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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직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현대인은 직장을 축으로 하여 일상의 삶을 영위해왔다.
직장은 생계 수단 이상의 것이다.
그에게 인생은 자신의 직업이었다.
직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고 직업을 통해 공동체와 연결되고
직업을 통해 그는 하루하루를 계획할 수 있었다.
직장은 그 사람에게 특정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도 주었다.
직장은 인생의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는 제일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므로 직장으로부터의 일탈은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심각한 심리적 영향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직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삶은 진지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언제나 조마조마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곤충과 동물의
세계는 건강한 자연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카멜레온은 주위의 환경에 따라 변한다. 애벌레들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 맹금류의 눈알처럼 보
이는 문양으로 문신을 만든다.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당당한 사자가 아니라 초라하고 구부러진
등을 가진 낙타이다. 그들은 환경에 따라 변하고 자신이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적응은 그들에게 일상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인 생활이다.
인간은 문명을 시작한 이래 점점 더 신체적으로 퇴화되어왔다. 그들은 기후에 적응하는 대신
항상 상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옥과 냉난방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장 문명화된 나라의 남성 정자
의 수는 이미 자연스러운 종족 보존이 불가능할 위기에 처할 만큼 줄어 들어 있다는 의학 보고가
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유리되면서-서구인들은 자연을 극복했다고 말하지만-매우 안정적으로 생
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제는 오늘과 다르지 않고,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이는 생존을 위협하지
못했다. 생활의 안정은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변화에 대한 연습을 할 기회가 적었다. 그리하여 변화와 적응은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만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과거처럼 변화의 속도를 견딜 만한 시기라면
지금처럼 살아도 될 것이다. 가령 아침 9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하고,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회
사 내에서 직급이 올라가면서 늙어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시기는 변화와 격변의 시대이다. 직장의 성격 역시 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IMF시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어도, 꾸준하고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우리가 실업, 즉 직장의 상실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2년 후 새로운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의 구조 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보다 견실한 경제 구
조 속에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동안 떠나 있던
실업자들의 일부만을 다시 끌어들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많은 직업이 창출되겠지만 그것은 오직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자리일 것이다.
단순한 노동력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사회의 하층 구조 속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미래는 전문가들이 경제적 부를 분배하는 지식 사회이기 때문이다.
미래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변화의 추세를 이해한다는 것은 강력한 자기 혁명을 통
해 사회 경제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기초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혁명적인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IBM의 PC사업부에 있었던 한 영업사원은 ‘
PC 장사는 배추 장사’라고 말한다. 며칠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배추처럼, 몇 개월 사이에
새로운 모델과 기종이 출시된다. 그것은 사는 순간에 밑지는 구매인 것이다. 시장에 나오는 순간
에 이미 지나간 기술이 되고 만다. 또 가상 현실은 실제보다 더 정교하고, 짜릿하고, 디즈니랜드
의 놀이 기구처럼 통제 가능하다. 통제할 수 있는 현실이란 매력적인 것이다.
기술적 혁명은 또한 인간 관계의 연결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인간 상호간
의 역할과 정보의 교환 방법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은 결국 기업이 사업을 하는 방식을 근본적으
로 바꾸어놓게 될 것이다.
기업은 고객과 ‘엑스트라네트’(extranet)로 연결된다. 그리고 기업 내부는 자신들의 정보의
흐름을 보호할 수 있는 ‘파이어 월’(fire wall)이 둘러쳐진 상태에서 동료들끼리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인트라네트’(intranet)로 연결된다 그리고 상거래 행위는 전자거래의 형태로
점점 바뀌어갈 것이다. 기술적 변화는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변화를 촉진한다. 약 200년전에 산업
혁명과 함께 시작한 ‘직장’이라는 개념은 급속하게 무너져가고 있다.
19세기에는 직장이 없어도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산과 들에 흩어져
일해온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건물안에 집어넣고, 같은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같은 시간에 일을
마치는 공장의 출현은 그 당시 매우 불순한 사고였으며 경이로운 착상이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직장을 축으로 하여 일상의 삶을 영위해왔다. 직장은 생계의 수단 이상의 것
이다. 그에게 인생은 자신의 직업이었다. 직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고, 직업을 통해 공동
체와 연결되고, 직업을 통해 그는 하루하루를 계획할 수 있었다.
직장은 그 사람에게 특정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도 주었다. 직장
은 인생의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는 제일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므로 직장으로부터의 일탈은 본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심각한 심리적 영향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명예 퇴직을 한 대기업의 중역은 ‘퇴직을 하고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심리적 측면
’이라고 말했다. ‘어느 직장에서, 무엇을 하는, 무슨 직책’을 가진 사람임을 말해주는 명함이
없이는 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직장은 생계의 수단을 넘
어 자신을 나타내는 정체성의 근본이었다.
