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냥 아무렇게나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노장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강했다.
지난 금요일 밤에 아차 싶어 티비 앞으로 달려갔다.
새로 시작되는 "꽃보다 할배" 파리, 대만에 이은 스페인편이 방송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채널을 찾았다.
늘 그렇듯이 첫방송은 언제나 시작의 설렘과 나영석 PD와의 밀당 부분이 차지한다.
소소한 즐거움이긴 하지만 여행에 들뜨는 모습은 이미 전편을 통해 익숙해서인지 식상스럽긴 했다.
와중에 나피디의 꼼수가 절묘하게 악역의 재탄생을 예고 하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81세 할배 이순재의 뼈아픈 후회.
나영석 PD에게 속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서류에 사인을 함으로써 졸지에 리더가 되어 짐을 떠안는 모습은
안타까움의 절정이었는데 해당 서류에는 멤버들의 용돈을 줄이겠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기록되어 있었던 것.
게다가 공항에서 '서지니'의 합류가 늦어짐을 알게 된 할배들은 모든 상황이 멘붕일 수밖에 없었으니
할배 이순재가 치뤄야 할 대가와 해내야 할 일은 이미 시작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서
거대하고 막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역시 직진 순재는 어떠한 상황이던 개의치 않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왕 형님의 모습을 보여주니
시청자의 입장에서 할배의 역경 모습을 아슬아슬 하게 바라보면서는 더불어 심장이 조여오는 듯 하긴 했다.
동생 할배들이 긴 여행 동안 잠을 청하고 시작된 여행의 고단함을 나는 모르쇠로 밀쳐둘 동안
책임져야할 묵직한 임무 덕분에 불안해 하면서도 꿋꿋하게 대처해야만 하는 순재형님의 리더십은
비행기에서도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가이드북만 뚫어져라 살핌은 물론 버스 안에서도 여전히 공부를 하며
스페인어를 잊을새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누구에게라도 주저하지 않고 길을 묻는 그의 모습은
흡사 '꽃보다 누나'의 짐꾼 이승기를 기억나게 해 티비를 보면서 더불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좌우지간 연신 가이드북을 들여다 보고 지도를 손에서 놓지 아니한 채
'그저 형님만 믿사옵니다' 동생들을 이끌어가며 숙소 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대단함을 느끼게 하여 티비를 들여다 보는 쥔장이 부끄럽기까지 했다는 말씀.
뿐만 아니라 고난의 행진을 하면서 끝없이 묻고 또 묻고 와중에 신구 할배의 만만찮은 영어 실력까지 합세하니
할배들의 위력이 정말 대단해 보였으며 할배들의 역할 분담이 이번에는 어떻게 펼쳐질지 그 또한 기대되기도 했고
전편을 통해 '맏형'의 자리에서 '리더'의 자리로 옮겨 온 이순재가 동생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숙소로 데려가기 위해 동분서주 바삐 움직이다 보니 거의 끼니도 거르다 시피 하며
고단한 여정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서는 책임감이란 바로 저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는 말이자
얼떨결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맡게 된 '대장'이라는 역할의 무게는 무겁기만 했지만 그에 대한 책임감은 막중한 만큼
할배 이순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내는 모습을 보면서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으며 '브라보 브라보 이순재'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는 81세의 나이...티비를 통해 그 나이가 전달되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오고
할배 이순재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면서도 나도 모르게 짜증이 확 밀려오기도 했다.
'너무 한 것 아니야? 나 피디....'라며 화를 내다가도 좌우지간 형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조건 형님을 믿고 따른 동생들과 그 믿음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리더 순재, 그는 해냈다.
그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분명한 대장이었다.
할배 이순재에서 리더로서의 이순재로 거듭난 그가 전하는 말은 명불허전이다.
"나이 먹었다고 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 받으려고 주저앉아버리면 늙어버리는 거고 난 아직도 한다 하면 된다는 거야.
끝을 생각하기보단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하다. 팔십이라는 건 빨리 잊어버리고 아직도 육십이구나 하고 살아야지"
처음 시작 파리편엔 호기심이었다면 두번째 대만 편에서는 초급자로서의 자신감이 있었다.
이제 세번째 스페인 편에서는 중급의 레벨을 지닌 진짜 배낭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들의 의도만큼 충분히 할배들이 해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할배들에 의해 새삼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그들이 나이 먹었음에 안주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능력을 드러내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덧입혀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는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는 중이다.
꽃보다 핣배, 그들의 중단 없는 전진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로 인해 당분간 금요일 저녁이 즐겁겠다.
이참에 나영석 피디에게 부탁의 말씀 하나,
다음번에는 꽃 중년 아저씨들의 모습을 기획해달라는 것이다.
제발....
첫댓글 벌써 시작했어요?
아직 챙겨보지 못했는데, 봐야겠어요
역시 기대감은 생깁니다.
하지만 다음 편도 기획을 한다면 반드시 다른 등장인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긴 합니다.
케이블에서 함네까? 본적이 없어서리...? ㅋ~!
티비 엔 이라는 케이블 채널 입니다.
어제는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심혈을 기울린 성당과 공원 등등 정말 장관의 장면들이 시선을 빼았았답니다.
가우디 작품 만나러 스페인에 가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