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랬만에 쓰는 추억의 영화글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V(브이)입니다.
이 작품은 1983년에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5부작의 미니씨리즈로 방송되어 폭팔적인 인기를 얻은후 후속씨리즈가 본격적인 TV씨리즈로 제작되어 방송된 작품입니다.
-스토리-
어느날 세계의 주요도시 상공에 거대한 비행접시가 나타납니다. 그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들은 평화롭게 왔다면서 미국 뉴욕의 UN빌딩에서 UN총장과 만남을 요청하고 총장이 이에 응하면서 만남이 시작됩니다. 모습을 나타낸 '외계인'들은 인간과 똑같은 외모에 붉은제복을 입고있었으며 다만 목소리가 좀 이상할 따름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다소 금속성의 울림이 있어 약간 불쾌한 느낌을 주는 소리였음. 일종의 음향효과였는데 후속TV씨리즈에서는 비용절감때문인지 꼭 필용한 경우를 제외하곤 그냥 인간의 목소리로 나옴.)
그들은 자신들이 지구에서 '시리우스'라고 부르는 곳에서 왔으며 행성의 환경이 악화되어 이를 해결할 합성화학물질을 지구에서 가져가기위해 왔다고 말합니다. 그 화학물질은 지구의 쓰레기에서 만들어질것이기 때문에 지구는 별다른 부담이 없을것이고 또 화학물질의 대가로 자신들의 발달된 과학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외계인들은 친근감을 위해서 또한, 자신들의 본명이 지구인이 발음하기 어렵다는것을 고려했다며 지구식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였다고 합니다.
(총사령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외계인은 자신의 이름이 '존'이라고 합니다.)
지구인들은 이 첫 외계인과의 만남이 평화롭게 이루어진것을 기뻐하지만 곧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TV기자인 '마이크 도노반(마크 싱어)'는 잇달아 일어나는 인류학자들의 실종을 이상하게 여기고 조사하던중 여기에 외계인들이 관련됐음을 알게됩니다. 또한 유명인사들중 일부가 불과 며칠 사이에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바뀐사실(실은 외계인들의 세뇌기술의 부작용인데 뇌의 혼란으로 쓰는손이 바뀜.)도 알게되며 이들이 모두 외계인의 모선을 방문한 사람들임을 알고 외계인의 우주선에 잠입합니다.
거기서 그는 외계인들의 정체가 인간의 탈을 쓴 파충류임을 알게됩니다. 이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한 도노반은 탈출해서 TV를 통해 폭로하려 하지만 방송직전 갑자기 전 방송망이 마비되고 화면에는 외계인총사령관 '존'이 나타나 잇달은 반외계인테러집단들의 테러에 의해 각국지도자들의 동의를 얻어 계엄령을 선포하며 이 테러배후에 지식을 독점하려는 과학자집단이있다면서 그들의 '협력자' 도노반과 과학자들을 수배합니다. 계엄령에 반발한 주민들의 폭동이 있었지만 외계인군대에 의해 손쉽게 진압되고 이 과정에서 도노반의 아내와 아들인 숀이 끌려갑니다.
이들을 구한다고 다시 외계인모선에 잠입하려다 붙잡힌 도노반은 모선에서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외계인 '마틴'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외계인들이 실은 지구의 물을 탐내고있으며 인간들을 냉동포장해 먹이로서 가져가려 한다는것을 알게됩니다.
한편 여성생화학자인 '줄리엣(페이 그란트)'는 과학자들에 대한 수배를 피해 저항조직을 결성합니다. 모선을 탈출한 도노반도 우연히 이들과 만나 합세하게 되고 무기고를 털어 무장한 저항군은 인간포장공장을 습격하지만 그들의 M-16소총은 외계인의 옷을 뚷지못해 참패하고 맙니다. 결국 방법을 바꿔 그들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기로한 저항군은 그 기회로 외계인이 후원한 암치료센터개관파티를 노립니다.
도노반과 달리 외계인에게 적극 협조하는 그의 어머니집에서 파티출입카드를 훔쳐내 복사한 저항군은 파티에 잠입해 사령관'존'의 얼굴을 잡아뜯어내 온 세계에 그들의 진짜 정체를 폭로하는데 성공하지만 탈출과정에서 줄리엣이 잡히고맙니다.
리더를 잃고 흔들리는 저항군에 용병출신 '햄 테일러'가 나타납니다. 도노반은 그가 잔인하고 거칠다고 싫어하지만 외계인의 옷을 뚷을수있는 총탄을 가져온데다 전투를 아는 인물이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테일러와 마틴의 활약으로 외계인 과학책임자 '다이아나(제인 브리더)'에게 세뇌기로 세뇌당하던 줄리엣은 구출됩니다.