얼마 전까지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자연스러운 개념이었다. 그리고 또 얼마 전까지 조기
퇴직과 명예 퇴직은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그러나 IMF시기가 오면서 명예 퇴직은 이미 사치스
러운 개념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기업은 퇴직자가 바친 청춘의 대가로 무엇인가를 더 얹어줄 수
있는 여력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봉급의 인상은 커녕-불과 1년 전만 해도 노조와 기업은 봉급 인상률을 놓
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매년 겪는 정례 행사였음을 기억할 것이다-하나의 일자리를 둘이서 나
누어 갖게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이제는 아무도 평생 직장을 꿈꾸지 않는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직장
을 바꾸게 되리라는 것, 상황이 더 나빠져 갑작스러운 실업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감
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직장 보장의 의무나, 직원이 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애사심은 이미 서로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또한 9시부터 6시까지 한 공간에 모여 근무하는 직장의 시간적, 공간적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
다. 한 예로 한국 IBM은 1995년부터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유동 근무제’(Mobile Office)를 도
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직원은 9시에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 노트북 PC와 핸드
폰과 페이저 등 통신 장비를 갖춘 그들은 자신이 있는 곳을 바로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근무 일정을 조정한다. 더 많은 시간을 고객과 함께 보낼 수 있으
며, 출근 시간의 그 엄청난 교통 정체의 비효율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반면에 그들은 동료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없으며, 사유 공간처럼 사용하던 자신의 책상을 가질
수 없다. 그들은 마치 호텔의 빈 방을 이용하듯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 노트 북의 파워를 켜고,
잠시 동안의 회사 일을 보고 난 후, 다음의 일정에 따라 자리를 뜬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시애틀에 본부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정규 근무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의 근무 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는 대낮에 어느 직원은 회사의 운동장
에서 아이들과 농구를 하기도 한다. 또 다른 동료가 일할 때 그는 혼자 요가를 즐기기도 한다.
회사는 24시간 직원에게 개방되어 있다. 직원들은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시
간에 근무한다. 그러나 직원의 작업성과는 철저하게 평가된다.
그들은 전통적 의미의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팀장에게 보고한다. 만일
프로젝트의 한 팀원으로서 자기가 맡은 일을 적시에 해내지 못하면 팀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 직원은 그 프로젝트에서 해낸 평가를 그대로 가지고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그들에게 전통적 의미의 출세의 길이란 없다.이것은 과거 우리가 직장이라고 여기고 있
던 기존의 생각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변화의 시기에 개인과 조직은 변화와 개혁을 필요로 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며, 미래는 이미
아주 다른 얼굴로 벌써 다가와 있다. 어제와 현재의 연장으로 미래를 인식한다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개혁은 변화에 대한 대응의 한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은 생사를 가름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만일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지금을
개혁하는 직업을 ‘생존의 명제’(Survival Issue)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하면 좋은 것’
(Nice to Do) 정도로 생각한다면 결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은 과시하기 위해서도 안 되며, 칭송받기 위한 영웅주의로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일도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삶의 문제이다.
변화와 개혁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1988년 북해에서 참사를 당한 168명
의 이름 속에 추가될지도 모른다.
변화의 목적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진보의 기술은 변화 속에서 질서를 보존하고, 질서 속
에서 변화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질서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서로
상호 의존적이다. 질서가 전제되지 않는 변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순전한 무질서의 상황-예를 들어 자존심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광란의 학살과 파괴의 과정을
거쳐 절망으로 끝나는 전쟁 상황 같은 것-에서는 변화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유동
상태는 변화가 아니다. 질서가 없다면 변화는 발생할 바탕을 잃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 안정도 아니고 완전한 혼란도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적절한 균
형을 통해 번영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통 피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혼란을 통한 번영
’이라 말할 수 있다.
바로 불과 물의 화해 같은 것이다. 거부와 파괴, 광기와 정열, 기백과 젊음은 언제나 긍정과 유
지, 평상심과 담담함, 근신과 은근함 같은 속성과 함께 있을 때 조화를 이룬다. ‘너무 많이 가지
않음’으로써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이 좋은 것은 잠시 일상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장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얼마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와 질서, 혹은 안정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것은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면 금방 이해할 수 있
다. 비온 뒤에 자전거의 궤적을 보라. 그것은 직선 행로를 그리지 않는다. 관성에 몸을 맡기면서
도 조금씩 핸들을 틀어주어야 비로소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마음 먹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
다. 핸들을 힘주어 꼭 잡고 있으면 자전거는 반드시 넘어진다.
변화는 우리에게 결국 쓰러짐 없는 안정과 질서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우리가 변화를 통해 성
장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변화를 이해하고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과거의 성공은 오늘의 변화에 짐이 된다. 성공은 곧잘 우리를 도취하게 만든다. 만일 당신에게
그러한 현상이 생긴다면 하버드 대학의 테오도르 레빗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26만 5천 부가 팔려나간 그의 초기 논문 「마케팅 근시
Marketing Myopia」의 첫부분이다.
