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마틴의 골프 리모델링] 트러블샷
일단 탈출만 생각해라
오래된 내 친구 얘기다.
그는 플로리다에 위치한 프렌치맨스크릭골프클럽에서 US오픈 예선전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그를 지켜봤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순조로웠다.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36홀 중 30홀째 그는 2언더파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US오픈에서 뛸 수 있는 기대감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러나 그는 간단한 클럽 실수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12번 홀 파3, 160야드(146미터) 거리였다.
약간의 맞바람이 불었다.
보통 그는 155야드(141미터)를 날리기 위해 6번 아이언을 사용했지만
바람을 잘못 판단해 공이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크릭(워터 해저드)을 피하기 위해 그 친구는 그린 건너편에 공을 보냈다.
하지만 그곳의 라이는 좋지 않았다. 플로리다의 전형적인 모래 라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친 샌드웨지 샷은 다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또 다음 샷은 그린을 지나갔고 다시 시도한 끝에 간신히 물을 피해 그린 앞 벙커에 떨어졌다.
공을 벙커 밖으로 빼내고 투 퍼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의 12번 홀 최종 스코어는 9였다.
결국 그는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했다.
현실 가능한 타깃을 정한 후 탈출에만 집중한다.
코치로서 난 이 같은 경우를 많이 본다.
작은 트러블 상황에서 판단을 잘못해 트리플 보기나 그 이상의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런 상황에 빠졌다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가능한 빨리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겸손한 어프로치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트러블샷 공략법은 공을 다시 페어웨이로 보내는 것이다.
많은 골퍼들은 잘할 수 있다는 느낌만을 갖고 무모한 시도를 하며
그런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를 겪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행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물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건 필요하다.
적은 가능성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무모한 시도로 더 심각한 트러블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앞에 예로 든 친구가 그 상황을 잘 파악했다면 아마도 한 클럽을 더 잡아 티샷을 시도했을 것이다.
스코어는 최악이라도 해도 9가 아닌 5로 마쳐 US오픈에 출전했을 것이다.
탈출하기 위해서 그립 아래 금속 부분을 잡고 스윙한다.
다시 강조한다. 트러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빠져 나와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한 채 환상적인 샷을 구사하려 말고
일단 트러블에서 빠져나와 다음 샷을 위한 포지션을 잡도록 페어웨이로 공을 쳐낸다.
트러블 상황은 러프나 나무, 모래, 그리고 디보트 등 다양하다.
봄철에는 주로 디보트와 모래에 공이 빠지고 여름에는 무성한 러프와 나무가 방해를 한다.
가끔 공이 나무에 튕겨 맞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친구 중 하나는 나무 근처에서 스윙하다가 공에 머리를 맞아 병원 신세를 졌다.
병문안을 간 그의 머리엔 골프공 마크(딤플)가 생생하게 찍혀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공이 나무 아래에 떨어졌거나, 백스윙 때 샤프트가 나무에 걸리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대처해보라.
우선 공이 놓여 있는 라이를 점검한다.
둘째, 클럽을 아주 짧게 잡는다.
상황에 따라선 그립 아래(금속 부분)까지 내려 잡는다.
그 다음, 공은 스탠스의 오른 발에 가깝게 뒤쪽으로 위치시킨다.
스윙 크기는 풀스윙의 4분의 3 정도만 한다.
또는 2분의 1이나 4분의 1 스윙도 괜찮다.
나는 공을 앞으로 보내기 위해 퍼터를 쓴 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 가능한 타깃을 설정한다.
러프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할까.
러프는 종류도 많고 상황도 다양해 설명이 쉽지 않다.
러프는 깊이, 결, 잔디의 종류(버뮤다, 벤트, 카우 등)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러프가 공 주위를 어떻게 둘러싸고 있는지,
앞쪽이나 뒤쪽만 있는지, 아니면 빙 둘러싸고 있는지에 따라 스윙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러프에선 좀 더 가파른 스윙을 해야 한다.
클럽헤드가 올라갈 때보다 다시 공에 돌아올 때 더 가파른 각도가 필요하다.
또한 손목을 더 많이 써야 한다.
러프 샷도 목적에 따라 스윙법이 조금씩 다르다.
