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저녁,
50이 넘도록 장가도 못들고,
먼저 죽어간 형제들의 새끼들만 끌어 안고
빚더미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던,
상처 많던 심장이
기어이 멎어버렸네.
아무도 모르게,
아니, 알았지만 서로서로 더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끝끝내 모른 척하던 아픔이
가슴 시퍼렇게 멍들도록 스스로 주먹질하게 만들고는
혼백이 미처 뒤따르지도 못할 정도로
구급차에 실려 여기저기 몸뚱이만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헤메이다
끝끝내 유언 하나 남기지 못하고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되뇌이다
그 입과 그 눈과 그 심장이
시퍼렇게 시커멓게 굳어 버렸네.
저 안에 들어갈까 생각들 정도로
좁다란 관이
텅텅 남을 정도로 깡마른 몸뚱이
시퍼렇게 굳어버린 발등과 손가락
살아생전 따뜻하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 건네고,
꼭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하고
유행 지나고, 철 지난 옷
농사철 때 아무렇게나 입으면 된다고 던져주기만 했는데
이렇게 죽어서야
새하얀 비단 옷에, 쪽빛 저고리 입고
하늘나라로 장가갔네.
늘 그 덥수룩한 턱수염.
이제 난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가는 길 예쁘게 가라고 낯선 이가 깨끗이 면도까지 해주더라.
난 한번도 만져주지 못했는데
아직도 저 구석에서 구시렁거리며
술잔 찾으며 말할 것같은데.
'야이 새끼야.. 바빠도 연락 좀 자주해.'
'야이 새끼야.. 삼촌 힘들다, 와서 일도 좀 도와라.'
'와 바쁜 애한테 그라노. 다들 사는 게 바쁘다.'
'가도 이제 아 아빠다, 어데 그래 욕지꺼리고.'
'장가도 못간 니보다 어른이다.'
'술 좀 작작 처 묵으라.'
'언제 사람 노릇할래.'
사람 냄새 간절하던 그 목소리와 푸념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지껄여대던 그 욕에
술잔 밖에 찾을 것이 없던.. 그마음..
미안해요.
그 술잔 단 한번도 내가 채워주지 못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그 고통, 그 마음.
무겁고 무겁웠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훌쩍 달아나버렸어?
그 억세고 질긴 목숨이
겨우 한 시간만에 새하얀 뼛조각으로 남겨지고
그 또한 일이분만에 한 줌의 고운 가루가 되는걸
알고 있었어?
괜시리 그렇게 모질게 살아왔다 싶지 않우?
적당히 술이나 먹고
적당히 욕이나 먹고
배부르게 살다가 떠나가면 그만이었을텐데
봉초하나 세워주지 못하고
잔디하나 푸르게 세워주지 못하고
그렇게 왔어..
이제와 이렇게 하염없이
자꾸 눈물만 흘린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텐데..
덩치큰 어른이
자꾸 눈물이 난다.
죄가 많아서 미안해서.
못해 준 게 너무 많아서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억울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그렇게 애타게 부르고 찾을 때는
바쁘다고 뒤돌아보지 않던 내 마음이
지금 이렇게 허망하게..
학교 일터에 앉아
삼촌을 찾네..
미안해.
그렇게 미안한데도.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
'작은 아버지도 없으면 이제 우린 어디가?'
하던 동생들의 그 눈망울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왔어.
어깨한번 제대로 토닥여주지 못하고
절망 속에 그 고통과 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그 아이들만 고스란히 남겨놓고
나만 살겠다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네.
삼촌은 목숨을 다해 그 아이들을 지켰을텐데
일생을 걸고, 여지껏 버텨왔고
미안하다며 저 세상으로 떠났는데
난 나 혼자 살겠다고,
나만 행복하겠다고
거짓 눈물 흘리며 이렇게 살아있네.
용서하지 마요.
난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 이 무거움
눈물만 흘리며 아파할테니
용서하지 마요.
그리고 그냥 다 버리고, 다 잊고
가요.
가족도 친구도 없는..아무도 없는 대로 가요.
거긴 아마 여기보다 행복할거야. 부디 그곳에서는 힘들지 않기를
안녕히.
첫댓글 그러셨군요... 그곳에서는 조카들을 돌본 은덕으로 힘들지 않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샘도 다 잊으시고 이승과 저승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래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03 17:3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무아이님도 마음의 평화를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