지금 강력한 위치에 있는 산업치고 왕년에 한때 성장 산업이라는 명성을 지니지 않은 산업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성장의 정점에서 이미 어두운 쇠퇴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 우리
가 성장의 절정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산업들도 실제로는 성장을 멈추고 있다.
이것은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영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은 조직
의 상층부에 있다.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회사의 모든 목표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경영자에게
실패의 책임이 있다.
변화의 바람이 향해 가는 곳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는 이미 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21세기의 특징
을 지식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모호한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로버트 라이히
(Robert Reich)가 제공한 예를 들어보자.
1920년대의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원가의 85퍼센트는 생산 노동자와 자본가에 의해 투입된
것이다. 그들은 부의 배분에도 그 만큼의 할당을 받았다.
1990면대에는 이 두 집단에게 돌아가는 몫은 60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설계자, 엔지
니어, 스타일리스트, 기획가, 전략가, 금융 전문가, 최고 경영자, 변호사, 광고가, 그리고 판매자 등
에게 배분된다.
반도체 칩에 대한 부의 배분은 더 분명한 예를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칩 가격의 3퍼센트에 해
당하는 부분은 원료와 에너지 소유자에게 배분된다. 기자재와 설비 소유자에게 할당되는 양은 5
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겨우 6퍼센트 정도가 일상적인 생산 노동자에게 배분된다. 원가의 85
퍼센트 이상이, 전문화된 설계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제공자와 특허 및 저작권 관계 전문가에게
배분된다.
전통적으로 금융 자본과 생산 수단을 장안하였던 집단은 지금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통제력
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
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전통적인 생산 요소를 소유한 집단은 부차적인 중요성을 가지
게 되었다.
앞으로는 ‘전문 지식’이라는, 새로운 생산 요소를 장악한 지식 노동자들이 새로운 사회의 부
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식 사회가 가지는 의미이다. 이들은 바로 경영자, 변호사,
회계사, 은행가, 경영 컨설턴트 및 그 밖에 기술적으로 훈련받는 사람들이며, 기업의 서비스를 조
정하고 통제하는 핵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개혁의 방향과 틀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공통적 내용을 선호
한다. 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장악해가기 시작하는, 이들 전문 지식인
들의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조직의 변화
전통적 의미의 피라미드 조직은 지시와 통제의 원칙에 기초한다. 이것은 매알,같은 일들이 반복
되는 19세기적 상황에서는 매우 혁명적인 조직 관리 원칙이었다. 일을 처리하는 일관된 관행과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획일적이고 일사 분란한 일의 처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면, 오늘은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조
직의 대응력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피라미드 조직은 이러한 새로운 요구에 부합될 수 없다. 일을 집행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상
사들로부터 22개의 동의와 결재를 받아야 한다면,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로 이런 일들은 일반적으로 벌어진다. 심지어 가장 훌륭한 경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세계적 기업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가장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집단들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리자들로부터 지시를 기다려 일을 처리하는 기존의 조직 운영
은 이들에게 더 이상 적절한 운영 체제가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
는 조직 운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제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기업들은 피라미드 조직의 관리의 층을 줄여가는 노력을 기울여왔
다.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의 관리의 층을 좁혀감으로써 의사 결정의 단계와 소요 시간을 단축하
려는 노력은, 매우 초기적 단계에서 보편적으로 볼수 있는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피라미드 조직 자체를 대신할수 있는
조직적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을 여러 개의 사업 단위로 쪼개어 조직 활력을 더하고,
시작 대응력이 강한 ‘작은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이 실험되었다. 또한 더 나아가 단위사
업 단위조직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들 각자를 ‘독립적인 전체’로 묶어 통합하는
‘매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이 다시 등장하기도 하였다.
IBM의 경우 북미, 유럽, 남미,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4개의 지오그래피(geography)내
에 속한 150여개 국에서의 영업을 지리적으로 나누어 경영하는 대신, 13개의 산업 단위별 조직으
로 개편하였다. 그리고 각 단위 국가별로 인사, 재무, 행정, 관리 등, 조직의 ‘기본 구조’
(infrastructure)를 관장하는 국가별 사장을 두어, 이 13개의 산업별 조직이 각 나라에서 영업을
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전세계를 하나의 지구 시장으로 보는 관점에 기초한다. 예를들어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도입되어 성과를 보고 있는 생산 관리 시스템에 대해,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동일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토요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경제 발전 단계나 시장의 크기, 기술력 등은 다를 수 있으며, 시장
에 접근하는 경영 전략 또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세계를 시장으로 놓고 경쟁하기 위해
서는 최고의 효율성을 가진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다.
그렇다면 다국적 기업의 조직이 국가별 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되는 것보다는, 산업별
특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즉 국가적 다양성
보다는 산업별 다양성에 따라 시장의 고유한 요구를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 역
시, 지리적 관리가 아닌 산업별 관리가 가능한 형태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
은 과거의 피라미드 조직을 통한 지시와 통제의 운영은 빨리 극복해야 할 조직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조직의 내부에 지시와 통제를 거부하고 다른 방식, 즉 자신의 전문성에 기초한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또 촉진한다는 것을 잊
어서는 안 된다.
