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손에 가시를 들고
우탁(禹倬, 1261~1342)
한 손에 가시를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랴트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림길로 오더라.
♣어구풀이
-가시 : 가시가 돋힌 나뭇가지
-막대 : 막대기의 준말, 막다히>막다이>막대.
-치랴트니 : 치려고 하였더니
-졔 : 자기가
-몬져 : 먼져. 몬져>먼져>먼저
-즈림길 : 지름길, 첩경(捷徑)
♣해설
-초장 : 한 손에는 가시가 돋힌 나뭇가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굵은 막대
기를 들고서
-중장 : 늙어가는 것을 가시나무로 막으며 한편으로는 나날이 불어나는 흰 머
릿카락을 굵은 막대리로 쳐 물리쳐서 늙지 않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은.
-종장 : 흰 머리가 그런 나의 속셈을 미리 알아차린 듯 가시나문도 굵은 막대
기도 미치지 않는 지름길로 찾아와서 여전히 몸은 늙어만 가는구나.
♣감상
이 시조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이란 시조와 마찬가지로 늙음을 소재로한 작품
으로써 늙음에 대한 불가항력을 노래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가오는
늙음과 백발,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져도 가시와 막대기로 치려 하는 어
리석음 저변에는 인간 내면의 깊은 허무감과 무상감마져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시조의 밑바닥에는 체념과 아쉬움을 담고 있는 한편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려는 생활 자세를 포함하고 있어 이 노래의 가치를 더 높혀 주고 있다 하
겠다. 도한, 춘향전 속에 나오는 백발가에 ‘오는 백발 막으려고 우수(右手)에 도
끼 들고 좌수(左手)에 가시 들고, 오는 백발 두드리며 가는 홍안(紅顔) 걸어당겨
청사(靑絲)로 결박하여 단단히 졸라매되’ 라는 구절은 이 시조가 평민들에 의해
널리 구송되는 과정에서 잡가화(雜歌化)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작가소개
우탁(禹倬, 1261~1342) : 고려 말기의 유학자. 자(字)는 천장(天章), 호
(號)는 역동(易東), 고려 충선왕(忠宣王) 때부터 충숙왕(忠肅王) 때까지의
학자로 문과(文科) 급제 후 영해사록(寧海司錄)을 지냈으며 충숙왕 때는 벼
슬이 성균제주(成均祭酒)에 이르렀다. 충선왕이 부왕(父王)의 후비와 밀통
하자 이를 간(諫)한 뒤 벼슬자리를 내어놓고 예안(禮安)으로 들어갔다. 그
는 당시 송나라의 정주학(程朱學)을 해득하여 후진에게 가르쳐 이학(理學)
의 시초를 세움으로써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시조(始祖)라 일컬어진다. 시
호는 문희(文僖).
첫댓글 백발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구나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