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 날 :2022년 12월 15일 수요일 17:00
읽어준 곳 :경산아가페
읽어준 책 :<강이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시•김병하 그림, <석수장이 아들> 전래동요•권문희 그림,
<줄무늬가 생겼어요> 데이빗 섀논 글•그림
함께한 이 : 최진*, 박서*, 최보*, 배차*, 김유*, 주시*, 선우운*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갔다.
얼마동안 창희씨가 수고하여 아이들에게 내 몫까지 읽어주셔서 참 감사하다.
도서관에 들러 생각해뒀던 책을 빌리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강이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시•김병하 그림, <석수장이 아들> 전래동요•권문희 그림, <줄무늬가 생겼어요> 데이빗 섀논 글•그림 <준치가시> 백석 시•김세현 그림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다 보면 2권 정도 읽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떤 책을 좋아할지 궁금해하며 4권을 빌렸다.
어제 만났던 것처럼 여전하게 반갑게 인사했다. 키는 조금 자랐다.
“선생님 그동안 왜 안왔어요?”하고 물었다. “고등학생 형, 누나들 가르치러 잠깐 갔다 왔다”고 얘기해줬다. 오늘은 무슨 책을 가져왔냐며 묻는다. 그리고 한 친구가 귓속말로 오늘은 일지에 꾸미기를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본다. 그럼~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니 모두가 다 안 하면 안 되냐고 묻는다. 일지를 보면 늘 ‘제가 적을게요. 적고 싶어요’ 하던 친구가 역시 자기는 꾸미고 싶다고 했다. 일지 적고 싶은 친구는 적고 안 적고 싶은 친구는 안 적어도 된다고 말해줬는데 “안 꾸미면 안 돼요?”했던 친구가 “그럼 저도 할래요...” 한다. 책을 읽어주는데도 경쟁하듯 일지를 꾸민다고 책을 보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서 책부터 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먼저 보고 싶어 한 책은 <강아지와 염소 새끼>였다. 권정생 선생님 책 함께 읽었던거 기억나냐고 물어보니 “어어, 그거, 그거”하며 기억 날 듯 말 듯 “아~ 제목 모르겠어요.” 한다. “강아지똥” 얘기해 주니 “ 아~~알아요. 그거 맞아요” 한다.
표지를 펼쳐 보여줬다. 강아지가 왜 이러는 거 같냐고 물어보니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면지의 하늘색을 보여 주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얘기해줬다. 뭐 같냐고 물어보니 파란 하늘 같다고 했다. 졸고 있는 염소 곁에 강아지가 놀자고 다가가선 귀를 꽉 깨물었다. 새끼염소가 골이 나서 쬐그만 뿔대가리를 세웠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를 번갈아가며 보다가 밧줄 고정한 나무못이 빠져서 강아지가 염소 새끼에게 쫒기는 장면을 보고 한 친구가 말했다. “선생님 ~~ 옛날 사람들도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았어요. 보세요. 지구가 둥글어요” 맞다. 파란 하늘아래 풀밭을 그림 작가가 둥그렇게 표현했는데 그걸 발견한 거다. 난 넘 기특했다. “그래~~ 그렇네 ^^”
다음 장면에서 ‘누가 이기이나?’ 하는데 “ 선생님~ 벌써 지구 한 바퀴를 돌았어요.” “ 선생님~~ 하늘 보세요. 진짜예요. 하늘이 색깔이 바뀌었잖아요. 하루 종일 달렸어요.” 하며 진짜 지구 한 바퀴를 돈 게 맞다며 이유들을 설명한다. “표정도 이제 좋아졌어요!” 한다.
“그래? ^^ 그런가보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모심기, 모내기하는 거 본 적 있냐고 물으니 본적이 없단다. 굴뚝에 연기가 나는 장면을 보며 뭐냐고 물으니 아리송한 표정을 짖는다. 굴뚝에 연기 나는 걸 처음 본다고 한다. 아궁이에 불때어 밥 짖고 온돌방 데우는 얘기해주었다. 중참을 머리에 이고 아기를 업고 오는 엄마의 모습이 신기한지 “이거보세요” 한다. 교회를 보고는 우리교회도 있는데 하며 반가워한다. 염소 새끼와 강아지 표정이 좋다고 또 얘기한다. 뒷짐 지고 가시는 분이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란다. “권정생 선생님?” 하고 물어봤다.
