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남한 산성>을 관람합니다.
화면에 크로즈업 되는
엄동의 눈이 얼어붙은 겨울 설경,
나루터 뱃사공이 김상헌의 칼에 베어 붉은 피를 뿌리며 죽는 광경에
관객은 겨울의 한기(寒氣)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
영화는 병자호란때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현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관료대신의 의견을 두갈래로 나눠 보여 줍니다.
척화파와 주화파는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조는 척화파의 논리에 휘둘립니다 .
외교적 수완이 없고 무능한 인조,
그는 명나라가 기울고 청나라가 우뚝해지려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나라를 지킬 힘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참에 상대를 치고보자는 사대부들의 궤변이 하늘을 찌릅니다 .
결국 오랑캐에게 '삼궤구고두례(세번 무릎꿇고 아홉번 땅에 머리를 대는 예)'를 올리게 됩니다.
이장면이 <삼전도의 굴욕> 입니다. 참고로 삼전도는 그당시 나루터 이름입니다.
결국 조선은 청나라 황제에게 신하국으로써 예의를 지키고
조공을 바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영화는 분장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머리만 살펴 보아도
나라와 신분을 구별할 수 있도록 장치했습니다.
청나라 오랑캐의 민 머리에서 거친 용맹을,
조선사대부의 갓쓴머리에서 예의를 고집하는 고지식함을,
조선 천민의 더벅머리에서 총각이 뿜어내는 야성을,
어린아이 나루의 긴머리에서 내뿜는 귀염성 등을 나타냈습니다.
저는 거치른 전투를 실감하느라 목이 마릅니다.
그러다가 어린아이 '나루'가 하는 말에서
이땅에서 살아가던 백성들이 사는 방식을 그려 보게 됩니다.
'얼음이 풀리고'
'민들레 꽃 필때쯤'
'송화강 꺽지 잡아 ' 라는 대목에서
옛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타고 난 성정과 삶의 방식을 깨닫습니다.
권력과 관련없는 백성들은
옛날사람들이 살았던 곳에서
이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몸에 익히며 살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