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 25. 토.
1.
천병호가 번역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습니다. 불과 물이 상극이나, 온기와 습기가 조화를 이루며 대지가 생명을 낳습니다. 선과 악을 구분코자 하나, 구별되는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겠습니다. 선이라 여기는 선, 악이라 규정된 악이 조화되어, 세상에 생명이 움틉니다. 조화, 평화를 만듦. 불과 물, 선과 악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게 살림살이.
2.
마태복음 5장을 읽습니다. 사람들 앞에 보이고자 하는 기도는 이미 그 상을 받은 것이라는 예수의 말씀을 짚습니다. 스마트폰을 끄기 어려운 요샌 독방이 없습니다. 어느 곳이나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연결됩니다. 혼자 있어도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에선 오히려 골방이 위험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영상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쉽습니다. 혼자 있을 때 디지털 세상에 과몰입하게 되는 까닭에 골방은 기도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독(愼獨), 혼자 있음(獨)을 삼가는 게(愼) 낫습니다. 해서, 토요일 오후 사람들 목소리 높은 카페에서 주일 예배를 준비합니다. 노트북 켜고, 독어 성경 펴고, 기도합니다. 사람들 목소리 큰 도심 카페에선 노트북 화면과 편 책이 노출되니, 디지털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오히려 기도에 집중하게 되네요. 사람 많은 카페가 제겐 골방입니다. 토요일엔 북적거리는 카페에서 혼자 기도하겠습니다.
3.
주일 오후엔 치매 어르신과 예배드립니다. 휘프 바이선이 쓴 〔치매의 모든 것〕을 읽습니다. 치매는 과거만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미래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기억은 과거로 가는 문이기도 하지만 미래로 향하는 문이기도 하다. 기억은 우리 행동의 스케줄 달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곳에다 계획과 중요한 약속을 적어 둔다. 이 기억이 안전한 장기 기억의 항국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미래 역시도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4.
'울타리넘은예배'를 준비하는 목사들과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소천하신 임보라 목사님을 애도합니다. 통합 교단이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논의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