둘,프로세스 위주의 운영
비지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 BPR ) 이라는 말은 경영
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세스의 정의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프로세스란 말은 자주 쓰이지만, 과학적인 정의 없이 통용됨으로써 혼란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경영학 용어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프르세스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웹스터 사전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작업
르로, 특히 제조과정의 연속적 작업이나 조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AT&T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의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특정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인풋과 부
가 가치 행위를 그 특성으로 하는 ‘일련의 상호 관련적 작업 행위’(a set of iterrelated work
activities )라고 정의하고 있다.
IBM의 정의는 보다 그럴듯하다. 프로세스는 ‘고객에게 유용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명확
하게 서류화된, 반복적이고, 측정 가능한 일련의 연속적 작업과정’(a series of definable,
repeatable and measurable tasks)으로 정의된다.
프로세스를 설명하기 위해서 서양의 전문가들이 빈번하게 예를 드는 것 중의 하나는, 집에서
직장까지 출근하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해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창동에서 여의도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가 9시까
지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아침의 어는 순간에 집을 떠나야 한다. 출근 시간에 소요되는 시간
이 출발시간을 결정한다.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집과 회사 사이를 잇는 여러 도로망 중 어느 도로를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평창동-자하문 터널-광화문-마포-여의도
를 자가용으로 올 수도 있다. 소요시간은 평균 50분이며, 자동차의 감가 상각비를 제외하고 평균
3,000원 정도의 경비가 든다고 가정하자.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평창동-경복궁 전철역까지 버스를 이용하고, 경복궁역에서 3호선을 타
고 오다가, 종로 3가에서 5호선으로 갈아 타고, 여의도 전철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걷는 방법이다.
평균 소요시간은 1시간이며, 경비는 1,500원이라고 가정하자.
그 외에 가능하고 실용적인 방법이 몇 가지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평균 소요 시간이
다를 것이며, 경비도 차이가 날 것이다. 이중에서 우리는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출근 루트로 삼
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출근 프로세스’라고 부를수 있다.
출근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방법은 가능한 여러 가지 루트들을 조합시킴으로써 짧고, 정체가 가
장 덜한 루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소요시간은 어느 루트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출근에 소요되는 경비는 다른 시각의 생각을 필요로 한다. 즉, 어느 교통 수단을 이용하느냐에 주
로 달려 있다. 자가용일 수도 있고, 전철일 수도 있고, 택시일 수도 있고, 버스일 수도 있다. 그리
고 구간별로 나누어 섞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소요되는 필요 경비를 계산할 수가 있다.
9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적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요시간이 중요하다. 이것은 프로세
스의 ‘효과성’(effectiveness)을 결정한다. 바로 프로세스의 합목적성을 의미하는 요소이다. 한
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효율성’(efficiengy)을 결정하는 재무적 요소이다.
출근 프로세스를 개선하게 될 때, 이 경우 효과성을 결정하는 소요시간의 단축 정도는 불고 일
이십분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효율성 지표인 소요 경비의 경우는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택시를 타는 것보다 여러 배 쌀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사고를 진전시켜보자. 우리가 출근하는 이유는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일이 반드시 회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 사원의 경우, 회사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고객과 만나는 시간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들을 매일 아침 9시까지 회사로 불러모으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출근 자체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말하자면 재택 근무 같은 것 말이다.
회사에 필요한 경우, 필요한 시간에 가도록 하고, 기본적인 일상적 업무는 집이나 고객의 사무
실에서 직접 이루어지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출근 프로세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며, 새로운 형태의 근무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소요 시간이나 소
요 경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대의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개선과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의 차이이다. 프로세스의 리엔지니어링은,
그러므로 기존의 프로세스의 존재자체를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슘페터가 말하는 ‘창조
적 파괴’이며, 혁명의 시작이다.
좋은 프로세스란 기업의 입장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프로세스를 의미하여, 좋은 프로
세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뛰어난 의도된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프로세스의 경쟁력에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기업 혁명의 매우 중요한 개혁 단위를 이루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고객 중심 사상으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모토롤라의 조지 피셔(George
Fisher)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왜 우리가 프로세스의 개혁에 그토록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조직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내부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
해 만들어진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내부 조직은 아무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종종 원
활한 고객 서비스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조직 구성도는 수직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고객에게 서비
스를 제공하는 것은 수평적인 범부서적 노력이다.
프로세스는 바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범부서적, 수평적 부가 가치 과정인 것이다.
이것이 효과적일 때, 조직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것이 효율적일 때, 조직은
재무적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키지 못하고서는 시장의
요구에 효율적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자본주의의 성공은, 마을의 장터에서 이루어지던 구체적인 물질적 교환을 그 기본적 경제 개념
으로 도입함으로써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은 참으로 단순하지만, 인간의 기본적
인 욕망에 기초한 훌륭한 메커니즘이다.