그러나 사악한 '다이아나'는 세뇌와 인체실험을 계속하고 이 과정에서 인류학자 '로버트'의 딸인 '로빈'을 납치해 그녀와 외계인청년단 '브라이언'과 성관계를 맺게 유도합니다. 헌데 이것이 그들의 파멸을 초래할 줄이야.
테일러의 훈련과 외계인목소리를 흉내내는 장비와 옷을 뚷는 탄환을 갖추고 리더마저 구해낸 저항군은 사기충천 마침내 외계인의 대규모물취수장을 날려버리는등 전과를 올리고 '로빈'도 구해냅니다. 그리고 '로빈'은 인간과 파충류 쌍동이를 낳는데 파충류아기는 태어난직후 죽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몸에서 채취한 신종의 박테리아가 외계인에게 치명적이라는것을 알게됩니다.
테일러는 이 박테리아를 저항군내 유일한 외계인 '윌리엄'에게 시험해보고자 하지만 도노반과 줄리엣은 강력히 반대하고 결국 외계인청년단장 '브라이언'을 납치해옵니다.
'로빈'은 태어난지 얼마안되 6살정도의 아이로 급성장한 딸'엘리자벳'을 데리고 밀폐캡슐에 갇힌 브라이언을 찾아가 박테리아가 담간 시험관을 투입, 복수를 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무해하다는것은 줄리엣이 스스로 확인한후 협조자인 마틴을 비롯한'제5열'외계인들을 위한 백신까지 만듭니다.
이때, 다이아나는 도노반의 아들 숀을 냉동창고에서 꺼내 세뇌시켜 저항군에 스파이로 보내지만 이를 눈치챈 도노반은 아들에게 비행기를 탈취할거라는 거짓정보를 줘 외계인군대가 엉뚱한곳을 지키게 하고 대량의 열기구와 풍선을 이용, 박테리아를 살포하고 백신을 복용한 제5열 외계인들과 LA상공의 모선에 침입합니다.
당황한 다이아나는 사령관 존을 설득해 모선의 자폭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지구를 파괴하면 물을 잃는다는데 생각이 미친 존이 자폭을 해제하려하자 존마저 살해합니다.
모선점령에 성공한 도노반일행이 자폭장치를 멈추려하지만 실패하고 절망한 순간 로빈의 딸 엘리자벳이 신비한 능력을 발휘해 자폭장치가 멈춥니다.
그리고 엘리자벳은 '프레타나마(외계인 언어로 '평화'라는 뜻)'라고 말합니다.
박테리아에 쫓겨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달아나고 온 지구인들은 승리와 자유의 환성을 외칩니다. 그러나, 방심을 틈타 다이아나는 달아납니다.
-감상-
이 'V'는 미국NBC-TV 방영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SF에 무관심한 한국대중을 생각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원래 SF란 그 설정 이면에 나름대로의 풍자나 메시지가 들어있기 마련입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설정과정에서 제작진들의 관념이나 생각등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먼저 외계인들의 옷 색깔을 보면 '붉은색'입니다. 온통 붉은색의 '제복'을 입고있는데 남녀 구분없이 동일한 디자인과 싸이즈의 옷을 입고있습니다.
(도노반이 마틴의 도움으로 외계인옷을 입고 탈출할 당시 자신의 옷을 벗어준 외계인은 '바바라'라는 여자 외계인이었습니다. 이여자는 마틴과 같이 미니씨리즈내내 마지막까지 등장합니다.)
성별구분없는 똑같은 옷에 똑같은 디자인... 이는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의 마크에서도 이러한 전체주의 성향이 드러납니다.
외계인 마크는 수직선 중앙좌우에 큰 점이 있고 위 오른쪽에 수평선 아래 왼쪽에 수평선이 있습니다. 눈치빠르신분들은 바로 눈치채셨겠는데 위와 아래의 수평선을 수직선과 닿게 긋고 좌우 점을 선으로 바꾸면... 바로 나치의 '스와스티카'가 됩니다.
외계인의 마크는 바로 나치의 '스와스티카'를 살짝 변형한 것입니다.
내용을 보면 이런 전체주의 독재에 대한 은유가 보다 확실해집니다. 평화를 약속하며나타나 서서히 지식인들을 세뇌하고 탄압하다가 어느날 미디어를 장악하면서 본색을 드러내고 계엄령을 선포하는모습은 독재국가의 정치상황 그 자체였습니다.
(암치료센터연설에서 저항군에게 정체가 폭로됐음에도 다시 개관파티를 강행하고 하객들에게 총을 겨누고 '박수'라고 쓰인 팻말을 드는 장면은 정말 노골적인 풍자였음.
특히 뜯긴얼굴을 보면서도 속임수라며 믿지않으려는 도노반어머니는 진실을 보여줘도 믿지않고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계층을 상징하는듯 합니다.
