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덥지도 춥지도 않은 뜻뜨 미지근한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일소처럼 난 여느때와 다름없이
첫 통학열차를 보내고 두번째 전동차를 타고서야 여유를 부리며 학교를 향했다.
교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철로옆 언덕위에서.... 아직도 전체 조회가 덜 끝난상황!
교장선생님의 훈시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교실에 들어서니 이미 출석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으례히, 지극히도 당연한 모범(?) 단골 지각생!
첫교시는 이광훈 선생님의 수학시간이다.
오늘은 그 와사비 만큼이나 매서운 위+아래입에 힘을 잔뜩주신 표정으로
애제자에게 주시는 군밤을 몇대나 맞고 수업을 끝낼수 있을까?
복잡한 구조의 특수 문자들이 진청색 칠판위에 하얀 백목 글씨로 꽈~악 들어찼다.
내가 유일하게 할수있는건 딱 한가지 '필기'뿐이다.
그렇게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10분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우린 아지트로 향했다.
진한 변냄새와 상관없이 화장실에서 구수한 군불을 때우기 위하여.
그때다! 김병화 선생님의 굵은 목소리에 위엄이 잔뜩이나 프러스된 위기의 상황이 펼쳐졌다.
교무실 앞 복도에서 판결이 내려졌다.
지혜로운 두넘의 친구들은 처음이라며 , 앞으로는 절대로,절대로 지구가 멸망해도
군불을 태우지 않겠노라 하며 집행유예를 받았다...(나만빼고)
영어시간, 김영미자 선생님께서 The Happy Prince( 행복한 왕자)란 제목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癌石과 같은 수학에 비해선 훠~얼씬 부드러운 시간,
미모로 보나, 발음의 리듬으로 보나, 비록 오리지날 옥스포드식 발음은 아니지만
난 영어선생님을 때론 미래의 XX로 생각했다.(여자친구들이 남자 선생님들 동경하는 차원임)
읽기, 해석, 따라읽기....
샬로우~ ! 샬로우~! 리~틀 샬~로우~!
("Swallow~! Swallow~! little~ Swallow~~!")
(제비여~! 제비여~! 작은 제비여~!)
스토리는 알쏭 달쏭이지만 대략 이랫을 것이다.
왕자의 동상에서 보석으로 된 왕자의 눈을 제비로 하여금 뽑아서
그것을 가난한 백성을 위해 쓰도록 한...
무덥지근한 여름날씨....
교실의 창문은 활~짝 열려져 있고
그 창문 넘어로 울려 퍼져나간 우리들의 합창소리에
거짓말 같은 진짜 제비가 교실안으로 날아들어와 말 그대로 산 교육을 만들었다.
영어의 발음적 향상을 위하여 난 제비를 향하여 과감하게 소리쳐 불렀다.
"샬로우~! 샬로우~! 리틀 샬로우~!"
그리고 우리들의 배꼽빠질 듯 한 웃음 소리는 온 교실안을 뒤집어 버렸다.
연산으~~~ 기본으~~~법칙 시간도 지나고
쌀농사 연구 실습시간도 끝나고 점심시간이 왔다.
부자도 아닌 우리들은 교정 위 아래 두곳에 은밀한 거래처(구멍가게)를 구축해 놓고
부모님으로 부터 학자금과 관련없는 검은 비자금을 각종 핑계로 조달해 사용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속개 되자 마자 책을 반으로 펼쳐 각을 세우고 도둑잠을 자기로 했다.
그 중엔 잠의 명수인 일명 람보가 아닌 우리들의 친구 잠보 이두호도 있었다.
어느새 나 역시 깊은 잠에 빠졌다.
학교 뒤편 언덕길을 따라 펼쳐진 갈산(칼산이라부름)위의 현충탑,
푸르름이 짙어가는 나무 숲 사이로 한강물이 강상대교밑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아직도 만개한 봄꽃들이 갈산자락 여기저기에 화려한 색갈로 자연의 극치를 펼치고 있었다.
얼마남지 않은 학교생활 과연 나의 성적은 어떨까 궁금했다.
뒤통수에 뭔가가 충격이 가해지고 난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 종례시간~~~
" 강철희! 강용택~~~!"
한우명 선생님의 호출이 전달되고 대쪽같은 선생님 앞에 두손을 바짝모아 쫄아 서 있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의 18번 훈시가 이어졌다.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높이신채( 금방이라도 내리 치실듯이)
" 아~이걸! 아이구~! 아~ 이자식을!
제발 인간이 되어라! 인간이~~!"
우리반엔 축산과도 아닌 농업과목을 이수하는 농과인데 인간이 아닌 넘(?)들이
나를 포함해 서넛은 족히 되었다.
밀린 등록금을(?) 값기 위해 갈산을 돌아
지성으로 굳세고 바르게
교훈이 걸린 정문을 거쳐
윗교실, 아래교실, 운동장을 돌아 서무실엘 들어서니
미모의 여성 실장님과 김영상 차석님께서 반기신다.
그런데 정작 한우명 ,김병화, 한상표, 최명식 선생님 등 어느 한분도 모습을 뵐수가 없었다.
교장선생님께서도 출타중이시고....
자료실엘 들려서 혹시나 카페에 올릴만한 자료를 요청했다.
11년이 넘게 장기 근속하시는 김절용 선생님께서 도서관 일부를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여 주셨다.
요즈음 억억억 소리가 자주들려도 먼 이웃들의 일처럼 느껴져 가슴에 와 닿지 않는때에
거금 1억2천만원을 모교 사랑 마음으로 장학금으로 기증하신 故金正秀(1941.5.2-2000.12.15)동문님의
얼굴형상이 동상으로 자랑스럽게 건립되어 있고,
550석 규모의 양평 Opera House도 개관이 되어 많은 수의 동문회를 이곳에서 치르기도 한다나~~~^^*
고성을 지르는 햄프셔의 모습도 더이상 볼수가 없었다.
농기구실을 지나 맨 왼쪽편의 언덕위, 그곳엔 39년전의 교실이 옛 자태를 간직한채로 있었다.
*** 이글은 연속됩니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밥먹구 다시 시작 해야지요 ^^*
첫댓글 반백이 넘어 모교를 찿고 옛기억을 되찿게 해주는 친구는 그래도 우리 덜뱅이밖에 없네그려. 과연 크게될 사람이여 ! (한우명선생님 버전) ㅎㅎ. 기억력 참으로 좋구나. 맞아 그때 배꼽을 잡았었지.ㅎㅎ
세월의 뒤안길엔 아름다움의 그림자가 우릴 행복하게 합니다...
꿈에서 막 깨어 난 듯도 하고 아지랑이 처럼 아른거리기도 하고- - - - -
옛생각에 젖어 월요일을 웃음으로 시작 할 수가 있습니다 눈앞에 막 펼쳐진 일들 같습니다
역시 강철씨야 아직도 그 머리는 녹스지 않았나 보네요. 덕분에 옛생각에 웃음이 ~~ 아~~ 돌아가고픈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