모든 사업은 시장에 의해 그 생사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시장을 무시한 채, 내부 메커니즘에 집
착하는 기업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고객의 요구가 기업 내부의 경직성과 편의주의
와 잘못된 우선 순위에 의해 묵살당해 왔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문을 닫게 되었는가?
1년 전, 나는 당시 한창 유망한 개인 통신 사업에 뚜어든 후발업체의 광고 내용에 개인적인 흥
미를 가지고 있었다. 만일 그 광고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는 즐겨 그 회사의 고객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 광고 내용은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나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원은 매우 무뚝뚝했다. 그
리고 지금 자기들이 부서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니 다음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나는 직업 의식이 발동하여, 왜 그들이 고객의 전화보다 자신들의 회의에 우선 순위를 두는지
반문하였다. 그 직원은 그런 것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했고, 그 회사의 고객이
될 생각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나는 그들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그 후 1년 정도 동안 어느 통신 서비스 회사 못지않게 많은 고객 서비스와 파격적
가격 조건에 대한 광고를 실었다. 그리고 IMF 시기가 오자, 이 산업 분야에서 가장 먼저 부도가
난 기업이 되었다.
고객의 요구와 기대의 파악에서부터 시작하여 고객의 만족 정도를 측정하고, 그 수준과 개선책
을 다시 최초의 출발점으로 피드 인(Feed In)시켜주는 것으로 순환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경
영 혁명의 기본적 단위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에게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한 명백한 우선적 목표를 가지고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시작되지 않
으면 안 된다.
경영 활동을 조직이 아닌 프로세스로 운영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전문 핵심 인력들이 자신의 전
문적 영역을 넘어 서로 협조하여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세스 전체를 이해할 때, 자신이
맡은 분야와 다른 동료가 맡은 분야 사이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
이런 부가 가치 과정의 체계적 흐름이, 결국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연결
고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일에 몰두하되 그것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항
상 고려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시장을 나누어 각각의 세분 시장별로 고객의 요구 사항을 분석하는 시장
분석 전문가는 자신의 일을 하되, 이 자료가 무엇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누가 이 자료를 사용
하게 될 것인지, 자료의 어떠한 내용이 마케팅 전문가들이나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인지
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좋은 자동차 디자이너는 디자인 기술만 탁월해서는 안 된다. 시장 분석 전문가나 마케팅 전문
가가 파악한 세부 시장별 고객의 요구 사항이나 개별 고객의 최향을, 자동차라는 상품 개념 속으
로 변형시켜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함께 일한다. 프로세스는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체계적 흐름으로 바꾸어놓은, 바로 문서화된 약속인 것이다.
셋, 팀의 시너지
프로세스의 리엔지니어링이 기업의 운영 체계를 바꾸어주려는 하드웨어적 노력이라면, 팀워크
는 이 프로세스대로 작업이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적인
힘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직의 구조는 수직적 틀을 그 기본 유형으로 가지고 있지만, 프로세스는 본질적으로 범부서적
협력과 이해를 전제로 하는 수평적 흐름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부서간의 벽을 넘어서는 팀워크를
가정하지 않고는 운영될 수 없는 운영 모델이다.
실제로 프로세스 위주의 운영은 많은 경우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 이유는 프로세스의 개편과
더불어, 부서이 벽을 넘어 협력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의 개편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직 내에서의 행위는 언제나 부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범부서적 협
력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입각한 조직 행위를 권장하고 고무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는 성과 측정 지표, 보상 체계를 바꾸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지침을 명확하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이것은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리더십이 아니다. 카리스마도 아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신의
산업이 종사하는, 바로 그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며, 고객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은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질 수 있으나, 그 핵심은 언제나
최고 경영자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슈바이처의 말대로 리더십의 정체는 바로 ‘
모범’인 것이다.
개인주의적 바탕 위에 서 있는 서구적 경영 체제는 개인의 업적에 따른 보상에 보다 친숙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 혁신 방향은 이런 개인적 업적의 장점 위에 팀의 시너지를 더하고 싶어한다.
바로 범부서적 프로세스가 매일매일의 일과 속에 살아 움직여주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수적
이기 때문이다.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조직의 기본적 기술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수직적 전
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해가 쉬운 자동차의 예를 다시 들어보겠다.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 차를 한 대
만들어 팔기까지 여러 종류의 전문가들이 개입하게 된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 엔지니어, 판촉
및 광고 전문가, 특허 관련 전문가, 영업 전문가, 비용 분석 전문가 등이 하나의 팀이 되어 영업
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자동차가 디자인되어 판매되고,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는 전체 영업 사이클 속에서 자신
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일관된 부가가치 프로세스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전문적 영역에 대하여 기술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 한 전문가가 한 일(투
입)과 다른 전문가가 할 일(투입)을 합쳐 결합시킴으로써, 즉 여러 가지 전문 지식을 결합하여 의
도된 결과(산출)로 융합시키는 것이 바로 조직의 과업이며 기능이다.
