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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커피 자판기 안으로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박 형사는 투박한 손으로 버튼을 꾹욱 눌렀다. 이내 양 손에 한 잔씩 두 잔의 커피를 들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박 형사는 어지럽게 쌓여있는 서류 위로 널브러져있는 김 형사의 코 앞에 탁하고 커피를 한잔 내려놓았다. 그리곤 툭툭 김 형사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러 잠든 그를 깨웠다.
"이거 마시고 정신 차려."
"응?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선 잠에서 깨어난 김 형사는 굳은 살이 베여있는 커다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북북 문질러 댔다. 그리곤 습관처럼 낡아빠진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곤 박 형사가 건네준 자판기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집어 들었다. 자판기 커피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금방 뽑은 커피가 뜨거울 만도 한데, 후후 입김 몇번 불고는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는 김 형사를 보며 박 형사는 인상이 구겨진다.
아니나 다를까 '앗, 뜨거!'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를 보며 박 형사는 끌끌 혀를 차본다. 그래도 잠 하나는 확실히 깬듯하다. 시간에 쫓겨, 잠에 쫓겨 커피를 커피 답게 마셔볼 여유가 없었기에 굳어져버린 미각은 뜨거운것조차 구별하지 못하는건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듯 남은 커피를 홀짝 마셔버리는 김 형사를 보며 박 형사는 웃음밖에 안나온다.
"이제 대충 그림은 나온거 같지?"
"뭐, 대충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지만 결정하면 되겠지."
"그렇겠지. 하! 어떻게 그런 곳에서 그 놈을 만났지?"
"솔직히 나는 김 형, 니가 이 검사 수상하다 수상하다 했을 때 무슨 되지도 않는 똥배짱으로 검사한테 설레발 치나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이건 너무 뜻밖의 수확이다. 너, 이런 거 상상하고 그렇게 설레발 쳤던 거야?"
"너 같으면 상상 했겠냐? 20년이나 지난 사건인데......하긴 내 형사생활 20년동안 잊을수가 없었던 사건 중의 하나였지."
박 형사와 김형사는 어제 밤, 차를 돌려 다시 돌아간 커피점에서 뜻밖의 인물을 보게 되었다. 미심쩍었던 박 시연의 대답을 확인하고자 다시 찾아간 그곳에서 박 시연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년의 사내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그 사내를 등지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 윤성의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가게에 있는 박 시연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박 형사의 팔을 잡은 건 김 형사였다.
"왜?"
"저 놈! 박 시연이랑 같이 있는 저 놈 말야."
"왜? 아는 놈이야?"
"저...놈..... 김 기만!!! 김 기만이 맞지?"
"김 기만이 누군데?"
"그 사건 있잖아! 20년전에 옥수동에서 있었던 살인사건!!"
"20년전 옥수동? 20년 전이면......설마 그 놈?"
김 기만을 기억해 낸 박 형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고 그런 박 형사를 김 형사는 서둘러 막아섰다. 아무리 흥분을 해도 그렇지, 20년이면 공소시효가 지나도 한참은 지난 사건이다. 하지만 그 사건은 박 형사로 하여금 20년이란 세월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었다. 앞 뒤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가게 만들 만큼 박 형사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사건이었다. 김 형사의 만류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박 형사가 무척이나 분한 듯 김 기만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저 새끼! 그 때 잡아넣었어야 했는데........"
"진정해. 그보다 김 기만 뒤에 있는 저 사람 보이지? 모자 눌러 쓴 남자 말야."
"뒤에? 저 사람은 이 윤성 검사 같은데, 저기서 뭐하는 거지?"
"저 두 사람을 엿 듣는 거 같지않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선 김 기만이 가게를 나왔다. 박 형사와 김 형사는 얼른 몸을 숨기고 가게를 나오는 김 기만을 주시했다. 가게를 나온 김 기만은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 그 자리를 떠났고, 곧이어 김 기만의 뒤를 따라 나온 이 윤성이 서둘러 주차장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까지도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던 김 형사와 박 형사는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이 윤성의 차를 발견했다. 이 윤성의 차는 김 기만의 차가 사라진 곳을 향해 속력을 내고 있었다.
"야! 가자!"
시선을 마주친 김 형사와 박 형사는 서둘러 자신들이 세워 놓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김 기만의 뒤를 쫓는 이 윤성의 차를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 주차장을 연상시키는 서울의 주말 도로는 그들의 추격전을 맥없이 중단시켜버렸다.
