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글로만 써 봅니다.
여름 휴가기간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일을 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휴가를 가자니 마나님 휴가일정이 전혀 잡혀 있지도 않고... 그래서 마일리지 동원해서 제주로 낚시를 갈 계획을 잡아 봅니다.
나 : 마눌, 갈치 잡아다 줄까?
마눌 : 지난번에 가서 꽝(작년 10월인가 다른 배 타고 가본적이 있었지요... 처음 낚시였고요)했는데, 그돈 가지고 그냥 갈치 사다 먹어라...
나 : 바람이나 쐴겸 해서 갔다가 올께... 보내주라...
마눌 ; 헷소리 하지 말고, 그냥 있어라... 응??? (거의 협박조 입니다0
나 : 걍 갔다가 올께......
마눌 : 니 맘대로 하세요~~~ 근데 갈치 가지고 오면 쥑인다... 나 생선 대가리 무서워하는거 알지?
나 : 응. 알았어. 어머님댁에서 손질 다 하고 올께...
참고로 저희 집하고 어머니 사시는 곳 하고는 바로 옆동네(차로 5분거리) 입니다...
뭐, 하여간 이래저래 해서 출발을 합니다.
사무실에서 오전 일 마치고, 차끌고 김포공항가서 주차 맏기고 비행기탑니다.
지난번에 낚시 갔을때 멀미로 고생(너울이 져서 그 배 탔던분 대부분이 사망했던 기억이...)했던 기억이 있어 키미테 하나 사서 붙이고 느긋하게 출발합니다.
날이 무척 덥더군요. 비도 많이 안왔다고 하더군요. 선장님 말씀이 제주도 가뭄 들어서 난리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덕분에 바닷물의 온도도 많이 높았다고 하더군요. 그간에요...
뭐, 제주 바다... 장판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도두항에서 출발해서 목적지로 가는데, 배 앞에서 계시던분들 파도에 다 물벼락 맞으시고... 뒤로 피신을 하십니다... 순간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오늘 죽었구나...... 키미테도 필요없는 상황이 오겠구나..."" 같은 배 타셨던 일행분은 멀미안하신다고 합니다. 매우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_-
풍을 내리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꿀렁꿀렁... 채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쩝... 잘 안됩니다. 줄 꼬이고 난리도 아닙니다. 바다에 던지기도 전에 줄부터 꼬이기 시작하네요. 오늘 낚시 힘들겠다......
배에 손님은 별로 없었는데, 선장님께서 바람이 많이 부니 던지지 말고 그냥 내리라고 하십니다. 낚시 내리는데 여지없이 줄이 꼬입니다... 그냥 잡아볼까... 하면서 생각을 해 보니 수중집어등 확실히 돌리지 않은 기억이 납니다. 에라이씨... 5천원 해 먹었다...
들어올렸습니다. 역시 집어등 당연히 나갔고... 눈먼 3지짜리 미만 하나 곁들어서 올라오네요... 줄은 물론 꼬여 있고... 선장님께 구급신호를 보내서 다시 정렬합니다.
갈치, 역시 색깔이 아주 이쁩니다. 황홀할정도의 광채가 납니다...
집어등 새로 붙이고, 줄 정렬 시작하고 다시 낚시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야지요...
옆에 계신분은 초반에 1타 3-4피씩 하고 그러십니다. 난.... 1-2피하면서 그냥 이렇게 잡히는게 어디냐...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가지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초보 기술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냥 천천히 잡히면 잡히는대로, 안잡히면 안잡히는대로... 뭐 그렇게 슬금슬금 잡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올라오기는 하는데....
