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 글 | 권은정 미술놀이 | 112쪽 | 188×233㎜
값 10,000원 | 발행일 2015년 12월 17일 | ISBN 978-89-6177-117-7 (73600)
문의사항 연락처 도서출판 다림 편집부 대리 김채은 02) 2655-9386 anchovykce@naver.com
‘이야기’와 ‘미술놀이’가 함께 담긴 어린이 예술서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시리즈는 화가를 중심으로 명화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와 미술놀이를 함께 풀어낸 어린이 종합 예술서다. 특히 ‘명화 감상’을 어려워하는 어린 독자들을 위해 친근한 말투로 정보를 전달하고, 창의력 넘치는 어린이들의 작품을 담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시리즈는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모네 순간을 그린 화가들』을 시작으로, 자화상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렘브란트 자화상에 숨겨진 비밀』과 비행 기계 발명에 초점을 둔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늘을 나는 상상』, ‘춤’을 주제로 고갱의 열정적인 색채에 대해 다룬 『고갱 타히티의 춤추는 여인들』, 독특한 시선과 기법으로 새로운 미술 세계를 연 고흐의 이야기를 담은 『고흐 마음을 담은 그림 편지』, 16세기 농민들의 삶을 보여 주는 『브뢰겔 익살과 풍자로 가득한 풍속화』가 나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화가는 세잔이다.
세잔의 그림은 왜 특별할까?
야외로 나가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변화를 포착하여 그렸던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부른다. 세잔은 후기 인상파로 분류하는데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색채를 중시하면서도 인상파 화가들과는 다른 개성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세잔은 인상파 그림이 가볍고 투명한 표현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세잔은 사물이나 자연을 그릴 때 실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그리려고 했다. 그래서 사물을 균형 잡히도록 배치해 구도를 잡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 붓질을 여러 번 덧칠했다. 그리고 문제가 풀릴 때까지 같은 주제의 그림을 반복해서 그렸다.
세잔의 삶과 작품 세계
세잔의 그림에서 반복되는 몇 가지 주제를 이해하면 그의 삶과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잔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법률가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화가로서의 길을 택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지만 평생 자신의 고집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또한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 덕분이었다.
세잔은 아버지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다. 일점 원근법 같은 전통적인 화법을 무시한 채 어떻게 하면 사물이 가진 본래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것을 위해 선택한 주제가 바로 사과였다. 그는 테이블과 테이블보, 접시와 사과를 세심하게 배치하고 꼼꼼하게 칠했다. 그렇게 탄생한 사과 정물화는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본 사람들은 붉거나 푸른 얼룩으로 뒤덮인 단단한 사과가 낯설 뿐이었다.
세잔은 자신이 좋아하던 ‘생트 빅투아르 산’,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목욕하는 여인들’ 같은 주제도 즐겨 그렸다. 그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산 전체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원근법 대신 모든 형태를 구, 원통, 원뿔 형태로 바꿔 그림 속에 빼곡히 채워 넣었다. 그의 풍경화는 얼핏 보면 얼룩들로 가득한 평면처럼 보이지만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의 형태가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목욕을 하는 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림 속 여인들은 날씬하고 여성스러운 몸매도 아니었고, 형태도 분명하지 않지만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편안함을 주고 있다.
주제가 비슷하거나 표현법이 다른 화가의 그림을 함께 보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세잔의 정물화와 19세기에 그려진 바니타스 정물화를 비교해 보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포착한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통해서는 세잔과 인상파와의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린 풍경화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보면 화법뿐 아니라 동서양 화가들이 자연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 역시 뚜렷이 드러난다. 또한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 목욕하는 여인들은 이전부터 많이 그려졌던 주제지만 다른 화가의 작품과 비교할수록 세잔만의 독특한 표현법에 감탄하게 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명화 감상책
이 책은 단순히 세잔의 작품을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명화와 관련된 다양한 미술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한지나 지점토를 사용해 사과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사과의 형태를 익힐 수 있고, 직접 사과를 배치하여 정물화를 그리거나 삼각형 종이에 맞춰 그림을 그리며 구도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물 크로키를 통해 인체의 비례를 알게 된다. 한편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도록 나이프로 물감을 바르거나 긁어서 표현하기나 콜라주, 스크래치 페이퍼와 아크릴판을 이용해 명화 모사하기 등 흥미로운 활동도 함께 다루었다.
세잔은 오늘날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린다. 세잔의 작품은 이후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피카소와 브라크는 입체주의를 탄생시켰다. 몬드리안의 추상 미술 역시 세잔의 단순화 작업을 발전시킨 것이었다. 외골수 화가의 외로운 도전이 어떻게 오늘날 수많은 현대 미술의 출발점이 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미리보기
‣ 차례
이런 사과는 먹고 싶지 않아
욕심 많은 화가
마음으로 느끼고 그린 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자연 속의 여인들
위대한 사과
부록
1. 세잔의 발자취
2. 고집스러운 작가, 에밀 졸라
3. 미술관에 놀러 가요
‣ 저자 소개
글쓴이 정은미
서울대학교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서울·뉴욕·베를린 등 여러 나라에서 전시회도 했다. 『서양미술, 역사로 보다』 『미술 속 시간여행』 『몬드리안이 조선의 보자기를 본다며』『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 『아주 특별한 관계』를 출간했고 번역한 책으로는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 『교실 밖 그림수업』 시리즈 등이 있다. EBS <TV 갤러리> <대한민국 창의력 프로젝트 아바타>, KBS <TV 미술관>에 출연했었고, 지금은 명지전문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매체에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미술놀이 권은정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장애아동 미술교육에 관심이 많아 지금은 해우아동미술센터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수다쟁이 미술선생님의 점·선·면 놀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