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태양광-방산 힘 실려… ‘김동관 승계’ 탄력
김동관, 에너지-방산-화학 이끌고
차남-금융, 삼남-관광유통 맡을듯
장남의 ㈜한화 지분 확대가 과제
한화그룹의 잇단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합병(M&A) 추진으로 3세 승계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태양광과 방산 사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차기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2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사될 경우 김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방산·우주항공 부문은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각 계열사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절반인 1조 원을 투입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5000억 원을 투자하는 한화시스템 역시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여서 사실상 김 부회장의 사업 영역이다. 실제 대우조선 인수로 인한 시너지도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의 경우 이미 7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의 방산 역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아 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대우조선 인수까지 더해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을 품고 우주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이끌고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을, 셋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관광·유통을 맡는 구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의 사업 재편 역시 이런 기조하에 이뤄지는 교통정리라는 시각이 많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3세 승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남인 김 상무가 그룹 유통 사업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김 부회장이 관할하는 한화솔루션에서 독립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주식을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누고 자회사였던 한화갤러리아를 내년 3월 신규 상장할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곧바로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배를 받는 회사가 돼 추후 삼형제 간 사업을 나누기 용이해진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개편을 두고 “제조(방산·에너지), 금융, 유통으로 나누는 대주주 일가의 거버넌스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이 3세 승계를 위한 정지(整地) 작업이었다면 앞으로는 ㈜한화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한화 지분 9.70%를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분은 50%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부회장의 실질적 지분 확대가 남은 과제”라며 “아버지인 김 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이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현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