김 형사와 박 형사는 김 기만을 놓친 이 윤성의 차를 쫓아 박 시연이 일하는 커피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이 윤성이 박 시연과 친구로 보이는 또 한 사람을 태우고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했다. 그렇게 맥없는 한 밤의추격전을 끝내고 서로 돌아온 김 형사와 박 형사는 멍하니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놈, 김 기만이 확실했지?"
"확실해."
"정말 어이가 없네. 아니 어떻게........근데 김 형사 너는 20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놈을 알아 본 거야?"
"그때 그 사건, 미제로 넘기면서 굉장히 찝찝했었거든. 사건 정황도 확실하고, 용의자도 있었고, 그때 조금만 더 수색을 했더라면 분명 시신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윗선에서 수사를 종결시켰었잖아."
"그랬었지. 하지만 그때는 워낙에 인력이 딸렸었잖아. 그 일대를 모조리 뒤질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한지 잘 알잖아."
"그것도 있지만 결정적인건 윗선에서 이유도 불분명하게 사건을 종결 시켜서 였어. 피해자의 사체가 사라지고 없는 마당에 말단 형사 주제에 혼자 고집 피워봤자고, 어쩔수 없이 덮을 수 밖에 없었어."
"하긴........."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처음으로 맡았던 사건을 그렇게 맥없이 종결시키고는 20년 형사질 내내 맘에 걸렸었지. 그것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 이름이 거론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시하게 되더라구."
"아무리 그래도 김 기만 그 놈은 그 사건 이후로 그 쪽 일에서 손을 씻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한 눈에 알아봤어?"
"5년 전쯤인가 놈의 여권을 갱신하며 신원 조회를 해와서 그때 놈의 얼굴을 다시 봤었지."
"그래서 그 놈을 한번에 알아봤구나. 근데 이 윤성 검사는 뭐지? 왜 김 기만을 쫓아간거지? 김 기만을 알고 있었던건가?"
"나도 그게 궁금해. 이 검사가 김 기만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박 형사를 보고 있던 김 형사가 이제껏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펼쳐들었다.
이 윤성, 엄 기태, 박 시연, 백 성현.......
김 형사는 이 윤성의 대한 자료를 집어들었다.
이 윤성, 28세.
거대 건설 이 태성 사장과 부인 남 지현의 장남이자 현 서울지검 검사!
정치계 실세인 김 동석 국회 의원의 외동딸 김 다인과 약혼을 했고,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 윤호라는 남동생이 하나 있음.
"여기서 이상한 거 찾을 수 있겠어?"
"글쎄, 모르겠는데......."
한참동안 서류를 뚫어져라 보고있던 박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못된 것이 없다. 아니 너무도 완벽한 신상 명세서이다. 잘 나가는 집안의 장남에다 현직 검사, 게다가 정치권 실세의 국회의원의 딸을 약혼녀로 둔 완벽한 프로필이다. 그래서 이상하다. 이렇듯 완벽한 프로필을 가진 사내가 왜 김 기만 같은 자의 뒤를 쫓고 있는 걸까?
두 사람은 머리를 맡대고 앉아 이 윤성에 대한 자료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애꿎은 줄 담배만 연신 피워대는 김 형사를 박 형사가 못마땅한 듯 쥐어박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생각 난듯 박 형사가 이 윤성의 자료를 집어 들고 어디론가 나갔다.
"야!!!! 어디 가?"
"잠깐 기다려 봐!"
김 형사가 알아볼게 있다며 서둘러 나가는 박 형사를 불러세웠지만 박 형사는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 던져놓고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 버린다. 혼자 남은 김 형사는 홀로 사무실에 앉아 이 윤성의 서류를 보고 또 보며 그렇게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렇게 말없이 밖으로 나갔던 박 형사가 서류 한장을 들고선 빙글빙글 재밌는 장난감을 찾아낸 아이처럼 웃으며 돌아왔다. 책상에 엎드린채 잠 들어있던 김 형사를 흔들어 깨우는 박 형사, 선잠을 깨고 어리버리 정신 못차리고 있는 김 형사 앞에 박 형사가 서류 한장을 들이민다.
"뭐야?"
"재밌는 거! 아주 재밌는 걸 알아냈지."
"가족 관계 증명서?"
"그래, 이 검사 가족 관계 증명서야!"
"가족이라면........"