거리가 필요한 러프샷
러프에서는 롱 아이언보다는 유틸리티 클럽을 사용한다.
이 클럽은 러프에서도 흔들림이 적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 쉽다.
거리와 정확도가 모두 필요할 때는 미디엄 아이언(5·6번)을 사용한다.
상체를 편 상태에서 공과 조금 가까이 선다.
공은 스탠스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가게 한다.
어드레스 때 클럽페이스를 약간 닫는다.
팔 스윙을 하고 피보트 동작을 최소화한다.
그립은 세게 잡는다.
임팩트 시 클럽의 헤드가 러프와의 마찰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낮게 깔리는 샷을 치기 위해선 공의 뒤를
펀치샷(손목작용을 최대한 살려 공을 낮은 궤도로 보내는 샷)과 같은 방법으로 가파른 각도로 친다.
탄도가 높은 러프샷
클럽페이스는 오른쪽을 향하고 몸(발·무릎·엉덩이·어깨)은 타깃의 왼쪽을 향하게 선다.
방향을 더 많이 틀수록 공은 더 높게 날아간다.
즉 오픈 스탠스 자세로 스윙하면 탄도가 더 높아진다.
팔 스윙으로 하면서 피벗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발과 다리가 다운스윙을 하면 손과 손목으로는 강하게 움직여 빠른 스윙을 한다.
임팩트 시 머리와 상체는 공의 뒤에 있도록 한다.
세트업과 어드레스를 통해 공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페이드 샷이 되도록 한다.
잔디결이 스윙 반대 방향인 경우
클럽헤드가 잔디에 의해 느려지거나 헤드가 움직여
클럽이 닫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한두 클럽 길게 선택한 후 그립을 좀 더 세게 잡는다.
손과 손목으로 빠른 스윙(릴리스를 빠르게)을 구사한다.
훅이나 드로가 구사되기 쉽기 때문에
목표를 조금 오른 쪽으로 해 공이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다.
잔디결이 스윙과 같은 방향인 경우
공이 너무 멀리 가지 않게 평소 사용하는 클럽보다 한두 클럽 짧게 잡는다.
클럽 페이스를 닫는다.
4분의 3 스윙을 한다.
이유는 러프에서 공이 탈출하는 데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을 먼저 친다.
모래에서 칠 경우
벙커샷처럼 스윙한다.
발을 튼튼하게 지지시켜 백스윙이나 몸통회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다.
공을 약간 오른쪽에 둔다. 클럽이 가파르게 내려오기 때문에 뒤땅을 치지 않을 것이다.
그린 주변에서는 작은 스윙이 요구되며 로프트가 덜한 클럽을 사용한다.
트러블샷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단순한 법칙을 지키고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 옆에서 무리한 샷은 금물
트러블 상황에 빠지면 스윙플레이트가 기울어진다.
공이 풀 속으로 간 경우에는 풀의 영향을 받아 비거리가 줄고 공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골퍼들은 최대한 멀리 보내려고만 생각하고 스윙한다.
공은 풀숲에서 한 번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숲이 우거진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강하게만 친다고 해서 공이 빠져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웨지를 사용해 최대한 높게 멀리 보내야 한다.
또한 스윙플레이트의 라이가 심하게 기울어지기 때문에 일반 필드처럼
라이에 따른 클럽을 선택하고 체중, 스탠스 등을 적절하게 조절해 트러블샷을 극복해야 한다.
공이 나무 주변에 놓인 경우에는 신중한 샷이 요구된다.
정면에 나무가 막고 있는지, 공이 빠져나갈 틈이 있는지,
나무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등을 키보드 방향키를 이용해 사전에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간혹 정면의 나무가 반투명하게 처리돼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크린골프에서도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직접 그린을 공략하는 것보다
레이업(공을 스윙하기 좋은 곳에 안착)해서 빨리 트러블 샷 지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유리하다.
나무 기둥이나 줄기를 맞고 공이 어느 곳으로 튀어나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나무 사이를 통과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장소협찬 = 골프존파크 대치직영점 / 스카이72 드림골프레인지 연습장
도움말 = 서영준 골프존 신규사업팀 과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99호(09.04.01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정리 = 김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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