또한 줄리엣이 세뇌당할때 보여지는 세뇌방법은 독재정권의 지식인세뇌의 그것을 SF적으로 풍자한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대상자에게 공포를 주고 나만이 그 공포에서 너를 구해줄수 있으니 나를 믿고 따르라는 식이죠.)
이러한 현실정치의 은유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인기를 얻은 비결이라고 할수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슬퍼런 군사정권하에서 이런작품이 아무 문제없이 방송됐는가.
그건 이 작품의 절묘한 메시지때문인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외계인들이 왜 '붉은'제복을 입었을까? 냉전시대 전체주의의 가장 큰 상징은 바로 '공산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은 해석에 따라 강력한 공산주의를 나타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익군사독재의 그것을 은유하는 존재가 된것입니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독재정권이 하는짓은 다 똑같으니...)
결국 이 작품은 냉전시대 SF가 가지는 전형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전체주의자들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평화를 말하지만 실은 흉칙한 괴물이다'와 '그들이 비록 강하지만 자유의지를 사랑하는 자유민주주의 결국은 이긴다'는 체제우월성이 배경에 깔린것입니다.(국내에 출판된 V소설뒷면의 선전문구를 보면 '팬타곤에서도 전군에 의무시청을 지시했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작품이 왠만한 선전영화보다 정신교육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정치적 의미를 떠나서 보면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입니다. 제작당시 TV에서 이정도의 SF를 만들수있다는것을 보여줘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지금 보면 모형 합성이 드러나지만 당시에는 이정도도 대단한것이었음.)
원작은 10권짜리 소설이라고 하며 5부작 미니씨리즈는 그 첫권의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소설은 원작2권째, 즉 미니시리즈 이후부분부터 첫권으로 출판됐으나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는지 3권(원작 4권)을 끝으로 더이상 나오지 않게됩니다.
(미국에서는 인기가 대단해 만화만도 수백권이 나왔다고 합니다.)
배경설정도 재미있었습니다. 병사는 검은헬멧에 옷앞깃이 검은색(이들만 옷색깔이 다름)이고 소총을 들고있고 경비병들은 금색이나 은색헬멧에 권총만 지니고 있었습니다.
계급은 옷 왼쪽 목깃에서 어깨까지 사선으로 표시됐는데 선의 수가 많을수록 계급이 높습니다.(최하는 아무선도 없음.) 사선은 다섯개까지 그어지고 그보다 높으면 굵은선 하나로 대치되는듯 했습니다.
외계인 우주선중 연락선과 전투기는 제작비때문인지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동일합니다.보신분들은 무슨소린지 아시겠지만 기수와 후방동체만 있으면 전투기 그 사이에 사각동체가 있으면 연락선이라는 식이었습니다. 사각동체는 블럭식으로 연결이 가능했는지 작중에 보면 각각 길이가 다른 연락선이 눈에 띕니다.
마지막으로 작중에 관련 장난감 마케팅도 슬쩍 합니다. 외계인 방문직후 사람들이 호기심에 넘칠즈음 애들이 외계인 존과 다이아나의 인형이 첨부된 연락선모형을 갖고노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전투기와 병력수송선(에뜨랑제씨는 연락선으로 표현)의 디자인이 동일한 점은... 꼭 그렇게 제작진의 제작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볼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다목적으로 쓰일만한 항공기를 만드는 것은 모든 제작자들의 꿈이 아닐까요? 군함에 있어서의 메코급 프리깃이나 Seawolf를 대신한 미국 신형잠수함처럼.
첫댓글 뭐니뭐니해도 V의 매력은 생쥐를 삼키는 다이애나 아니겠쏘^^
그런데, 전투기와 병력수송선(에뜨랑제씨는 연락선으로 표현)의 디자인이 동일한 점은... 꼭 그렇게 제작진의 제작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볼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다목적으로 쓰일만한 항공기를 만드는 것은 모든 제작자들의 꿈이 아닐까요? 군함에 있어서의 메코급 프리깃이나 Seawolf를 대신한 미국 신형잠수함처럼.
그리고, 화학물질은 지구에서 생산되는 것을 "수입하는" 식이었죠. 그것을 위하여 도노반의 어머니는 리치몬드에 있다는 본사의 높은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여 그들을 설득한 다음 외계인들에게 그들이 요청한 화학물질을 납품하게 된 것으로 나오죠.
"다이아나"가 "원더우먼"으로 나온 여자 "린다 카터"일겁니다.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린다 카터 아닙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미스 어메리카 출신이라서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괴소문이 돌았나 보군요. 다른 사람이지만 둘다 미스 어메리카 출신들입니다. 미국산도 좋은게 있군요 ^^
다이아나 역으로 나온 배우는 '제인 배들러'인걸로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