"이 윤성 검사의 아버지인 거대 건설 이 태성 사장과 어머니 되는 남 지현, 서류상으로 이 두 사람이 결혼을 했을때 말야 남 지현의 나이가 25살이었어."
"그게 뭐?"
"그런데 이 검사 나이가 지금 28세야. 남 지현이 올해 50세가 되니깐 22살에 이 검사를 낳았다는 계산이 나온단 말야."
"그거야 그럴수도 있지. 애부터 낳고 살다가...."
"아니, 남 지현은 20세부터 24세까지 미국에서 거주하며 대학을 다녔어. 이 태성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외국을 나간 적이 없고."
"남 지현이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왔다 갈 수도 있잖아."
"그래서 혹시나하고 남 지현의 출입국 자료를 살펴봤는데 미국 유학을 떠난 뒤, 학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단 한번도 한국에 들어오질 않았어. 대신 거대건설 전 회장인 남 지현의 아버지가 수시로 남 지현을 만나려 미국을 갔던 것만 확인 됐어."
"그럼 남 지현이가 이 검사를 미국에서 낳았단 말야?"
"하여튼 멍청하긴! 박 시연이 일하던 커피점에 매니저가 그랬다면서, 남 지현이 박 시연이 이 검사와 잘 어울린다며 비꼬았다고."
"그랬지. 모자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보였다고 그랬지."
박 형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객관적으로 이 윤성 검사는 큰 키에 잘 생긴 외모와 검사라는 타이틀까지, 흔히들 엄친아라고 말할 정도로 잘난 사내다. 보통의 부모라면 그런 아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울것이고, 그런 아들이 한낱 커피점에서 알바하는 여대생을 만난다는 사실에 분노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검사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비웃었다고 했다. 화를 내기는 커녕 잘 어울린다는 말까지 했다고 했다.
"그럼, 남 지현이 이 검사의 친모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 이 태성 사장이 밖에서 낳아온 아들일수도 있다는 건데, 남 지현과 대립각을 세우는걸로 봐서는 거의 확실한 거 같아."
"하지만 호적상으로는........"
"이 태성 사장 검사 출신이야. 이런 서류 하나 조작하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큰 범죄행위도 아니고 고작해야 자기 자식 호적을 좀 손 댄거 뿐인데 누가 관심이나 가지겠어?"
김 형사는 '탁'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이제서야 뭔가가 좀 풀려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 태성 사장이 밖에서 낳아온 아들을 장남으로 떡하니 호적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남 지현은 이 윤성과 사이가 안 좋을 것이고, 그래서 박 시연을 찾아가 그 난리를 쳤던 것이다.
"그럼 이제 박 시연과 이 검사 사이만 남은 거지?"
"아니지, 우리가 지금껏 이 윤성 검사를 미심쩍어한 이유는 엄 기태 사건과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잖아."
"아차차!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박 형사는 김 형사가 여지껏 모아놓은 자료들을 펼쳐놓았다.
이 윤성 검사가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고 사라졌던 그 사흘은 엄 기태가 죽은 그 다음 날부터 였다. 이 윤성은 그 사흘간의 알리바이로 박 시연을 내세웠고, 남 지현은 그 사흘간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박 시연을 찾아왔었다. 그 이후 박 시연의 집 근처를 죽은 엄 기태의 수하들이 어슬렁거렸고, 그 놈들 덕분에 대문에서 혈흔을 발견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윤성 검사의 알리바이가 되어 준 박 시연은 처음엔 죽은 김 경석 변호사를 알지못한다고 했다가 다시 김 경석 변호사를 통해 이 윤성을 소개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게다가 오늘 김 기만을 쫓아간 이 윤성까지!!!
박 형사는 이제껏 주묵구구식으로 뭉쳐놓았던 이 윤성에 대한 김 형사의 자료들을 하나하나 요점정리를 하듯 펼쳐놓았다. 그리고, 빨간 매직펜을 들어 엄 기태와 김 기만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 두 놈! 기억나지?"
"잊을 수가 없지. 그때 시체만 사라지지 않았어도 분명히 잡을 수 있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얼마전에 있었던 법원 차량 폭파 사건!!!"
"응? 법원 차량 폭파 사건? 그건 왜?"
"그때 죽은 놈 중에 오 상수가 있었어."
"오 상수? 오 상수면......."
"맞아, 그 놈이야."
"그....그럼......."
