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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간 차이가 50배에 달하는 입학금이 6월 지방선거를 맞아 이슈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입학금이 대학생의 학비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입학금을 운영비로 써온 대학들은 대학행정을 모르는 무리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입학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전국 196개大 평균 60만5800원…‘70만~90만원대’ 가장 많아
민주당 ‘입학금 폐지’ 공약내자 대학가 “선심성 공약” 비난
경남과학기술대 2만원, 고려대 103만1000원. 대학입학금은 대학 간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광주가톨릭대와 인천가톨릭대, 한국교원대처럼 입학금이 없는 대학도 있다. 지난 2일 대학교육연구소와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전국 196개 대학(국공립 40개교, 사립 156개교)의 입학금 평균금액은 60만5800원이고, 이들 대학 중 62개교(31.6%)가 70만~90만원의 입학금을 받고 있다.
국공립대의 경우 최저 2만원에서 최고 40만원으로 20배 차이가 났고, 사립대는 최저 15만원에서 최대 103만원으로 7배 가량 차이를 보였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공립대조차 대학마다 입학금 금액 차이가 컸다. 연간 최대 120억원대에 달하는 입학금 수입을 올리는 사립대도 있다. 이처럼 입학금이 대학마다 천차만별로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흔히 입학금은 입학식 준비와 학부·대학원 신입생들의 학적부 등록 등 신입생 입학과 관련 행사나 행정업무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편성된 예산을 집행할 뿐이다. 예산 1원이 입학금에서 왔는지 등록금에서 왔는지 어떻게 파악하겠느냐”고 말했다.
각 대학 예산부처에 따르면 입학금은 기부금이나 적립금처럼 용도가 정해져서 징수되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쓰이는지 파악할 수 없다. 사실상 대학 전반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국공립대의 입학금은 수업료와 함께 국고로 귀속되고, 사립대 입학금은 등록금에 섞여들어가 ‘등록금 재원’으로 사용돼 온 게 대학가의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S대학 예산조정팀장은 “입학금 취지는 결국 수업료 개념이다. 대학만이 아니라 유치원이나 각급 학교 모두 입학금을 받지 않나. 이 돈은 모두 학교 운영에 쓰인다. 입학금은 (특정한 목적이 없는) 일종의 명목인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명목만 있는 입학금은 최근까지 등록금 동결 혹은 인상폭에 따라 결정됐다. 등록금이 오르면 입학금도 오르고, 등록금이 내리면 입학금도 내리는 방식이다. 입학금이 이처럼 정체불명의 ‘눈 먼 돈’으로 전락한 데는 법적 근거가 약한 탓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고액등록금이나 입시전형료는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용도와 산정근거 등을 비교적 세세하게 밝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입학금은 고등교육법의 교육부훈령 제1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4조 4항)’에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 규정한 것이 전부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17조)에도 ‘입학금은 신입생(편입생 포함)으로부터 걷는 입학금’이라고만 명시돼 있을뿐 용도나 산정근거 등에 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입학금을 왜 걷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어디에 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고액입학금은 사립대에 집중됐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조사한 2013년 입학금 현황을 보면 현재 전국에서 입학금 액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고려대다. 103만1000원을 입학금으로 걷고 있다. 뒤이어 동국대가 102만4000원을 징수했고, 한국외대 100만7000원, 금강대 100만원, 홍익대 99만6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립대 중에서는 최근 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가 40만원, 울산과학기술대가 30만원을 징수했다. 그 외 모든 국립대는 입학금이 전혀 없거나(한국교원대), 18만원 이하였다.<표참조>
지난 2012년 처음 입학금 현황조사를 실시한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는 줄곧 입학금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삼호 연구원은 “고등교육법상에 입학금의 성격과 징수목적, 산정근거 등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며 “이는 등록금을 비롯한 기숙사비, 교재비 등 고액의 학비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민심잡기의 일환으로 대학입학금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 20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 생활비부담 경감대책’으로 대학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법안을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책에 따르면 법적근거 없이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국공립대의 입학금은 폐지하고 사립대는 3단계에 걸쳐 폐지해 나갈 계획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사립대 입학금 폐지안은 △입학에 필요한 최소 경비 납부 △정부 고등교육재정 늘려 대학 투자 확대(입학금 지원) △입학금 폐지 순으로 단계적으로 없앤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입학에 필요한 경비에 대한 산출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입학금을 책정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장병완 의원은 “대학입학금은 구체적인 법적근거 없이 대학 재량으로 책정돼왔고, 이 입학금은 오랫동안 등록금 재원으로 사용돼 현재로서는 등심위의 심의를 거치더라도 산출근거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입학금, 이름만 바꾸면 되겠느냐” … 대학가 반발= 입학금을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의 일부로 써온 대학의 입장은 달랐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을 등록금과 함께 주요 재원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없앨 경우 재정부담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수업료는 매학기 받는 것과 달리 입학금은 입학 시 일괄징수 하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사용처도 같다. 수업료와 함께 등록금으로 묶여 한 주머니(교비회계)에 편성되기 때문에 경상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입학금은 적립금으로 적립되기도 하고, 건물을 짓거나 교직원 인건비로도 지출된다. 입학처 직원들의 임금도 입학금의 일부에서 나간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기성회비가 국립대를 휘청이게 하는 이슈이듯 입학금이 사립대 재정을 크게 위협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학가 소식에 밝은 한 국회 관계자는 “그간 관행적으로 걷어왔던 국립대 기성회비도 법적근거가 약해 반환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고 있다. ‘징수 시기’만 규정돼 있는 현행 입학금 규정도 마찬가지다. 입학금 쓰임과 액수 등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대학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예산팀 관계자는 “과거 사립대 기성회비가 비과세 논란 등으로 없어지자 수업료로 합산해 걷었다. 정치권이 입학금이라는 명칭 때문에 폐지하면 유사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립대 역시 기성회비 논란을 그와 같이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입학금도 수업료 등으로 합산해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그는 “차라리 등록금 인상률과 입학금 인상률을 연동시키는 규정을 신설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보면 입학금만 별도로 올리는 일부대학들의 편법만 감시하면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201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