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是是非非) 논쟁(論爭) 마라
한 선비가 길을 가는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수심에 가득 찬 여인을 만났
다.
이유를 물었더니 '제 남편이 병들어 다 죽게 된 사람과 말다툼을 하다가 뺨을 한 대 때렸는데 그 사람이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살인죄로 형을 받게 되었습
니다' 하고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선비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풍가어병엽(風加於病葉):병든 잎새에 바람이 불었을 뿐입니다'라고
써주며 이 글을 고을 사또에게 보여주면 무사할 것이라고 하였다.
사또가 그 글을 보고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여 그 남편을 풀어주었다.
글을 써 준 선비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생색을 내고자 하니 그 집 아들이
'본래 우리 아버님이 죄가 없었던 것이지 그 글 때문에 풀려난 것이 아닙니다' 하고 경시하였다.
화가 난 선비가 뺨을 맞아 죽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가서 '내가 그 원통함을 풀어 드리리라' 하고는
'수유후삭(雖有朽索):비록 다 썩은 새끼줄)이지만 불만부절(不挽不絶):잡아 당기지 않으면 끊어지지 않습니다' 라고 써서 사또에게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니 사또가
또 그럴듯하게 여겨서 뺨을 때린 사람을 다시 잡아 가두었다.
그 선비가 또 길을 가다가 역시 살인죄로 갇힌 사람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2월에 동네 사람과 다투어서 홧김에 한 대 때렸는데 그 사람이 9월에 죽었
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사또에게 억울함을 호소
하는 글을 써주었다.
'오비이월(烏飛二月):까마귀는 2월 달에 배나무에서 날아가고,
이락구월(梨落九月):배는 9월 달에 떨어졌으니, 오야풍야(烏也風也)
:까마귀 탓입니까? 바람탓입니까?
인타이월(人打二月):사람을 2월에 때렸고 인사구월(人死九月):그 사람이 9월 달에 죽었으니
인야신야(人也神也):때린 사람 탓입니까? 염라대왕 탓입니까?'
이 24자의 호소장을 제출하니
그 사람 역시 풀려나게 되었다.
이 두 경우 모두 생각하기에 따라 살인죄도 될 수 있고 그저 풀어주어도 된다.
‘송사할 송(訟)’ 자 역시
‘言+公’이니, 내 말(言)이 더 공변되고 공정(公)하다는 뜻이다.
이 쪽 상황을 고려하면 이 쪽이 옳고
상대방 상황을 고려하면 상대방이 옳게 되는 것이다.
- 옮긴 글 -
어지간하면 송사를 말자
내가 조금 손해보면 마음이 편하여 우환이 없다네
합의가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