"사건 담당한 형사 말로는 그때 법원 주차장 CCTV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대. 폭파 당시에 조작인지 고장인지 아무것도 찍히게 없다고 했어. 그래서 수사가 답보 상태라고."
"세 놈이 모두 20년전 사건의 용의자야.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지. 안그래?"
"문제는 이 놈들과 이 윤성 검사가 무슨 관계가 있냐는 거지. 김 형사, 이 윤성 검사에 관한거 더 조사한 거 없어?"
"이게 다야. 워낙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라서 별 다른게 나오질 않더라구."
"아무튼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본다면 엄 기태와 오 상수를 죽인 범인은 이 윤성 검사일 가능성이 농후해."
"하지만 그때 사용된 총기류가 발견되지 않고 있잖아."
"아무리 조폭이라도 총기류를 쉽게 반입하지는 못해. 근데 검사라면......"
"응?"
"으이구~ 담배 좀 끊어라. 그 머리로 무슨 수사를 한다고."
"아.......아니, 검사한테 지급 되는 총은 모두........"
"증거 보관실에 가면 압수된 불법 무기가 쎄고 쎘어. 게다가 세관 창고에도 쌓여 있는게 총이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굴거 같아?"
"그렇지. 불법 무기 압수한것도 있고, 세관에 압류된 총기도 있을 것이고......일치하는 총이 있는지 알아보자."
"어느 세월에? 게다가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그 다음 목표는 김 기만이 되는거야."
"김 기만...............근데 박형아! 이 사건에 연루된 놈이 하나 더 있었지 않았어?"
"조.....만수? 조 만수가 맞을거야. 그런데 그 놈 역시 김 기만과 함께 사라졌어. 그 사건 이후로."
김 형사와 박 형사는 심각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증거가 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추측만으로 꾸민 가상의 시나리오에 아직 두 명의 타켓이 더 남아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 용의자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법원 차량 폭파 사건과 조직 폭력배 두목 엄 기태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어쩌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를 미래의 피해자 두 명도 찾아냈다.
"분명히 이 윤성 검사가 20년 전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야."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때 그 사건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어."
"기억나. 사건 현장이 온통 피바다였는데 시체가 없었어. 이웃에 사는 사람이 분명히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었고. 그런데도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놈들을 기소하지 못했었지. 더구나 그때 네 놈이 모두 사건 현장에서 기절한체로 딩굴고 있었는데도 말이지."
"그때 말이야,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죽은 여자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았다고 했었는데 사건 현장 어디에도 아이는 없었어. 그때 다들 여자와 아이가 함께 죽어 어딘가로 유기됐을거라 생각했거든."
"그 아이......이 윤성 검사가 아닐까? 그때 자기 엄마를 죽이는 놈들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지금 복수하는게 아닐까?"
"말이 안되지. 그때면........8살쯤 됐을건데, 8살이면 기억을 할까?"
"왠만한건 기억나지 않을까? 더구나 자기 엄마가 죽었는데 그런 큰 사건은 잊기 힘들거야."
"그런가? 그런데 어떻게 그 현장에서 살아난거지? 그리고 어떻게 이 태성 사장 아들이 된거지? 고아원에 버려졌다 입양됐나?"
"이거 안 보여? 아들이 하나 더 있잖아. 아들이 있는데 왜 입양을 하겠어? 그리고 호적엔 입양이 아니라 친자로 되어있어. 그것도 장남으로 말아야."
"그럼 이 태성 사장이 친 아버지란 말인데, 그때 죽은 피해자가 이 태성 사장이 결혼 전 동거하던 여자라는 결론이 나오네. 남 지현이 그걸 알고 있을까?"
"당근 모르고 결혼했겠지."
박 형사와 김 형사는 자신들이 풀어놓은 사건의 전개도를 보며 어이가 없다. 그때 당시 시체를 찾지못했기에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킬수가 없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네 사람도 모두 풀려났었고, 사건은 미제로 남겨져 버렸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건의 전개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20년 전에 그 사건, 이 태성 사장과도 관련이 있을 거 같은데........."
"냄새가 나지? 그때 이 태성 사장이 검사로 재직 중이었지?"
"아무래도 그때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좀 알아봐야 겠다. 그 후에 아이가 발견됐었는지, 또 그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아볼께."
"알았어. 그럼 난 박 시연을 다시 만나볼께. 김 기만이 왜 박 시연을 찾아왔는지 알아볼께."
첫댓글 잘보고가요~~~~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쌔끈여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