이때 이런 상이한 전문가들을 하나의 목적을 지닌 일관된 작업의 연속적 띠로 묶어줌으로써 효
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프로세스와 팀의 개념이다. 팀은 동일한 목적
을 가진 개인의 집합이다. 팀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돕기 위해 피터 드리커식의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해 보자.
야구는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도 개인의 역할에 의존도가 높은 경기이다. 선수에게 포지션이 주
어지고 해야 할 역할이 뚜렷하며, 주어진 영역이 분명하다. 타자로서, 투수로서, 2루수로서 그의
선수로서의 가치가 비교적 정확히 계량화된다. 따라서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를 가름하는
개인별 성적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LA 다저스나 해태 타이거스라는 팀속의 개인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서구적 기업은 개인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야구팀과 같았다.
한편, 축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선수들은 각자 자기의 고유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나, 활동
영역이 거의 자유롭고 중복적이다. 리베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 가담한다. 골을 넣는다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이지만, 스타 플레이어도 감독의 명령에 따라 어시스트로 만족해야 하기도 한다.
연습의 과정도 야구와는 다르다. 하나의 팀으로서 호흡을 맞추는 반복적인 집단적 연습이 거듭
된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팀워크라는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한도 내에서 존
중된다.
축구보다 더욱 팀워크가 요구되는 게인은 복식 테니스 같은 것이다. 정해진 포지션 대신에 우
선적 위치가 주어질 뿐이다(최근에 나는 나가노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이 경우에 가장 적합한
예가 될 수 있는 운동으로 쇼트트랙 계주를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와 라스트, 그리고 달
리는 순서 등이 정해지지만, 승리는 선수 교체가 이루어지는 순간과 개인의 질주로 이어지는 고
도의 팀워크에 의존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필수적 존재이며, 상호 의존적이다. 개별적 성과보다는 하나의 팀으로서의 시
너지가 중요하다. 이들은 함께 하나의 전체로 행동하기 위해 엄청난 자기 규제를 필요로 한다. 따
라서 이들은 하나의 팀으로서의 오랜 동안의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작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 자체와, 그 작업 과정에 적합한 팀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산팀처럼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야구팀과
같은 팀의 운영과 관리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나 병원의 응급 환자 처리반과 같은 서비스 기능이 중요한 업무는 축구팀,
그리고 더 나아가 복식 테니스팀과 같은 형태의 관리가 보다 효율적이다.
넷, 경영 동반자로서의 협력 업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GM이나 AT&T가 아니다. 맨파워
(Manpower)사라는 용역회사이다. 몇 년 전 이 기업의 총인원은 56만을 넘어서 있었다. 짐작하시
겠지만, 이 기업의 직원들은 계약에 의해 다른 회사에서 용역을 제공하는 비정규 직원으로 일한
다.
1997년, 사상 최악의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한국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취업자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추세가 될 것이다.
기술과 기계의 발달은 인간이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좁혀 놓았다. 엄청남 생산
성의 향상은 필요한 직원의 수를 현격하게 줄여 놓았다. 모든 현명한 경영자들은 경영 혁신을 통
해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데 일가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 그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아이디어
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겨우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실업을 줄여 사회적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량 실
업은 불가피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의 경우, 핵심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직원은 어떤 경우에라도 정규 인력으로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일반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재무, 관리, 인사, 비서, 총무, 생산 등의 종사
자들은 특별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세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노동 시장에서 대체 가
능한 인력들이다.
기업은 이들을 정규 직원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비전
문 정규 직원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 수밖에 없으며,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비정규 직원
의 활용이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오래도록 기업에 남기 위해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기술력
을 스스로 항사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근로자들이 모두 단순 반복적인 대체적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임시 계약직이지만 고도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
적인 예가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좋은 전문가들은 어디에서고 수요를 찾아낼 수 있다. 그들은 직
장 안에서도 견뎌낼 수 있지만, 직장을 나와서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인해 고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일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 회사가 기업의 협력 업체로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형
태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기술력 위주의 기업은 영업력을 가지고 있
는 기업과의 제휴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협력 관계에 대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서로 독립적인 독자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력하는 경
우도 있지만, M&A를 통하여 하나의 기업으로 헤쳐 모이는 경우도 보다 빈번해지고 있다.
요즈음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개념인 ‘아웃소싱’(outsourcing)도 이러한 협력 관계의 일환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전산실이 별도로 필요한 부서일까 질문할 수도 있다. 비싼 장비를 들여놓고, 이
를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고, 거기다가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싶을 때마다 적용
업무 개발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외부에서 사와야 한다면, 전산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
적인 일일까?
만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해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업체가 있다면, 그들에게 이 서비스를 맡기면 어떨까? 이러한 수요는 결국 외부
전문업체의 정보 서비스를 하나의 유망한 비즈니스로 만들어 놓았다.
다양한 형태의 협력 관계 속에서 서로가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를 인식하
는 패러다임에 매우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생각된다.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덥기 위하
여 1995년 가을, 세계 유수의 호텔 체인 중의 한 호텔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소개하도록 하
겠다.
