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9:10 피 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온전한 자를 미워하고 정직한 자의 생명을 찾느니라 (개역개정판)
6월 29일은 역사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날이다.
천주교 측에서는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날이라고 주장하는 그 날에
1987년 6월 29일에는 6.29선언이
1995년 6월 29일에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1998년 6월 29일에는 동남은행과 경기은행, 충청은행, 동화은행, 대동은행이 퇴출되는 IMF발 1차 구조조정이
2002년 6월 29일에는 서해교전이라고 잘못 명명된 제2연평해전이
2014년 6월 29일에는 IS라고 불리는 정신나간 집단이 이슬람 국가를 선포하는 일이 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얼마전인 2021년 6월 24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아파트 붕괴사고(플로리다 챔플레인 타워 붕괴 사고)처럼
끔찍한 참사였고
결코 발생해서는 안될 안전 사고였다.
또한 제2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 내내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은 북한이
자주 침범했던 NLL을 넘어서
조악하기 짝이 없는 전차포를 경비정에 싣고서(혹은 얹고서)
아무런 예고 없이 발포하여
결국에는 소중한 우리군 6명을 전사하게한, 비겁하기 짝이 없는 북한의 대남도발행위였다.
당시 대통령을 포함하여 월드컵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도발은 어떤 의미였을까?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1998년 여수반잠수정 격침 사건, 1999년 제1연평해전 이후 다소 잠잠(?)했던 북한이었기에
그리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는데
당시 어느 여집사님의 말을 분명히 기억한다.
"하여튼 북한, 좀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잘되는 꼴을 못봐"
개인이 그러하듯
국가도 그러하니
못된 심보를 가지고
악한 행동을 일삼으며
특히 무고한 이의 피를 흘리는 짓까지하는 어리석은 국가의 어리석은 지도자와 어리석은 관료들은
결국 그 어리석음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 잠언의 교훈이다.
북한의 어리석은 행보와 무관하게
우리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인해, IMF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던 우리 국민들은 들떠있었고
3개월만에 이어진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이제는 대부분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큰 이슈였다.
그렇게 제2연평해전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피흘릴 이유가 없었던 청년들이 해상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하는 동안
가난한 자의 사정을 알아줄 지식이 없는(잠 29:7)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그해말 제16대 대통령 선거로, 또 저마다 자신의 일로 (혹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야인시대나 인어아가씨 등의 드라마 시청으로)
나름대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영결식에는
전두환, 손학규 등의 인사가 참석했던 반면
마땅히 참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도 다른 곳에 관심이 더 많았다.
내가 미군 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했을 당시에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었던 미8군 사령관 라포트 대장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냈던 반면
최고의 대우와 예우를 하겠다던 정부와 지자체, 군당국에서는 편지는커녕 전화도 없었고 공문이나 몇 번 보냈다고 알려졌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민간에서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최연소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지내는 동안, 지혜롭고 슬기로웠으며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겸손히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고령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지내는 동안, 고집세고 독단적이었으며, 주변의 충고를 무시했다고 알려진 도널드 럼즈펠드가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던 지난 6월 29일
전직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는(그러면서 그 내용의 대부분을 자신을 임명했던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채웠던) 기자회견을 했던 그 날
꾸준히 연평해전과 천안함 유족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고 있다고 알려진 어느 정치인은
연평해전 당시, 생후 100일이었던 딸을 남기고 전사한 故 조천형 중사의 딸이 이제는 여대생이 되어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찾아온 자리에서 만나 위로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전쟁과 전쟁 영웅을 잊은 나라는 결코 우리의 조국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민주화를 위해 힘쓴 분들이나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당한 분들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당하는 수많은 이들이나
그리고
여전히 핍박받는 주님의 백성들, 곧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국가가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듯이
백성도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하나님 나라에 속한 자들에게도
기억해야할 무언가가 있다.
전쟁과 전쟁 영웅을 잊은 국민은 결코 우리나라의 국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란 말이
성립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흘리기를 좋아하는 자가 악하다면
피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들로 인해 고통당했고 또 당하고 있는 자들을 잊고 살아가는 것도 선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