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올린 답글에 대해서 조금 께름칙한 게 있어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한 달 전쯤에 '비슷한 말 어떻게 표현하나요...' 라는 질문에 답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 oír, escuchar를 구분하여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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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ír, escuchar... 둘다 '듣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oír는 '소리가 내 귀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oigo muy mal. 하면 내 귀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소리가 내 귀로 잘 안들오 오는 상황입니다.
escuchar는 '소리나는 쪽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소리가 좋은지 듣기 거북한지를 알수 있습니다. 또는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알아들을 수도 있게됩니다. ¿me estás escuchando? 이것은 내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냐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집중해서 듣느냐라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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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의 설명이 맞긴 하지만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비슷비슷한 것들을 모아 놓고 비교하며 공부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위의 설명한 내용은 배워서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말 '죽다' 라는 말의 동의어를 말해보라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얼른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 번 열거해 볼까여?
사망하다, 돌아가시다, 뒈지다, 숨을 거두다, 운명하다, 타계하다, 서거하다 등등... 수십가지가 될 것입니다.
근데, 이것이 진짜 동의어일까요? 영어, 스페인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동의어라고 하면서 리스트를 만들어 무작정 외웁니다.
동의어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리스트에서 이제 그 차이를 정리해서 또 외웁니다. 하나의 어휘에 이런 동의어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다 외웁니까?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리말의 이런 동의어를 다 외워서 사용합니까?
아니죠.
'죽다'와 사망하다, 돌아가시다, 뒈지다, 숨을 거두다, 운명하다, 타계하다, 서거하다 등등... 을 동의어로 놓고 말을 만들어 놓으면 아주 재미있을 겁니다.
'어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동의어인 나머지 말을 한 번 집어 넣어 볼까요?
'어제 우리 아버지가 뒈졌어...', 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할 말이 없네요.
'어제 우리 아버지가 사망했어...' 아버지와 상당히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어제 우리 아버지가 타계하셨어...' 일반적으로 아버지 한테 이런 말은 잘 안쓰죠.
등등...
이렇게 그 차이를 외우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짓이고, 다 똑같은 동의어라고 외우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그 차이를 어떻게 알까요?
우리는 이렇게 알았습니다.
올바르게 사용되는 상황을 많이 듣고, 읽고 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어를 듣고, 읽으면서 공부할 때 어휘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어떠한 말이 사용되는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깨우치게 됩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말을 잘못 사용하면 어른들은 고쳐줍니다, 하지만 절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이 이렇게만 하지요. 아이: 옆집 강아지가 돌아가셨어요. 엄마: (아주 크게 웃으며) 강아지 한테는 돌아가셨다는 말을 쓰는게 아니야. 그냥 죽었다고 해야지. 알겠지? . 우리는 이렇게만 합니다.
사망하다, 돌아가시다, 뒈지다, 숨을 거두다, 운명하다, 타계하다, 서거하다 등등 이런 말들이 사용되는 상황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나라의 국왕이 죽었을 때 말하는 상황에서 누가 '국왕이 뒈졌다' 라고 하면 그 사람은 자기 국왕을 싫어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동의어로만 알면 이런 숨어있는 상황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하나만 더 할까요?
스페인어에서 baba= saliva 이렇게 외워서 잘못 사용하면 사람들이 웃습니다. saliva는 과학시간에 배우는 '타액'에 해당합니다. 근데 이것을 'Oye, se te cae la baba' 라고 할 것을 'Oye, se te cae la saliva' 라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야, 너 지금 침 흘리고 있어' 가 이나라 '야, 너 지금 타액 흘리고 있어' 가 됩니다. 말이 사용되는 상황이 그려지지요?
과학시간에 La saliva contiene enzimas que ayudan a descomponer la comida. 라고 할 것을 La baba contiene enzimas que ayudan a descomponer la comida. 라고 하면 이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oír, escuchar.. 이 말이 사용되는 상황을 많이 만나면(읽거나 듣거나) 스스로 깨우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말의 아주 작은 뉘앙스까지 설명까지는 못해도 잘 구분해서 사용하듯이... 외국어도 똑같이 우리말 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Peterpan이었습니다.
첫댓글 Peterpan님의 pan이 될 것 같아요. 글을 너무 맛깔나게 잘 쓰시네.......용 ~~
팬이 생긴건가요? 팬으로 인정해도 될까요? 이 표현(글을 너무 맛깔나게 잘 쓰시네.......용 ~~ )도 맛깔스럽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글을 더~~~~욱 맛깔나게 쓰도록 노력할게요.
저도 팬인데....
^.^
ㅋㅋ 상화에 맞게 설명을 아주 구체적으로 잘해주시네요..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이제 처음 단어 외우고 있는 에스파냐 새내기 입니다. 나이가 많은...ㅋㅋ
감사합니다. 언어에 대해서 체화하신듯하네요. 매우 귀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자꾸 반복해서 듣고 문장을 분석하면서 공부해나가는것이 과제이겠죠 언제쯤 귀가 열리고 말을 알아들을까요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