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솜] ※사파이어 목걸이[부제:나는 파란색이 싫습니다]※
파란색 침대 위에서 가만히 눈을 뜨자
다시 모든게 꿈같이만 느껴진다.
눈을 떠도 뜬것같지 않은 이 무기력감을 대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눈을 뜨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이 물줄기도,
도대체 어떡해 하면 사라질까 고민이다.
언제쯤 나는
이 무기력감에서, 슬픔에서, 눈물에서
그리고 파란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파이어 목걸이[부제:나는 파란색이 싫습니다]※
늘 그랬듯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책상위에 놓인 액자를 봤다.
활짝 웃고 있는 그가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보인다.
그 액자 옆에 놓인 시들어버린 꽃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킥… "
왜 입밖으로 나온지 모른 이상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몸을 적셨다.
이렇게 물속에 있을때면 더더욱 선명해진다.
공중에 붕 떠있는것 같은,
놓치기 싫은 뭔가를 놓친것 같은 그런 이상야릇한 기분…
이런 기분이 싫다.
하지만 아침마다 물속에 들어가는것을 그만둘 수 없다.
한편으론 이기분에 길들여져 버린게 아닐까 싶다.
욕실에서 나와 옷장을 열어 옷을 골라 입었다.
오늘은 좀더 어두운색을 입고 싶었는데
내 손은 왜 파란옷쪽으로 가는지…
나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는 오늘도 역시 파란 옷을 입는다.
하늘빛 도는 파카에 파란빛 도는 원피스를 걸치고
털썩,화장대 앞에 앉았다.
달칵달칵 소리와 함께
아이섀도우를 꺼내고 마스카라를 꺼내고 갖가지 화장도구를 꺼냈다.
왜일까 온통 파란색뿐.
토닥토닥거리며 파우더를 바르고, 파란색아이섀도우를 바르고
분홍립스틱과 더불어 갖가지 화장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그가 선물해준 사파이어 목걸이를 텅빈 목에 건다.
이걸로 끝났다.모든 정리가 끝났다.
나는 오늘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파란색으로
온 하루를 마쳐야 겠지.
*
역시 겨울이구나, 싶다.
문을열고 나서자마자 찬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버린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이것도 습관이다.
집밖으로 나오면 하늘을 보는것.....
텅빈 파란 하늘이 예뻐보인다.
구름한점 없이 그냥 파란색이여서 그럴까, 예쁘다.
하늘이 참 예쁘다.
하지만 난 하늘이 싫다.
*
그와 자주 걷던 길을 걷는다.
더러운 쓰레기와 깡통이 굴러다니고 있다.
" ……… "
그와 다니던 길인데, 우리가 함께 다니던 길인데.
이렇게 더러워진걸 보니 기분이 나빠졌다.
파란색구두에 달린 굽으로 살짝 깡통을 밟아버렸다.
그러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더 심하게 찌그러져버리는 깡통.
발로 깡통을 구석으로 밀어놓고 다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눈앞에 그와 자주 가던 카페가 보인다.
아주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카페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어서오세요,또오셨네요? "
" ………… "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오지도 않는 미소를 보일듯말듯 지어보였다
이 카페는 단골이다 싶이 자주 오는곳이다
그래봐야 주문하는 거라곤 그와 먹던 카푸치노 뿐이지만…
" 카푸치노 맞죠?손님께선 항상 그것만 시키시잖아요. "
" 네. "
이미 익숙하게 꿰고 있다는듯 카푸치노를 가지고 오는 종업원.
아마 항상 이시간에 오는 것도 알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커피위에 둥실하고 떠있는 거품들이
마치 우리의 한가닥 추억으로 느껴진다.
결국 오늘도 그 카푸치노는 마시지도 못하고
돈만 내고 카페를 나와버렸다.
카페에서 나와 다시 길을 걷다보니
그와 처음 키스했던 벤치가 보인다.
그곳에 살며시 앉았다.
왠지 그곳에서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것 같다.
" 하아… "
벤치에 앉은채로 살짝 고개를 뒤로 재쳐보았다.
눈안으로 파란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아까와는 다르게 구름이 차있다.
하늘.그가 사는곳
뭉클,하고 느껴지는 잃고싶지 않은 뭔가를 잃은 그 느낌에, 그런 상실감에
나도 모르게 당장 벤치에서 일어나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일어나버린 탓일까?
구두의 굽이 부러져 버렸다.
" 아야… "
굽이 부러지는 동시에 발도 함께 옆으로 꺾이게 되었다.
그리고 살짝 긁혀버린 곳 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너무도 하찮게 작은 상처인데, 너무나 쓰라리고 아프다.
따가운 느낌과 함께 잘 걷지 못할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걸어야겠지…
그와 함께 걷던 추억의길이니까…
걸으면 걸을수록 아픔이 사라진다.
그와의 추억이, 사랑이 아픔을 사라지게 한다.
*
걷고, 걷고, 또걷는다.
....난 대체 뭘하고있는걸까?
내가 왜 이렇게 살고있는걸까?
파란옷 파란화장 파란구두
그리고 파란 사파이어 목걸이..
왜 난 그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
어서잊고 새롭게 태어나고싶은데
왜 그러질 못하는걸까.
대답해줘, 대답해줘.
그와의 추억만 간직한채로 이렇게 살아가는 내가
왜 살아가는걸까.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뭐지?
*
' 민지야, 넌 파란색이 잘어울려 '
그와 사귄지 일주일.
그가 나에게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고했다.
아아, 이때부터구나.
