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있는 산이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근래 들어 부쩍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서도 자주 주변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떠들고 있기 하더라만...게다가 늦은 가을 기온이 꽤나 낮은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의 소중함을 내게 새삼 일깨워주긴 한다.
맨발로 걷기가 어떤 점에서 좋은지 엊그제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니 크게 지압효과와 접지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지압효과란 땅 위에 있는 모래나 돌을 밟을 때 그것들이 발바닥의 오목한 부분인 반사구를 눌러주어서 경락 마사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접지효과(earthing effect)란 양전하를 띠는 우리 몸이 음전하를 띠는 땅과 만남으로써 제로 전하의 상태가 되어 활성산소 배출을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좋은 점들이 있어서리 너도 나도 맨발 걷기에 나서는 모양이긴 하더라만...
위장병, 당뇨 등의 고치기 힘든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맨발 걷기가 효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실제 의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하긴 하더만...의학자들은 오히려 인간의 수명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신발을 신고 걷는 게 오래 걷기와 세균 감염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하면서, 결론적으로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기보다는 걷는 활동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맨발 걷기 얘길 하니까 1960년 맨발로 로마올림픽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이디오피아 출신의 비킬라 아베베 생각이 나는구만. 그는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승하여 최초로 마라톤 부문 2연패를 달성했는데 그때는 운동화를 신고 달렸다네. 근디 5년 뒤 자동차를 몰다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하반신 불수가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 운동을 열심히 하여 1970년 노르웨이 장애인올림픽에서는 휠체어 크로스컨트리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하는데, 그 해는 우리가 고교 2학년 때였구만그랴. 하튼 어릴 때부터 양치기로 맨발로 산악을 누비며 시작한 그의 인생사에서 맨발은 그에게 올림픽 마라톤 2연패, 그리고 장애인올림픽 양궁 부문 금메달을 선사했으니 맨발 걷기가 몸에 좋은 건 맞긴 한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베베가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듬해인 1971년 나는 고교 3학년이 되면서 1학년 때 한 반이었던 이 친구를 다시 만났다. 은근 슬쩍 자기 할아부지가 예전에(아마 자유당 시절이었으리라) 국회의원이셨다며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으나 그는 대체로 공부도 잘 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 모범생으로 기억되는데...근디 이 친구에겐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학교에 오면 언제나(뭐 겨울엔 그렇지 않았었다고 기억되지만) 교실은 물론 운동장을 맨발로 뛰어다닌 것이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내가 보기에 공부도 잘 하고 행동도 반듯한 모범생이 맨발로 다니는 게 너무 멋져 보였다.
해서리 나도 이 친구맹키로 맨발로 다니면 시골티를 벗어나고 쫌은 멋있게 보일까 하고 따라했다. 워낙 출신이 시골인지라 맨발로 다니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우쭐하기까지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나는 얘기이긴 하다만...그러다가 집에 가서도 맨발로 마당을 뛰어 다니다가 형님한테 혼쭐이 나면서 중단하긴 했지만...근디 이번에 이 친구가 동기회 회장에 취임했는데...아, 근디 이 친구 몸이나 얼굴이 나이에 비해 너무 젊은 모습에 내가 깜짝 놀랐다는 게 아닌가 말이지. 문득 떠오르는 게 옛날 이 친구의 맨발로 걷는 모습이었으니, 건강에 미치는 맨발 걷기의 효과를 일찍부터 실천한 L군의 회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늦은 밤 이제 곧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사우디아라비아랑 축구경기가 있으니 글을 마칠까.
첫댓글 끝까지읽어보니
내얘기를썼네 ᆢ
우리 정해수 기억력
아직 끝내주시네 ᆢ맨발로 축구하다가 그냥 교실에 들어가고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ᆢ하여튼
우리 해수글재주는 여전 하시네 좋은글 많이올려서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