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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안면도의 진면목-겨울바다를 거닐며 글/사진: 이종원
편안하게 쉬는 섬 (安眠島) 안면도는 세계 꽃박람회를 계기로 서해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사람이 늘면서 예전의 조용한 분위기를 느끼기엔 영 아쉬움이 남는다. 식당과 팬션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피서철이나 대하철만 되면 안면대교부터 꽃지해수욕장까지 고생길을 감수해야 한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섬은 이름에 불과한 것일까. 이는 안면도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푸념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불친절과 바가지가 따른다. 그런 곳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안면도에는 시선을 덜 받고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아직도 많다. 천수만을 바라 보고 있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아늑한 포구가 구석구석에 숨어 있고, 그 황톳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는 여정은 고향가는 길만큼이나 포근하다. 큼직한 염전은 넉넉한 심성을 가르쳐 주었고 어느 바다든 들어가면 신명나게 갯벌체험 할 수 있다. 특히 남쪽해안인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안면도 토박이조차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릴 정도로 숨은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안면도의 진면목은 바로 이런 곳들이 아닐까. 사실 이런 곳들은 피서철보다 한적한 겨울에 찾아가야 제 맛이 우러난다. 인적조차 없어 가뜩이나 을씨년스러운데 맘껏 폼잡고 해변을 홀로 거닐며 바다에 생기를 불어 넣어보자. 바다도 그런 이방인을 반긴다. 발자국을 쿡쿡 찍어가며 마음껏 자문자답해보라. 발자국 속에서 지난날 살아왔던 자신을 찾아보라. 바다는 스승이며 조언자다. 마음 열고 귀를 쫑긋하면 그 그 내면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속삭임이야말로 겨울여행은 진면목이 아닐까
안면도의 서쪽해안은 해수욕장 공화국이다. 삼봉-기지포-안면-두여-밧개-방포-꽃지-샛별-운여-장삼-장돌-바람아래등 줄지어 있다. 그 중에서 샛별해수욕장 아래쪽이 비교적 조용하고 운치있는 곳이다. 장삼해수욕장 가는 길은 향토적이다. 쌀을 키우는 논두렁이 있고 소금을 키우는 염전까지 나를 반긴다. 그 가운데를 내가 가로지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장삼해수욕장 여인네의 장삼처럼 백사장이 길게 이어져 인근 장돌과 바람아래까지 연결되어 있다. 장삼 소매자락 한켠에 갈메기떼가 밀가루처럼 고운 뱃사장을 거닐고 있다. 앞바다에는 기다란 장고도가 편안히 누워 있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조개와 게잡이를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유명하다.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고개를 넘어가면 장돌해수욕장이 나온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숲은 겨울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까나리액젖 통이 부글부글 익어 가고 있다. 바로 자연이 숨쉬는 소리다.
장돌해수욕장 해변엔 아무도 없다. 먼저 바다를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항아리모양처럼 해변이 움푹 들어가 있어 이곳에 서면 어머님 뱃속에 들어간 것 처럼 편안하다. 이렇게 조용하고 예쁜 해변이 왜 '짱돌'이라는 거친 이름을 가졌는지 모른다. 하긴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솔직하고 순박함이 묻어 나는 어감이 아닌가. 워낙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어 한여름에도 한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물에 드리워진 금빛 물결이 눈부시다. 조그만 섬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참 아름다울텐데.... '다음엔 그것을 볼테야.'
바람아래 해수욕장 장삼과 장돌 그리고 바람아래는 삼형제다. 큰형답게 바람아래라는 이름표를 달고 바람과 파도를 싸우며 동생 해수욕장을 보듬고 있다. 그렇기에 홀로 서면 형님 품안처럼 아늑하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비포장 도로에 차가 울렁거릴 때마다 운치를 더해준다. 말끔히 길이 놓였으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거야. 깊은 속내로 빨려 들어가니 이번앤 울창한 해송이 반긴다. 하늘 한점 보기 힘들 정도로 늘씬한 안면송이 하늘을 향하고 뻗고 있다. 바다는 옆으로 뻗고 있고, 나무는 하늘로 뻗고 있었다. 솔향의 미몽에서 헤어나자 안면도 최고의 보석인 바람아래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형성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섬까지 길게 이어진 백사장이 나타난다. '아! 바람아래.' 그 옛날 이곳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용트림 한 것이 오늘의 특이한 지형을 만들어 냈다. 용이 솟아 올랐으니 바람이 일렁이는 것은 오리려 당연하다. 그 바람이 만들어낸 하얀 포말은 생활에 찌들였던 스트레스를 단방에 날려 보낸다. 사자처럼 갈귀를 휘날리고 있는 사자바위,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할미섬도 빼 놓을 수 없는 그림들이다. 더 멀리 시선을 던져보자. 바다에 촘촘히 박혀 있는 장고도, 고대도, 삽시도 , 원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다.
물이 빠졌다면 해변의 서쪽 끝으로 가보라. 어른 10여명이 너끈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너른 바위굴이 뚫려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해변의 바다는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우아한다. 나가기 싫어진다. 바람아래, 바위아래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는 이름모를 동물이 주인이었나보다. 살포시 찍힌 발자국이 선명하다.
