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 정오쯤 철산역 어느 식당에 대구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7호선 모임 ‘ 친구들과 몇 차례 들렸던 곳인데 참치 전문 식당이라 한결같은 매운탕 맛이 두 고향 친구까지 데려가게 한 것이다.
비염 탓인지 초기 감기 탓인지 아니면 대구 매운탕에 든 고춧가루 탓인지 계속되는 기침과 콧물을 휴지로 받아내는 것에 친구들이 역겨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맘이 들기까지 했다.
점심 후 한 친구가 지하철 1호선 부천역사 7층에 대형서점 ‘교보문고’에서 책을 몇 권 선물해준다기에 따라갔다.
엄청나게 큰 서점이다.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큰 서점이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손녀 둘에게 줄 ‘흔한 남매 10권’과, ‘카카오프렌즈 23권’ 그리고 얼마 전에 세상 떠나신 이어령 박사의 2020년 출간 ‘한국인 이야기’ 등, 4권을 선물 받았다.
60년 전부터 명성을 날리신 이어령 작가의 작품을 지금까지 읽은 기억이 없다.
어떤 글이던 첫 페이지만 읽으면 더 읽기 싫어지는 내 편협한 어떤 선입견 탓이었다. 올해 세상을 뜨신 이 마당에 단 한 권이라도 읽어 이분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맘이 일어서다. 얼마 전(22.2.26) 별세 후 부인 강인숙이 TV 대담에 나와 "자품을 쓰겠다 구상하면 2주일에 완성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문학세계에 못 피운 꽃은 없었을 것 같다.
서점 직원에게 의뢰했더니 ‘한국인 이야기’를 권해서 그냥 선택했다.
어제저녁 마음에 여유가 생겨 첫 장부터 넘기니 이 책 이야기의 도입부가
***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 다.
일기 시작부터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미뤄 한 달 정도는 나와 족히 친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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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져오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넘어가는 이야기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의 밤이 있고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하루 밤 동안 왕을 위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왕이 더 이상 듣기를 원하지 않으면 셰라자드의 목은 사라집니다. 이야기가 목숨입니다. 이야기가 끊기면 목숨도 끊깁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밤이 있고 밤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조릅니다. 할머니는 어젯밤에 했던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합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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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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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하느데 콧물과 개채기가 심해서 '판콜 S' 물약 한 병을 마셨더니, 콧물과 기침이 세상없이 조용하다!
이래서 노인들이 판콜 25병 케이스 한 곽 씩을 사는가 보다.
첫댓글 그 전에는 술만 취했다 하면 내 이야기만 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술 취한 다른 친구 이야기도 들어준다.
그렇게 들어준 결과,
큰 소득 하나를 얻었다.
점촌 김약국 지수 친구가 내년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스스로 기타연주를 하겠다고 했다.
우예뜬동 내 그때까지는 살아있을 희망이 생겼다.
그 연주를 꼭 들어야 할 것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