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넘칠 만큼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친 다음날이었다. 루이스 르페브르 박사는 연구소에서 가까
운 석호(潟湖)의 제방 둑을 따라 산책하고 있었다. 석호는 강릉 경포호처럼 오랜 세월 파도에 떠밀려
온 모래에 의해 바다에서 분리되어 생긴 민물호수다. 석호와 바다 사이의 모래톱에는 어젯밤의 폭풍
우로 여러 개의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는데, 폭풍우에 의해 석호에서 떠밀려 나온 수백 마리의 구피들
이 이 웅덩이에서 저 웅덩이로 팔짝팔짝 건너뛰며 석호 쪽을 향해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구피는 색상이 화려한 열대성 민물고기다.
그때 회색딱새 무리들이 줄지어 날아와 차례로 구피를 낚아채서 높은 나뭇가지 위로 날아갔다. 회색
딱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구피를 나무에 내리쳐 죽인 다음, 만찬이라도 즐기듯 느긋하게 먹
기 시작했다. 회색딱새는 원래 날아다니는 벌거지들을 낚아채서 잡아먹는 조류다. 루이스가 회색딱
새들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 마리의 새가 새로운 먹이를 잡아먹
는 모습을 보고 다른 새들도 따라서 해본 것인지, 아니면 떼서리로 새 먹잇감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구피를 발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루이스에게 이 발견은 새들의 인지능력을 연구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야생조류의 인지능력을 측
정하려면 그 새가 자연에서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좋
은 방법은 없다. 연구하는 방법은 관찰이 유일한데, 오랜 기간 특정한 새들의 서식지를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관찰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새의 창의력은 회색딱새가 구피를 새로운 먹이
로 선택한 경우처럼,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찾아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아무 노력도 하
지 않고 공으로 좋은 사례를 발견한 셈이다.
루이스는 전에도 회색딱새가 구피를 잡아먹은 사례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윌슨 조류학회誌』
에서 조류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들을 모두 조사해보았다. 『윌슨 조류학회誌』는 전 세계에서 새를
관찰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록을 접수한 뒤 엄밀한 심사를 거쳐 수록한 방대한 기록서다. 루이스는 지
난 75년 동안 발행된 『윌슨 조류학회誌』에서 수천 명의 아마추어 및 전문가들이 세계 각지에서 관
찰한 조류 수십만 마리의 행동이나 습관 중 ‘특이한’, ‘진귀한’, ‘처음 목격한’ 등의 수식어가 포함된 23
00여건의 특별한 케이스를 분류해냈다.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는 로드러너
대신 걸음은 빨라 평균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다.
타조(평균시속 65km) 다음으로 빠른 속도다.
관찰 내용은 새들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했다. 벌새의 먹이통 옆에 있는 지붕에 앉아 기다리다가 벌새
를 잡아먹는 로드러너, 새끼 물개들 사이에 섞여 어미 물개의 젖을 훔쳐 먹는 남극도둑갈매기, 토끼
나 사향뒤쥐를 잡아먹는 왜가리, 비둘기를 한입에 꿀꺽 삼키는 펠리컨, 북미큰어치를 잡아먹는 갈매
기, 주식인 곤충 대신 군자란이라는 열매를 먹는 뉴질랜드노란머리새 등이었다. 원래 주식을 새로운
방법으로 먹는 사례도 있었다. 곤충을 물에 던져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아먹는 검은댕기해오라기, 공
중에서 조개를 떨어뜨려 토끼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고 잡아먹는 재갈매기, 얼음에 구멍을 뚫은 뒤
얼음 위를 쿵쿵 울려 그 밑에 죽어 있던 연준모치가 구멍을 통해 얼음 위로 떠오르도록 하여 먹는 흰
머리독수리 등이었다.
가장 루이스의 관심을 끈 사례는 아프리카대머리독수리의 행태였다. 1964년에 벌어진 짐바브웨 독립
전쟁 때 어느 군인이 관찰하여 기고한 내용이었다. 대머리독수리는 철조망 위에 걸터앉아 때를 기다
렸다. 철조망 아래 넓은 벌판에는 지뢰가 여기저기 묻혀 있었다. 한참 뒤 가젤 한 마리가 벌판을 가로
질러 뛰어가다가 지뢰를 밟아 폭사했다. 대머리독수리는 주변을 두루 살펴 위험 여부를 확인한 뒤 잽
싸게 가젤의 사체 위로 날아가 포식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윌슨 조류학회誌』에서 추려낸 사례들을 조류의 과(科) 단위로 분류하여 각 집단의 혁신
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앵무새科와 까마귀科 새들이 가장 똑똑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는 까마귀를
매우 할망스러운 새로 여겨 뭘 잘 까먹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하고 놀리지
만, 까마귀는 가장 기억력이 뛰어난 새 중 하나다. 찌르레기科, 매科, 딱따구리科, 코뿔새科, 갈매기
科, 물총새科, 뻐꾸기科, 왜가리科 새들이 뒤를 이었다. 참새와 박새 종류도 제법 똑똑한 축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추라기‧타조‧느시‧칠면조‧쏙독새 종류는 가장 멍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루이스 르페브르 박사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여 열렬한 찬사를 받은 뒤 약간의 유명
세도 치렀다. 뉴욕타임스의 조류 전문기자가 루이스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새들의 인지능력에 관한 긴 문답 끝에 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박사님,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새는 무엇입니까?”
“아마도 에뮤일 것입니다.”
다음날 뉴욕타임스에 대문짝만 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캐나다 조류학자 루이스 르페브르 박사, 호주 국조인 에뮤를 가장 멍청한 새로 낙인찍다>
실제로 에뮤는 매우 멍청하다. 사람이 서식지 근처로 찾아가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덩치 큰 에뮤가
슬그머니 다가와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지 동족인 줄 알고 옆에 나란히 엎드린다. 호주에 백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이후 수십 년 동안, 그들이 칠면조보다 더 크고 맛도 더 뛰어난 야생 에뮤를 손쉽게
잡아먹던 방법이다. 그렇게 에뮤는 개체 수가 급감하여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장난기
가 심한 기자는 루이스가 호주 국민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고 절절 매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부
러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던 것인데, 다행히 에뮤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호주 국민들은
아무도 항의전화를 하지 않았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함께 모여 스킨싶을 느끼며 소통하는게 좋아 한수회가 9년이상의 세월동안 월1회 산행으로 100차를 달성 하였고 연 이어서 101차 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하였습니다. 새로 봉사 하게된 젊은 집행부의 열정이 있어 오늘 사전모임을 통한 향후 산행계획을 위한 의논이 있다고 하여 즐겨 참석 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 으로는 당뇨환자로서 이런 원행을 포함한 산행모임에 적을 두어 구속력을 가지게 하므로 꾸준히 참석하게 되었고 건강 또한 잘유지된것 같습니다.(안인환,최창권) 고문님 의 도움말을 귀담아 건강한 산행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