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niCs' 그라운드 밖에서 축구를 논하다. -
5.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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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칼 한 자루씩을 쥐고 있다.”
필자는 국민들이 월드컵 4강을 들먹이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또한 히딩크의 위대한 발자취에 대해서 논하는 것을 정말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글의 서두에 히딩크가 국가대표팀과 함께했던 시간을 거론할 수밖에 없는 점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말 참 많다.
각종 매체를 통해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이슈가 될 만한 것은 죄다 긁어모아 여러 사람을 구설수에 오르내리게 만드는 언론이나 대표팀 소집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베어벡 감독이나 대표팀 차출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는 K리그 감독들이나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K리그 연맹의 무리한 컵&리그 강행군이나 거기다 최근 대표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음에 일부 네티즌들은 베어벡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드높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들이 이렇게 많은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칼 한 자루씩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그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혹자들은 칼을 휘두를 때를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들이 칼을 휘두른다고 그들의 고민과 분노가 사그라질까?
가장 최근에 있었던 충돌은 바로 베어벡 감독과 김학범 감독의 논쟁이다.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을 대표팀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김두현의 기량을 질책하려는 베어벡 감독과 부모가 자기 자식 챙기듯 김두현의 사기를 높여주려 다독이는 김학범 감독의 언쟁은 네덜란드 전을 직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져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베어벡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경기에서 지고 선수 탓을 한다.’라는 의견이 팽배했고 K리그 최고의 명장이라 손꼽히는 김학범 감독에게는 ‘그래, 맞는 말이야.’라며 옹호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수위를 높여 베어벡을 향해 ‘대표팀을 사퇴해라’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아끼지 않았고 베어벡은 현재 그의 비난에 정면 대응하며 아시안컵 4강 진출 실패시 감독직을 사퇴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놓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베어벡과 성남은 모두 적절한 대응을 했다. 김두현에게는 질책도 격려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행동을 취했을 뿐인데 일이 너무 확대되었다. 베어벡과 성남이 서로를 조금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일이 이렇게 확대되었을까? 그들은 이기적이었고 자신들의 입장만을 생각하여 이러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대화가 필요했다. 베어벡은 K리그 감독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고 K리그 감독들은 그들이 가진 불만을 가슴 깊숙이 쌓아두며 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베어벡을 만나 그들의 요구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지금처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폭탄 선언하듯 불만을 토로하는 식으로는 서로의 감정을 자극할 뿐 그 이상의 결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길을 왜 굳이 선택해서 가려고 하는가?
뿐만 아니라 K리그 감독들은 연맹에 가진 불만을 언론에 토로하며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일정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서 그치기보다 연맹에서 일정을 재조정하고 감독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수준의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 리그&컵 대회 일정이 숨 막히게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대중들과 감독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언론을 이용하는 선택은 지금까지 한국 축구가 걸어왔던 것처럼 탁상공론만을 거듭하며 혼란을 초래할 뿐 실제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과 K리그의 감독이 사석에서 의견을 나누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K리그 감독들은 시즌 중에는 경기에 대한 준비로 정신이 없을 상황인데다가 컵대회로 인해 최근 3일에 한번 경기를 치루는 감독들의 머릿속을 베어벡과 사석에서 만날 시간을 선뜻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좋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자리가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정기적으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안에 벌어진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자리가 형성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참석할 관계자는 비단 대표팀 감독과 K리그 감독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대한 축구 협회과 K리그 연맹의 중간 간부급의 임원, 축구 전문 기자단, 그리고 네티즌들이 선정한 축구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한국 축구의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현재의 상황, 각급 대표팀의 상황과 K리그에 대한 발전 방향을 토론해볼 좋은 공간으로 활용해야한다.
이러한 토론의 과정중에 의견 차이가 심화될 우려도 있지만 한국 축구가 더 이상 소수의 결정이 이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축구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가운데 함께하는 한국 축구의 문화를 정착시켜보자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이러한 토론의 정착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관계자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붉은악마를 자청하는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참여의 기회를 부여해줄 수 있으며 더 이상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실제적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집단에게서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므로 2002년 이후 집중되기 시작한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다시한번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에 토론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다면 10년, 20년, 50년, 100년이 흐른 후의 한국 축구는 그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축구 문화와 토양을 갖추게 될 것이 분명하다. 축구협회와 연맹은 겉보기에 탐스러운 정책을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실천 가능하며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며 실천함으로서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할 것이며 대표팀 감독은 성적 부진과 경기력 향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며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K리그 감독들과 대표팀 감독 사이에 언론 플레이에 더 이상 국민들은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구체적인 사실을 놓고 그들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토론의 자리는 분명 한국 축구의 발전을 앞당길만한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 축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축구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좀 더 많은 성과를 내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혹자들은 이러한 토론으로 인해 ‘축구판이 정치적 성향을 띄게되어 축구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축구 관게자들의 정치적 움직임을 분별하고 그에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국민들. 즉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들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분별하고 축구판이 정치 인사들의 무대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면 한국 축구를 위한 토론의 장.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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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음카페 챔피언쉽 매니저 - 대한민국, 명감독 칼럼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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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지막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번에 올림픽 최종예선 추첨때 북한하고 한 조가 꼭 안 되길 바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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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쇼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서 포럼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에 또 베어벡과 K리그 감독들이 충돌했더군요.. 큰 대회 앞에 두고있는데.. 시작이 참 불안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