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함양에 사는 귀틀댁입니다.
연말이라고 이곳저곳에서 모임이 잦습니다.
마을 연말 모임에 이어, 주말에는 태후네가 주변분들을 불러 모아 그 집에 갔습니다.
태후 엄마가 제일 먼저 도착한 저희를 반겼습니다.
태후네 집은 처음 와 보는 거라 탁 트인 이층집의 구조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어쩜이리도 깔끔하고 살기 편한 구조로 집을 지었는지....
"우와,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이 방, 안방, 화장실, 그리고 다용도실, 부엌이 있는 일층.
그리고 넓은 거실 한켠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줌마랑 이층 올라가볼까?" 친한 척 말을 걸었더니,
아줌마는 뭐야? 하는 아이의 눈빛.
괜히 민망해졌습니다.
이층 위에서...
부부가 풍물을 배우러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장구와 꽹과리가 한켠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서는 정태춘과 박은옥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저랑 죽이 척척 맞는 백전초등학교 1학년 박태후.
몇달 전, 학교에서 눈을 다쳐 한 쪽 눈에 보호대를 하고 있습니다.
해맑게 웃는 저 얼굴에 보호대가 사라지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빛이 나기를.....
그리고 벽 한켠에 붙어 있는 석가모니불. 염주도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달력에는 '백팔배 다시 시작한 날'이라고 동그라미친 날도 보입니다.
연락이 닿은 식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백전에 사는 이웃분들...
이런 자리가 아니면 한 곳에도 다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게 됩니다.
태후 엄마는 떡국에 맛난 김장 김치를 내놓고,
관식오빠네가 가져온 순대볶음에 맑음씨가 만들어온 닭볶음이 상에 차려졌습니다.
정말 맛나게들 먹었습니다.
밥상이 치워지고, 술상이 차려졌습니다.
어딜가든 저는 주방자리가 제일 맘 편합니다.
싱크대 앞에서 야콘 깎고 있는 아줌마가 저예요.
나랑 동갑내기인 은숙씨도 팔 거둬붙치고 땀을 삐질삐질흘렸습니다.
쥐띠들이 원래 이렇게 바지런합니다.
모두들 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술안주를 접시에 담아 냈습니다.
태후 아빠가 직접 만들었다는 도너츠는 단연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날밤, 저희 부부는 주변분들에 둘러싸여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불렀습니다.
성경에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먹고 남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오천 명이 어떻게... 정말 믿기 힘든 일입니다.
누구는 권능의 예수님, 기적의 예수님이기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따뜻한 저녁 한끼를 나누어 먹으면서 그 일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들 자기 손에서, 주머니에 든 것을 꺼내 놓으면 이리도 풍성해지니까요.
예수님은 아마 그러셨을 겁니다.
자기가 가진 것들을 꺼내어 보라고, 그리고 함께 나누자고, 그러면 다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그 마음을 일깨워주시려고, 우리에게 사랑을 알게 하시려고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
그 분의 기적은 크리스마스 날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들의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댓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네요..귀틀댁님 희망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도 멋지고 훈훈한 정이 있어서 더욱더 멋져 보입니다 ^^
정이넘치는군요 나누는순간 우리는 행복하답니다 태후가 훗날 멋진 문학도가 되겠군요 집을 지어야하는전 부럽습니다
정겨운 날, 정겨운 사람들과 만나 정겨움을 나누었군요. 사진에서 정겨움이 뚝뚝 묻어납니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소중한 모임이 되셔서 행복을 만들어 가시며 나누세요 ...잘 보고 갑니다....
가끔 이렇게 글 남기는 데도 아는 체 해주시고, 마음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산골에 살다보니, 사람냄새가 그리울 때 이곳에 들어와 따뜻한 느낌 받아가곤 합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늘 건강하세요. 새해엔 자주 얼굴 디밀도록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