한국의 한 기업에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여섯 명의 외국인이 각자 다른 나라에서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중 세 명은 한국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그들
을 김포 공항에서 데려올 수 있도록 호텔측에 요청해 놓았다.
그러나 정작 아무 탈없이 호텔까지 올 수 있었던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전혀 이 서비
스를 받지 못했다. 사전에 호텔에서 리무진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통보를 받았던 그는, 공항
에서 자신의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기다리는 기사를 찾아 한 시간을 헤매었다.
기다리다 지친 그는 안내 데스크에서 공항 버스가 그 호텔까지 간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버스
에 탑승하였다. 공항 버스의 정류장은 분명히 호텔 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운전 기사는 그 사람
을 호텔 앞 큰길가에서 내리게 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브라질에서 3주정도 다른 일 때문에 체류
하다가, 자기 나라에 들르지 않고 직접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짐이 무척 많았다. 커다란 가방이
무려 세 개였다고 한다. 그는 그것들을 끌고 200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날, 이 회의를 주관한 실무자는 호텔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를 따졌
다. 그들은 호텔 리무진 서비스를 맡고 있는 렌트카 회사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렌트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 회사에 항의했더니, 그들은 김포에서 1시간 이상을 기사가 기다렸다고 답변
했다. 그는 그 호텔의 사장에게 불만의 편지를 띄웠다. 그러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렌트카 회사
의 잘못이니 이해해달라는 요지의 회신이 왔다고 한다.
나는 이것이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외국인이 두 번
다시 그 호텔에 묵지 않을 것이다. 호텔의 잘못이 아닌 렌트카 회사라는 협력 업체의 잘못에 대
한 대가는 유감스럽게도 호텔이 치르게 되어 있다. 고객에게는 누구의 잘못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기대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으며, 기왕에 일어난 실수에 대한 사과나
배려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하는 ‘하청 업체’,‘도급’,‘업자’등등의 표현은 그 속에 이미
두 기업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주종 관계 내지 상하 관계, 혹은 불평등 관
계는 앞으로 적절한 협력 관계의 틀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경영 혁신의 포인트 중의 하나는 협력 업체 사이의 관계가 ‘하나의 같은 조직’(seamless
organization)이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정립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기업의 정규 직원 외에도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비정규 계약직 직원, 협력 업체의 직원 모
두가 동일한 고객을 지원하는, 동일한 경영 원칙과 목표를 공유하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
료’라는 관계의 정립이 앞으로 매우 중요한 경영 과제이다.
다섯, 고객 중심 기업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1년에 2퍼센트씩 시장을 잃어간다. 그러나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군
들은 연평균 12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연평균 6퍼센트 정도의 시장 점유율
증가를 함께 즐긴다. 이 통계가 시실을 반영한 것이라면, 당신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고도 부자
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겠는가?
또 다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비용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화가 나서 떠나가 고객을 다시 단골로 만들기 위해 들
어가는 돈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무려 11배나 소요된다고 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재미있는 보고가 있다.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의 황금 시간에 매일 30초짜리 TV광고를 내보낸다고 하자. 광고의 1차적
목표는 한국의 모든 시청자가 “그래, TV 광고에서 저 상품 선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라는,
극히 초보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가정하자.
한 광고 전문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그 정도의 반응을 얻어내려면, 매일 한 번씩 적어도 60번
은 방영을 해야 한다고 한다. 황금 시간대에 30초짜리 광고를 내본 사람들은 이 금액이 만만찮은
것임을 잘 알 것이다.
한 고객이 보통 1회 구입 금액의 열 배에 가까운 매상을 올려준다는 것도 연구 결과 나온 통계
숫자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종종 ‘너 아니면 내가 장사를 못하랴’는 얼굴로 고객을 대하는 무
례한 종업원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낌새에 민감한 것이 사람이다. 1회
구입 금액의 열 배를 팔아주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단골 고객 각자에 대하여 정서적 친화력을
갖지 못하는 판매는 위험하다.
고객이 어느 기업과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게 되는 이유에 대한 통계 숫자도 나와 있다. 기업
과 거래하는 단골 손님 중 약 1퍼센트 정도는 사망한다. 유감스럽게도 죽은 사람은 더 이상 구매
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약 3퍼센트의 사람은 별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다른 기업의 제품을 사는
고객으로 바뀐다. 그저 기분에 따라 떠나가는 고객들이다. 5퍼센트 정도는 친지의 영향을 받아 구
매선을 바꾸게 된다.
경쟁 업체의 제품이나 구입 조건이 좋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고객으로 바뀌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30퍼센트? 혹은 40퍼센트?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낮다. 단지 9퍼센트 정도의 고객만
이 이런 이유 때문에 단골을 바꾸게 된다.
