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뻥튀기 실적 전망을 발표해놓고 연말이 다가오자 기존 전망치를 슬그머니 수정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3분기가 마무리되고 4분기로 넘어가면서 연초 계획했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글로벌 경기 침체'를 핑계로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일부 종목은 영업이익을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하기도 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들어 기존 연간 실적 전망을 수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10개다. 이 중 시큐브 엑사이엔씨 액트 디엔에이링크 코아크로스 엔티피아 등 6개사가 전망치를 정정해 연초 예측치보다 나빠진 실적을 제시했다.
코아크로스는 중국 통신사의 광통신망 투자 축소를 이유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400억원과 80억원에서 각각 150억원과 30억원으로 낮췄다.
엑사이엔씨는 영업이익 전망을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회사는 4월 9일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23억원과 78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16일 올해 예상 매출액이 954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적자전환될 전망이라고 공시했다.
이 회사 대표는 실적 전망 정정공시를 제출하기 이전인 9월 24일 보유 주식의 절반인 7500주를 장내에서 매도해 1065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날을 고점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도덕적 해이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상장사들이 뻥튀기 실적 공시를 내고 이후 예측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정정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렵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영업실적 전망 공시는 의무가 아닌 자율 공시 사항이다. 전망치를 수정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해 사업보고서상 실적이 전망치와 차이가 크면 거래소 내부 심사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코스닥시장 전문가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조치가 나올 때는 이미 투자자들이 엉터리 공시로 피해를 본 지 한참 지난 시점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