얼른 다른 책 읽어 달란다.
그다음 고른 책은 <석수장이 아들>이다.
권문희 선생님 책 기억나는 거 있냐고 물었다. 또 “어~~~”한다. 그림을 보라고 했다. 기억나는 거 없냐고~ 또 “어~~~”한다. ^^
“깜박깜박 잊어먹는 도깨비~~”하니~~ “아~~ ”하고 기억했다. 그 책은 다 읽어주지 못하고 가져갔다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이 그림만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기억이 나나 보다.
석수장이가 뭐냐고 물어보니 모른단다. “그럼 같이 보면서 알아가 보자” 했다. 면지를 보여주며 “뭐가 생각나?, 뭘 거 같아?”하고 물었더니 눈치 빠른 한 녀석이 “돌!” “바위!” 한다. 앞 표지에서 보았단다. 속표지를 펼쳐서 보여 주니 노란 옷을 입은 친구가 놀자고 달려오는 거란다. ‘너두 너두 이담에 석수장이가 되겠수’
‘그까짓 석수장이’
‘나는 나는 이담에 아주 아주 부자가 되어 사냥이나 다닌다우’
여기까지 읽었는데 아이들이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놀리고 있다는 눈치 보다 둘이 친한 친구로만 계속 생각했다. 그래서 석수장이에 대해 설명해 주고 돌을 깨고 있는 아빠와 아들의 기워 입은 옷차림을 보여 주니 아이들 표정이 바뀌었다. “아......”
석수장이 아들 허릿춤에 꽂힌 만원, 돈이 다 떨어졌다, 구름에 석수장이 아들 모자가 있다, 회오리 바람, 담이 되면 너는 너는 뭐가 될래? 물어보니 음~~ 고민하고, 고양이가 되면 호랑이가 되겠다 하고, 호랑이 꼬리로 변하고 있는 장면 발견도 하고, 못이 내려오는 장면에서는 아빠 같다고, 올라간 어깨가 내려왔다고 얘기했다.
‘나는 나는 이담에 석수장이가 된다누’
돌하루방이 웃고 있단다. 뒷면지 돌하루방에 앉은 노란 나비도 발견했다.
“선생님~ 얼른 얼른 다른 책 읽어주세요”
<줄무늬가 생겼어요>가 무척 궁금한가 보다. 시간을 보니 24분이다. 6분 남아서 책을 얼른 읽어주겠다고 했다.(저녁시간이라 시간 맞춰 내려 보내줘야 한다.) 친구들이 생각보다 이 책에 넘 호기심을 보여서 나도 신나게 챙겨 들었다. “왜 이렇게 줄무늬가 생겼을까?” 하니 무지개 사탕을 먹어서란다. “그래? ”하고 기다렸더니 뭔가 이상한지 표지 그림을 다시 살펴본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체온계도 물고 있고 표정도 좋지 않은 게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영어를 좀 아는지 알파벳을 읽기 시작하길래 모두 다 같이 ABAD CASEOF STRIPES 알파벳을 큰소리로 읽었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좋아했지만’ 으로 시작한다.
아~~!! 아욱콩을 좋아해서 초록색인가봐요. 한다.
‘옷을 마흔두 번이나 갈아입어 봤지만......‘
지금껏 말 없이 보고만 있던 한 친구가 ’그냥 좋아하는 거 입고 가면 되는데......’ 한다.
결국 카밀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줄무늬가 생겨버렸다. 책을 읽는데 아이들 표정이 점점 심각해진다. 아까 말했던 친구가 다시 날 조용히 바라보며 ‘좋아하는 옷 입으면 되는데......’하고 또 말한다. 글이 길어지고 시간이 다 되니 아래층과 책을 번갈아 보는 친구가 있어 빠르게 읽어주었다. 아이들 표정은 한결같이 심각했다.
할머니가 오셨다. “아아~~ 아욱콩이 먹고 싶어서 그랬구나! 맞죠?”
“아~~ 머리에 핀이 무지개색이예요” 하고는 밥 먹으러 뛰어 내려갔다. “선생님~~오늘 일지 못 적었는데 어떻게 해요?”하고 물어보아서 괜찮다고 얼른 밥 먹으러 내려가라 했다.
아이들과의 책 읽기는 참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 옛날 사람들도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았어요. 보세요. 지구가 둥글어요”
“표정도 이제 좋아졌어요!”
첫댓글 늦은시간에도 수고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