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경제, '뭐든 다 배달합니다', '대리사회']
1. 개요
역사가 오래 된 기관에서 일하다보면, 많은 일, 힘든 일은 거의 다 권한이 없고, 급여가 낮은 분들이 하고, 계급의 사다리 위로 올라갈수록 특별한 일 없이 판공비(접대비)와 편익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회 전체의 구조 또한 개별 기관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2. 대리운전 등 노동착취형 사업모델의 실태
개인적으로, 건강 문제로 장거리 운전이 어려워 장거리 운전이 필요할 때마다 대리기사님을 고용하는데, 알선기관이 공제하는 수수료율이 20%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분들이 자기 돈으로 대기기사 보험도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비는 고가고, 보험 커버 내용은 거의 없어, 사고에 대한 위험 비용을 거의 그대로 현금으로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A장소에서B 장소로 이동한 후에 다시 귀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 시간 반 대리운전으로 4만원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2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나마 일 자체도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여 생활 리듬은 완전히 파괴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대리운전 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건 배달업, 물류업이 모두 최저임금으로 squeeze(쥐어짜기) 가능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체로 자기 사업이 망했거나, 자기 사업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 돼서 부업을 하는 경우인데, 배달업의 경우 교통사고 자상 비용 또한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통상 홈쇼핑 소개 수수료는 29.1%이고, 편의점 판매수수료는 27.6%입니다.
홈표핑에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완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반품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업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완판부도'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편의점은 본사가 입점업체 수를 무한정 늘일 수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약탈경제 영역이 됩니다.
3. 약탈경제 제한 관련 법령
현재 월세나 보증금 상승상한률은 5%입니다(주택임대차법 7조 2항, 상가건물임대차법 11조 1항).
직업알선수수료율은 급여의 1%입니다(직업안정법 19조3항).
원금에 대한 이자율은 20%입니다(이자제한법 2조 1항)
그러나, 대부업법은 기업대부금을 27.9%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8조 1항)
4. 의견
주택이나 상가의 임대인은 대체로 서민들입니다. 그래서 상승률을 5%로 제한해도 입법저항이 적습니다. 아울러,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인해 그 정도의 부담은 자발적으로 수용할 임대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대리, 카카오택시는 성격상 직업알선업이므로 직업알선법상 수수료율인 1%에서 특례를 줄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데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약탈적인 20%대 수수료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편의점도 사실상 점주의 노동력을 이용해 본사가 보유하는 물건을 판매하는 업무를 알선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1%로 제한해도 충분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본사가 대기업이기 때문에 약탈적인 수수료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가장 마지막에 몰린 노동자들과 소액 자영업자끼리 경쟁하다가 죽게 만든 다음, 사망하면 찾아가 위로의 눈물을 흘리는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탈적 알선수수료를 착취하는 행위를 근절시키되, 업종별 실태 조사를 통해 수수료율을 1-5% 범위에서 합리화하는 과감한 입법을 시도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 관련 서적
'노동력 쥐어짜기' 업종의 현실에 대해서는, 프레시안 기자 출신으로 배민, 쿠팡, 카카오대리를 1년 가까이 직접 실행하신 김하영님이 쓰신 '뭐든 다 배달합니다'가 탁월하고, 대학의 '강의 노동력 착취'와 대리기사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연세대학교에서 강사를 하면서 대리기사까지 투잡을 뛰신 김민섭님이 쓰신 '대리사회'가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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