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안전자산 공식 흔들리나
- 전쟁 상황에서도 달러 강세·금리 상승 압력에 금·은 동반 하락 -
최근 국제 금값이 급락세를 보이며 전통적인 ‘안전자산’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상승이 아닌 하락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3월 들어 약 10% 이상 하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월 셋째 주에는 9% 이상 급락하며 10여 년 만의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금 가격은 (3월 23일 기준) 장중 온스당 약 4,200달러대까지 밀리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은 가격 역시 금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은은 2026년 1월 온스당 약 1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에는 70달러 내외 수준까지 하락하며 약 40% 가까운 조정을 보였다. 또한 최근 장중 기준으로는 67달러대까지 밀리는 등 단기 급락 흐름도 나타났다.
이번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와 달러다. 중동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거나 오히려 긴축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부각됐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만큼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달러 강세도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전쟁 이후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고, 이는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익이 난 금을 매도하는 ‘현금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하면서 금 역시 매도 압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하락을 구조적 변화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조정 국면으로 봐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기간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과 과매수 해소 과정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금의 ‘절대적 안전자산’ 지위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만으로 금값 상승을 설명하기 어려워졌으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쟁 발발 시 금값 상승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졌지만, 현재는 금리와 달러 흐름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플래티넘(백금)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플래티넘 가격은 2026년 1월 온스당 약 2,92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월 23일 기준) 온스당 1,842.8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 김태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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