였는데 말이죠! 이거 인터뷰한 자리는 종로 오존같네요.
내 생각엔 분명김하늘도 영팝회원인가능성이 높아;;;연예인도 까페가입하지말라는법은 없으니;;
김하늘씨 안녕하세요
김하늘씨 영화에서 호박들의 today가 흘러나오던 장면이 갑자기 기억나네요..
예전에 토와 테이 공연장에서 봤단 사람도 있었는데 진짠가부네요~^^
삐형에 물고기좌 나랑 똑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