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빛과 어둠의 날개(1)- 정의의 세자매
"아리엘이라...비드고슈제가 보냈나?"
"예, 지천사 아리엘, 비드고슈제님의 명을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천사주(主) 디에네시여."
영원한 신들의 처소 발할라, 그곳의 주인 '정의의 디에네'의 눈에 비춰진 낯선 천사의 모습,아리엘이라고 했던가? 하여간 오래간만의 안락한 휴식을 방해한 당돌한 천사에게 침묵을 깨고 물어보았다.
"굳이 그래야할 이유를 느낄수 없는걸...무엇 때문인가?"
어느덧 탁자에 놓여있는 크리스탈 블루 빛깔의 와인잔으로 손이 뻗쳐가고 있었다.
"디에네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저 '혼돈의 데이모스'의 행동을 보십시오. 빠른 속도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가고 있고 저들의 그리마 연구도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저의 주인이신 비드고슈제님께서도 여러차례 경고하신일 아닙니까. 저들의 행동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을 모르시는 건 아니실 텐데요."
참으로 당돌하군....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대꾸인가....
사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디에네였다. 그리고 또 데이모스와는 로드(ROD) 시절부터 알아왔던 동료지간이 아닌가...총탄과 화염이 난무하던 팡테온,그리고...
그런데 이 지천사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네가 나보다 잘안다는 것이냐...
어두운 기억을 떨치려는 것인지 차가운 외면의 시선을 던지며 디에네가 답했다.
"데이모스는 내가 더 잘알고 있네, 그리고 저들중 한둘은 어찌 제정신을 놓고 있겠는가."
어지간한 천사들이라면 대번에 기가 질릴 차가운 시선이었지만 아리엘 자신도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난기어린 눈길로 맞받아쳤다.
"디에네님, 거듭 말씀드리지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디에네님이 아시고 계시는 데이모스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는 제가 알지 못하나 예전 같은 분이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때 결단을 내리시지 않으시면 후세에 오명을 남기십니다."
언중유골(言中有骨)말속에 뼈가 있다... 그것을 느꼈는지 발할라 한구석에서 말없이 그 대면을 주시하고 있던 라-엘 세자매의 장녀, 라그엘이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무엄하다!! 일개 지천사 주제에 어찌 천사주이신 디에네님께 오명을 운운한단 말이냐!!'
천사들 중에서도 최상위인 치천사, 그리고 디에네 직속의 정의의 세자매중 가장 강력하다고 하는 라그엘의 말이지만 지천사 아리엘은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 있는 모습부터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었다.
"무례해도 말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라그엘 님도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저도 이급의 지천사인데 디에네 님이 꾸중하신다면 모를까 라그엘님이 하시다니요."
"뭣이!!"
"그만해둬라!!"
괄괄한 성격의 라그엘이지만 그럼에도 디에네의 말은 권위가 있었다. 라그엘은 다시 발할라 구석으로 물러났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라그엘을 그녀의 두 여동생-라리엘과 라미엘-이 달래고 있었다.
"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내 어찌 인간들에게 밝은 길을 전파하는 신으로써 오명을 두려워 하겠느냐. 그리고 신들의 분열은 인간계의 대참사로 이어짐을 왜 모르느냐."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입으로 와인을 가져가며 묻는 디에네의 말이었다. 그리고 천사주의 싸늘한 시선에 약간은 질렸는지 아리엘 역시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 높으신 뜻을 이몸이라고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끝을 보이지 않던 지루한 대화는 낯선 방문객의 출현으로 일순간 멈춰졌다.
"타브리스인가?"
"예, 천사주 디에네시여."
지상의 천사가 수천을 헤아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천사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웬만한 상급 천사들의 이름은 다 기억하는 디에네였다. 특히 이 타브리스라는 것은...
"문화영웅(文化英雄)타브리스이신가?"
여신이니 치천사니 하는 높으신 분 사이에 끼어있다 자신보다 낮은 사급의 주천사를 만나자 기가 살았는지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소인같은 미천한 것을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지천사 '아리엘'이시여"
타브리스 역시 인간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한순간 아리엘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디에네는 이 위계질서에 벗어나는 행위를 굳이 나무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찌돼었든 인간들의 수준을 이만큼이나 끌어올린 것은 그의 공이 아닌가.
"인간계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발할라에는 웬일이신가."
"인간계는 좋아하지요. 하지만 천사로서의 임무도 충실히 해야 않겠습니까."
마치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타브리스의 말투를 무시해 버리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천사로서의 임무라...그렇다면 여기 온 용건은?"
"인간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순간 얼굴에 그늘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은 디에네가 물었다.
"구체적으로는?"
"인간들 사이에 파벌이 생겼습니다. 천상의 양 파벌의 갈등은 잘 아시겠지만 인간계 역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미 저로서는 도무지 그들을 말릴수가 없습니다. 일부 서부 지역에서는 그리마들이 이미 제어권을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어권을 잡았다....디에네의 인상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괘씸한 놈들...애초 인간계를 다스리는 것은 천사들을 쓰기로 합의한 사항이 아닌가.도대체 천상의 분열을 인간계에 옮겨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그것 보십시오. 디에네님, 그냥 두고 보다가는 기어이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모처럼 잡은 구실을 뺏긴 아리엘은 불만찬 표정을 지었지만 타브리스는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현재 저들의 수준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그리마중 벨제부르,리리스등의 실력은 일급 천사인 치천사,대천사에 못지 않고 새로이 '독혈의 미마스','복수의 와제트'등도 실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말이 끝나자마자 타브리스는 구석에 있던 라그엘의 강한 반발을 받아야 했다."
"아니, 그럼 우리 치천사들의 실력이 저들만 못하단 말인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무엇이!!"
"그만들 하라!! 타브리스, 그대는 며칠간 발할라에서 내 명을 기다리고 있으라. 그리고 아리엘은 비드고슈제에게 생각해보겠다 전하라. 나머지 천사들도 다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