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慈한 王妃'의 금메달
박인비 선수의 本名, 즉 부모가 지어준 漢字 이름을 알려면 한국 언론이 아니라 일본 언론을 검색해야 한다. 이는 한글專用에 의한 한국어 파괴, 그 결과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비극이다. 朴仁妃. 仁慈한 王妃라는 뜻이다. 어제 리오 올림픽 여자 골프 결승 라운드에서 보여준 그녀의 ‘차분한 권위’와 '의젓한 행동'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름대로 된 사람이란 느낌이다.
일본의 ‘야후(Yahoo) 뉴스’는 朴仁妃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이렇게 시작하였다. <本家本元이라는 말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리오데자네이로 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일에 박인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로 王道라는 분위기였다.>
本家本元은 일본인들이 “이게 진짜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한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원조(元祖)와 비슷한 말이다. 王道는 정정당당한 길을 뜻하는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의 강조이기도 하다. 즉 세계 여자 골프계의 女帝로 불리는 朴仁妃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것이 너무나 어울리고 당연하다는 뜻이다.
박인비 선수는 어제 무심한 표정을 견지하였다. 일부러 냉정하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無心이었다. 사람이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별명(女帝)다운 자태였다. 仁妃다운, ‘인자한 왕비’의 모습이었다.
作名이 운명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사람이 이름을 닮아간다는 이야기는 경험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漢字로 써진 이름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作名을 잘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작명을 잘못하고도 성공하는 인간, 조직, 정책은 매우 드물다. 作名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조갑제 닷컴/趙甲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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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心'의 경지에서 드러나는, 순수한 겸허함-
내가 시합 후의 박입비 언동에 감동하는 이유입니다.
퍼터를 양손으로 버쩍 들어올린 세레모니가
이제껏 최고의 세레모니라니 참 仁妃답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