어떤 기업이나 그 제품에 대한 불만 때문에 고객이 떠나가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이 경우
도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 오직 14퍼센트의 고객만이 이 이유 때문에 떠난다. 그러면 도대체 68퍼
센트의 고객은 또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그 기업과의 오래된 관계를 청산하고 다른 경쟁 기업에
게 가는 것일까? ‘직원의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10명 중 7명 정도가 거래하던 기업을 떠난다
고 하면 믿어지겠는가? 그러나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8퍼센트의 고객이 일탈하는 이유는 자
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직원의 태도 때문이다.
고객의 불만이 재구매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리는 조사 자료를 가지고 있다. 불만
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보통 10명 정도의 예비 고객에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 중 5명에
한 명 꼴로 20명에게 이 불만을 전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은 전염성이 강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10명의 불만족 고객은 약 120명의 예비 고객
에게 기업에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10명 중 80퍼센트인 8명은 평균 10
명에게 불만을 전달하기 때문에 80명의 예비 고객이 이 불만 사실을 알게 된다. 10명 중 2명은
각자 평균 20명에게 불만을 전파하기 때문에 40명의 예비 고객이 알게 된다. 결국 모두 120명의
예비 고객이 생생한 불만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이 자료와 병행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이 해당 기업의 관리자에게 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는
불과 5퍼센트라는 자료도 주목할 만하다. 다른 예비 고객에게 전염성이 강한 불만은 오히려 기업
의 관리자에게는 매우 진귀한 정보 원천임을 알 수 있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고객의 95퍼센트는 이를 기업의 관리자에게 알리는 대신 침묵하고, 이들
중 91퍼센트는 다시는 이 기업과 거래하려 하지 않는다. 불만을 가진 고객 중 단지 5퍼센트만이
불만을 해당 기업의 관리자에게 토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열거해볼 수 있다.
우선 불만을 전달하기 위해 몇 가지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소나 전화번호, 담당자 등을
찾아내어야 하며, 불쾌한 감정이 토로를 위해 시간을 사용해야만 한다. 전화통을 붙잡고 열을 내
야 하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다. 특히 이런 전화는 으레 담당자를 찾아 이리저리
몇 번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아무런 해결책도 얻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불만을 기업에 전달해주는 고객은 많은 경우, 그 기업에 대해 애착을 가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고객 불만은 매우 소중한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 자료라
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고객은 경영의 모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이 사실은,
또한 기업이 가장 잘 잊고 지내는 사실 중의 하나이다. 경영자도 직원도 내부 메커니즘에 집착하
다 보면, 고객의 입장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내부 측정 지표가 직원의 성과를 좌우하
면, 고객은 언제나 외면당한다.
어느 통신 판매 회사의 경우, 경영자는 전화가 자신들의 사업에 매우 중요한 판매 채널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직원들이 전화 벨이 울리면 빨리 받기를 원했다. 그 후 모든 판매
직원은 전화 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한다는 지침과 함께, 그 결과를 측정하여 개인의 업
무 성과에 반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개인의 성과를 측정한 결과, 매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100퍼
센트에 가까운 측정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영자는 매우 만족했다. 이 지표가 말하는 것은, 바로
모든 직원이 전화 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재빨리 전화를 받는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장은 곧 매우 실망스러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객으로부터 최근 서너달 동안
제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전화를 할 때마다 이유없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불평을 전해듣게
되었다. 그는 왜 그런 일이 생겨났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매우 우스운 일- 그러나 경영자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
하게 되었다. 직원들은 세 번 전화 벨이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
은 전화벨이 세번을 넘게 울리게 되면, 그것을 받는 대신에 수화기를 살짝 들었다가 놓아버렸다.
전화는 끊어지고, 대신 직원은 느릿느릿 이제 막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기를 집어 들면 되는 것이
다.
측정지표 100퍼센트라는 완벽한 성적표를 만들어 냈지만, 고객은 이 기업과 접촉할 수 있는 지
회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 예는 하나의 우스운 사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객이 기업에게 무엇인지를 분명
히 알 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모든 평가 시스템은 이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실업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적
인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은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1
인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
대량 실업 시대의 자기 경영은 바로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
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노력이상을 의미한다.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삶은 절름발이에 불과하
다.
삶에는 어떤 흥분이 필요하다. 일상은 그저 지리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어제했던 일을 하며 평
생을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격량과 같이 사나운 지금이다. 부지런함은 미덕이지만, 무엇을 위한
부지런함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저 바쁜 사람은 위험에 빠진 사람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 또한 매우 위험하다. 단순반복적인 일로 매일을 보내고 있는 사람
역시 매우 위험하다..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가치를 만드는 사람만이 언제나 필요한 사람이다. 가치의 개념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변화를 생활의 기본적 원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러므로 매우 중요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그 변화의 방향을 알고, 자신의 욕망
과 그것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을 매우 중요한 자기혁명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라. 기업의 경영혁명의 내용을 이해하
고 그 속에서 자기 혁명의 길을 찾아 내어야 한다. 자기 혁명은 기업에게나 개인에게나 이제 피
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두 혁명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