허허벌판에 묶여진 배 한척은 바라 볼수록 아련한 느낌이 든다. 그 묘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본다. 갯벌은 바다생물이 알을 까고 몸을 키워 나가는 곳이다. 볼품없는 진흙탕이지만 흙을 조금만 걷어내면 생명이 살아 숨쉬는 터전이다. 배는 바다를 향하고 싶지만 물이 없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바다를 향하지 못한 좌절일까. 미래를 위한 여유일까?
고남 패총박물관 다시 큰길을 나와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우측에 고남 패총박물관이 나온다. 안면도는 삼면이 바다인 덕에 조개가 많이 자란다. 사람들은 죽어서도 조개무지에 묻혔다. 신석기, 청동기 시대의 안면도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섬사람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061-670-2337
영항민속박물관 학창시절 도시락을 난로위에 올려 놓으면 김이 모락모락 난다. 점심시간도 되기전에 도시락은 언제나 비워있다. 그런 옛추억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 안면도에 생겼다. 폐교를 개조했기에 박물관이 넓어 가슴까지 시원하다. 나무사이로 시퍼렇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맛도 그만이다. 이곳은 항아리의 천국이다. 전국의 항아리를 모두 모은 것 같다. 지금은 사라졌던 민속용품도 가득 전시 되어 있다.
걸상 의자를 몰래 뒤로 빼어 여학생이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른 적이 있었다. 죄없는 남자애가 그 여자아이에게 혼쭐 나는 모습을 보고 미안해서 혼났다. 키득키득....초를 칠하며 마룻바닥을 반들반들 문질렀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이곳에 오면 유년의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분위기도 좋고 전시물도 풍부하지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현재 박물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조만간 재오픈할 예정이란다. 이곳을 찾기 전에 꼭 전화하고 가길.. 061-673-0615 고남면에서 영목항 가는 길.
가경주 누구나 아늑한 포구를 꿈꾼다. 예쁜 포구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순수한 뱃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한번 가보았으면....그렇다면 안면도의 가경주항을 가보라.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아늑한 것이 마치 새의 둥지와 같아 예로부터 '가경지(佳景地)' 라고 불리웠다.
그 흔한 방파제도 없다. 물이 빠지면 배는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고 물이 들어오면 일터로 다시 나가면 그만이다. 시게는 오로지 자연이 가지고 있다. 활처럼 휜 해변을 따라 파랑, 빨강 지붕들을 이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다. 따사로이 내려 쬐는 양지에는 마을의 촌로들이 웅크리고 앉아 그렇게 지겹도록 바라본 바다를 또 쳐다보고 있었다. 바라봐도 지겹지 않은 가경지 포구. 하늘하늘 거닐고 싶고픈 어촌 마을이다.
영목항 77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가다보면 안면도에서 더 이상 갈곳없는 땅끝인 영목항이 나온다. 안면대교에서 이곳까지 30여km나 떨어져 있을 정도로 멀다. 원산도, 효자도,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 현지 사람들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더니 고대도의 뒤쪽 해변이 여름 피서지로 최고라고 귀뜸해준다. '기다려라. 금년 여름엔 꼭 찾아가마.' 안면도에 핵폐기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파출소를 불태웠을 정도로 안면도 최대의 위기가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 후보지가 바로 영목항이다. 바다 앞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내품는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데 이곳에 핵폐기장이 들어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마침 대천항에서 출발했던 큰배가 들어온다. 거선 입에서 승용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여름 안면도에 교통체증이 심할 때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배를 이용하여 안면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선창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어시장도 볼 만하다. 어패류와 젓갈을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다.
천상병시인 생가 동백림 사건에 억류되어 고문과 옥고를 치르면서도 맑은 시어를 쏟아낸 천상병시인을 안면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의정부 수락산 밑에 있던 천상병 시인의 생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은 모종인씨는 시인의 생가를 통째로 안면도 대야도로 옮겨 좋았다. 벽돌블럭과 문틀까지 고스란히 가져 왔다. 아직까지 공사중이고 2005년 3월 초순이면 정식으로 개관한다고 한다. 천상병 문학관도 생가 옆에 짓고 있다. 대야도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 '귀천' 이란 시처럼 시원스런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생가만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니 다행이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팬션) 시인의 섬 천상병시인의 생가를 옮긴 모종인씨가 운영하는 팬션이다. 천상병 생가가 팬션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 문학기행과 함께 하면 좋다. 바로 앞에 천수만 바다가 훤히 보일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창을 열면 바다가 훤히 보일 정도로 절묘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앞마당에 바비큐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다소 비싼 것이 흠. 안면도 고남면 중장 5리 대야도 019-419-0456
모놀과 정수 .....여행작가 이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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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떤 사물이든 여행지든 그 사람의 관점이 큰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대장님의 따뜻한 시선이 비로소 안면도를 편안히 잠들 것처럼 형상화시키셨네요. 꽃지, 바람아래, 장삼,,,그곳 해수욕장 이름은 모두 詩라는 느낌이 들어요. 몇해 전 그곳에서 어느 분이 한 ‘모래알인 줄 알았는데 모두 보석알이더라’말이 생각나네요
대장님 잘 봤어요 좋은사진 좋은글 언제나 감탄 입니다
해수욕장 이름도 참 예뻐요. 내일 방송 볼려면 일찍 일어나야겠네요. 오전 6시 40분 KBS2TV 맞나요?
80년대 말! 안면도 방포의 바닷가.. 건너편 내파수도의 흐드러진 작약꽃 한다발의 약속... 새로운 추억들이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