역시 바람이 문제네요. 바람이 부니 배도 꿀렁꿀렁 하기 시작하고... 움직이기 가히 편하지는 않습니다만... 무슨 체험삶의현장 찍는거도 아니고... 갑자기 후회가 밀려옵니다. 내가 뭐하러 이짓하러 왔나.... 그냥... 기왕 왔으니 바다 안좋다고 사기치고 해변가에 방하나 빌려놓고 잠이나 싫컷 잘걸 그랬나... 사실 많이 잡히면 이런생각 안하지요... 잡는 재미 때문에 멀미할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즉 잘 안잡히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때쯤 낚시대 끝이 제법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별 기대 당연히 안하지요... ""2마리 올릴라고 또 개 고생하면서 올려야 하나... 그냥 두자...."" 그러면서 잠시 쉬다가 혹시나 하고 올려봅니다... 제법 묵직한 기분이 들더군요.
바늘을 올리는데(7단 썼습니다)... 첫바늘, 역시 꽝 입니다. ""그럼 그렇지..."" 두번째바늘... ""역시 그렇지..."" 세번째 바늘 올리는데 반짝입니다.... 한두마리겠지... 네번째바늘 반짝입니다.... ""혹시??? 설마???" 다섯번째바늘 또 반짝... 여섯번째바늘... 반짝....
네... 1타 4피입니다. 급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슬슬 해수욕장이 머리에서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다시 내립니다. 이번에는 3피 입니다. 뭐, 기다렸다가 올리는게 아니라. 내렸다가 잠시 한눈 팔면 다시 낚시대끝이 흔들흔들.... 재미붙었습니다. 그냥 올려버립니다. 오예... 고등어 올라왔습니다. 족히 30센티정도 되는군요. 갈치도 두어마리 올라옵니다.

아... 갈치낚시가 재밌구나...
멀미는 없어졌고, 해수욕장도 머리속에서 지워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급 어부모드 진입입니다.
내렸다가 줄 다 감고, 손으로 올리는데 좀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 큰 갈치??? 맞습니다. 큰 갈치였습니다. 5지급 이상되는것으로 보입니다.

아... 나한테도 이런 갈치가 올라오는구나... 오늘의 장원이었고.... 선장님, 사무장님, 선장님아드님, 주민분 한분을 제외하고... 제가 제일 많이 잡았더군요.... 사실 손님은 5명밖에 없었지만요...
옆에 멀미에 강하셨던 분.... 네... 옆에 조용히 누워계십니다. 초반에 제일 많이 잡으셨는데, 바람과 파도를 이기지 못하시고...
저녁식사 이후로, 풍 걷을때까지 계속 1타 3-4피씩 꾸준히 올렸습니다. 덤으로 30센티 가까이 되는 고등어도 7수 올렸고요...
전혀 피곤을 느낄 수 없더군요. 해수욕장... 그런거 생각도 안납니다...
풍 걷고 항구로 오는데, 피곤이 엄습.... 1시간 사망모드 들어가 주시고, 배에서 내렸습니다. 아무 생각없는 상태에서 식사하고, 목욕하고 공항으로 옵니다. 화물로 따로 안부치고 그냥 수화물로 짐 보냈습니다. 물론 장비는 대여해서 짐은 간단한 상태였고요... 무게를 다는데.... 쯔압... 20키로에서 5백그람 빠집니다. 항공사 직원, 추가챠지없이 그냥 보내줍니다. 고마워라... 얼음 한봉다리 넣은거 계산해 보니, 18키로정도 잡은거 같습니다.
마리수는 배에서 확인을 안했습니다. 고등어까지 70마리정도라고 생각을 했지요.... 더 잡았을거락고 생각했는데, 대충 세다 보니... 그정도로 알았는데....
마눌과의 약속 때문에 어머님댁에서 해체작업 시작합니다. 어라? 근데 마리수가 좀 많아 보입니다. 한마리, 두마리...
마릿수 세면서 구분합니다. 이거는 구워먹을거.... 이거는 지저 먹을거... 이거는 젓갈담을거... 장원한 5지급이상 한마리는 아버지를 위해서 남겨 놓습니다. 머리 잘라서 젓갈용으로 빼고, 내장삐고, 작은거 젓갈용으로 빼고... 하면서 세어 보니...
젓갈용 3지 미만 : 20수 이상
지짐용 3지정도 : 30수...
구이용 3.5-4지 : 40수...