내가 이때부터 파란색을 즐겨 찾게 됐구나.
' 난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여자가 좋아. '
그와 사귄지 열흘.
그가 나에게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여자가 좋다고 했다.
그래, 그는 나에게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고했어.
그러니까 그건, 날 좋아한다고 받아들이라는 말이었겠지?
좋아하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가
이렇게 말을 뱅뱅 돌려 말하는걸 볼때마다 살며시 기뻐졌다.
' 난 바다랑 하늘이 좋아, 파란색이잖아. '
그와 사귄지 보름.
그가 나에게 바다와 하늘이 좋다고했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나도 바다와 하늘이 좋아졌지.
하지만 그가 없는 세상에 바다와 하늘따윈 필요없다.
' 자, 선물이야.사파이어목걸이…너랑 잘 어울릴것 같아서 샀어. '
…….그리고 그와 사귄지 한달.
그는 나에게 사파이어목걸이를 선물했다.
그리고 두시간 후
그는 죽었다.
사망원인은, 자살 ─…
*
시원스런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린다.
대체 아침부터 몇시간을 걸어온걸까?
이곳은 어디일까?
아무것도 모르지만, 난 이 바다소리에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가, 바다에서 날향해 웃고있다.
무언가에 이끌린듯 천천히, 바다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못가 발에 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에
다시한번 걸음을 멈추고
바다의 저 멀리, 해가 지는쪽을 바라보며 서있는다.
" 재훈씨, 그곳은 어때?
당신이 좋아하던 파란색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어때?
재훈씨, 당신은 행복해?
난 힘들어, 죽을것같아.죽고싶어. "
내가 무슨말을 하고있는걸까?
나 자신도 내가 하는말을 모르겠다.
─ 점점 멍해진다.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점점 힘이 풀린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점차 잦아드는것 같다.
왜일까 왜 또 다시 이런기분이 들까?
" ......재훈씨, 나도 갈까? "
볼을타고 눈물이 떨어진다.
바다가 뿌옇게 변하면서
마치 물안개가 피어오른 듯 변해버렸다.
안돼, 자꾸 그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 ......나도.....갈게....아니, 나도 갈래.... "
갈래, 나도 갈래.재훈씨곁으로 나도 갈래.
추웠지, 무서웠지, 쓸쓸했지?
미안해.지금까지 혼자둬서 미안해.
나도 당신따라서, 당신이 좋아하는 하늘로 갈게.
재훈씨 당신은 날 사랑하지?
내가 간다면, 날 반갑게 맞아주겠지?
점점 추워지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진다.
하지만 왜일까?
두둥실 떠있는 그런 기분이 강해지고
점점 재훈씨의 모습이 눈앞으로 가까워지더니
재훈씨가 방그레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따뜻한 재훈씨손의 온기…
그래, 난 당신의 이런 온기를 원했어.
계속 잡고싶었어, 느끼고싶었어.
*
' 바보…와버리면 어떡해… '
' 내가 와서…싫어? '
' 싫지않아, 하지만…넌 괜찮은거야? '
' 난 괜찮아.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
' 민지야, 고마워…내곁에 있길 택해줘서…고마워… '
' 무슨말이야, 이런것쯤 아무렇지않아.
난…재훈씨, 당신을 사랑하니까… '
*
" 꺄아아악!!!! "
다음날, 해가 살며시 떠오른 이른 새벽.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우고
그 여자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집어들고 112를 누른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요란한 사이렌소리를 울리며 경찰차들이 도착한다.
……바다에 떠있는 한 여자의 모습…
경찰관은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며 그 여자를 건져올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의 몸은 물때문에 불어있었고, 이미 싸늘해져있었다.
" 으음─, 12월 3일 오전 6시2분 사망자…확인… "
경찰관은 하얀천으로 그녀를 덮어주고
곧 구급대원에게 연락을 취한다.
삐오삐오, 곧 구급차도 도착하더니 그녀를 들것에 싣는다.
반짝, 이른새벽해에 사파이어가 반짝인다.
그리고 그렇게 반짝이는 사파이어처럼
그녀도 웃고있었다.
' 재훈씨, 당신을 사랑하니까... '
*****
안녕하세요, 미카입니다.
스링에서 미카로 닉네임을 바꿨답니다!!으하하!
으음, 이번소설은 제 경험의 일부를 적은거예요.
바닷가에 놀러갔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더라구요.
뭔가…하고보니까 어떤여자가 죽었더라구요…
근데 온통 다 파란색으로밖에 치장이 안돼있었구요,
살짝 웃고있었어요.
우우움…
정말 이번소설 졸작이네요 ㅜㅜ
그치만 소중한 리플한줄 부탁드립니다!
2. ※사파이어목걸이[부제:나는파란색이싫습니다]※ 글번호: 17395
첫댓글 아아, 저 처음뵙겠습니다<이거 본적 있어요~~그것도 가슴 짠했는데 이것도.....ㅜㅜ....흑흑 정말 슬퍼요 ㅠㅠ역시 글재주가 좋으시네용 ㅠㅠ
그러면 실화인가요? ;ㅂ;
와아, 죽음이 실화였다니 충격이예요 .......아무튼 정말 잘봤습니다.앞으로도 건필해주세요!
와, 소설 잘지으시네요, 잘봤어요
잘봤어요.웬지 모르게 슬퍼요ㅠ재훈이가 도대체 왜 죽은건지ㅠ
우와..정말 왠지 멋지다고 생각되는 소설이에요 ㅠㅠ 정말 잘쓰시네요! 헤헤
소설잘쓰시네요!......왜자살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