고등어 : 7수...
네... 갈치만 90마리정도에 고등어 7수 나왔습니다.
밤새 어부생활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근데... 순간적으로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이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나.... 신나서 잡을 생각만 했지, 처분할 계획은 전혀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으아악~~~
일단 젓갈용은 3년 간수뺀 천일염(집에 있어서)에 섞어서 보관을 하고... 나머지는 물 안 닿게 머리제거, 내장제거, 꼬리제거해서 옆에 치우고... 전화 돌리기 시작합니다. 큰누님, 작은누님... 동생네... 와서 가져가라... 못간다.. 니가 가져다 줘라.... 쯔압...
손질하다가 팔아파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첨에 한 20마리까지는 재밌었는데, 손질해도 줄지 않는 갈치를 보니... 무섭더군요... 갈치가...
다 나눠줬습니다. 큰누님, 작은누님, 장모님, 막내고모님, 동생네, 회사사장님, 작은아버지까지... 집에도 보관하고...
생선 무섭다는 마눌님은.... 정말 잘 먹더군요... 손질하는거는 싫은데... 먹는거는 좋다고...
나 : 맛있냐?
마눌 : 맛있다.
나 : 또갈까?
마눌 : '도끼눈을 하며' 손질 다 해서 와...
나 : 니도 같이 가자...
마눌 : 됐다...
이틀동안 다들 갈치만 먹었다고 하더군요... 구워먹고, 조려먹고...
근데... 맘은 뿌듯했으나, 몸에는 근육통이... ㅋㅋㅋㅋ
이 조황을 낚시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거래서 사장님들하고 밥먹으면서 이야기했더니...
"""야.... 가자.... 언제갈래.... 추석전에 가자.... """"
그래서 갈치원정대(무슨 반지의제왕 반지원정대도 아니고)를 급 구성해서.... 9월 13일에 출동합니다.
선장님, 갈박님... 9월 13일 그날 갈치회좀 해 주세요... 갈치회 안해 주심 저 거래처에서 쫓겨납니다... 다들 갈치회 먹고 싶데요... 고등어회하고요.
첫댓글 ㅋㅋ!~~
조행기가 맛갈납니다...감사합니다...ㅎ
갈박님.. 갈치회 부탁드려요.
잘보고 갑니다 ~~ 우리 마누라도 생선 별루 안좋아합니다.. 쩝 ㅠ.ㅜ;;
추석전에 함 가보려구 저도 눈치보고 있네요..;; 마누라눈치..;; 조황눈치..;; ^^
ㅋㅋㅋ
마누라... 조황...
개인적을 올해 읽어본 조행기중에 최고입니다~~
낚시하시면서 느끼시는 감정들.. 손질할때 고민..모두
제가했던 생각과 많이 일치해서 더그렇네요 ㅎㅎ
저는 재작년 12월에 첨으로간 방주호에서 70수하고
두번째가는건 올해 10월12일예약되어 있답니다
뭐... 실장님도 그렇고 모든 분들의 고민이겠지요... 특히 손질...
한두마리면 몰라도 많으면 다들 기겁을...
조행기 읽으면서 겁나 웃었습니다(죄송합니다^^;).
리얼, 장엄, 코믹 등등등. 무엇보다도 좋은 조황 보심 축하드려요.
낚시라는게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운때와 체력도 무시 못할거 같더라구요.
낙조님 덕분에 가족분들, 지인분들 정말 호강한 겁니다. 그 분들은 잘 모르시고 드셨겠지만요ㅎㅎㅎ
이놈의 저질체력이 문제가 되는거 같습니다.
밤새면 무리가 확실히 오네요...
갈치 잡으러 간다니 다들 기대하는 눈치인데...
꽝치면.. ㅋㅋㅋ
일전 방주호에서 낚시를 같이 하였던 봉천동 사는 꾼입니다. 조행기 잘 보았구요. 기회가 되면 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집에 잘 가셨죠?
저도 그렇고 비몽사몽이었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나중에 기회되면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