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이번이 어언 10번째다.
그러니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서 택한 코스였고 기대도 컸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구서부터.
11시에 출발하기로 하여 청도휴게소서 11시 반쯤 만나기로 했는데 세하가 온 것은 12시 20분이나 되어서였다.
결국 세하는 휴게소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가서 1시 간당간당하게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버스를 타고 온 울산팀은 물론 모두 도착해 있었다.
여유있는 점심 식사는 이미 바라기가 힘든 상황이어서 싸 가지고 간 초밥을 나누어 먹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다른 사람의 비행기표는 정상적으로 다 잘 나왔는데 마지막으로 나를 부른다.
단체 비자에 기재된 여권번호와 가지고 간 여권의 번호가 다르다는 것이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앞이 캄캄, 아니 깜깜해졌다.
'이를 어쩌나? 나를 믿고 가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데...'
그간 9번의 여행을 하면서 여권 문제로 되돌아갔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무이산 여행 때와 두 번째 태산 여행 때 있었던 일이 내게도 일어나는 것인가?
그리고 그 사실을 누차 사람들에게 강조까지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동반 자녀인 용진이도 당연히 같이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이장휘를 불러서 물어보았더니 여행사에 문의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사이 이 일을 두고 모두들 마음을 졸이는 가운데 이 여행에서 나랑 밀접한 사람들은 모두 나의 실수라고 한 마디씩들 했다.
큰 형님: "그만큼 여권을 잘 챙기라 하더니..."
이장휘: "아마 선배님이 구여권 사본을 잘못 보낸 것 같습니다."
세련 누나: "꼼꼼하고 정확하기로 남에게 지지 않는 네가 그런 실수를 하다니..."
내가 구여권 사본은 파일로 저장해놓은 것도 없다고 해명을 했지만 그걸 따질 개재가 아니었다.
하여간 그 와중에 이장휘가 여행사에 자초지종을 말하고 사유서를 팩스로 받았는데 그때까지 걸린 시간이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여권 번호가 잘못 기재되었다는 팩스가 와서 출국을 할 수 있다고 하자 모두들 환호성을 울렸다.
일단 검색대와 출국검사까지 지나서 무사히 출국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탑승구에서 탑승을 기다리는데 또 장내방송이 흘러나와 나와 용진을 찾는다.
대한항공 직원이 오더니 여행사서 보낸 사유서는 현지서는 통하지 않는 사실상 무효 서류라고 한다.
말인즉슨 여권 번호가 한두 자 틀린 것은 통하겠지만 이렇게 통째로 틀린 것은 항공사서 책임을 져야하고 엄청난 벌금이 부과된다고 하면서 그 벌금을 본인이 물 용의가 있으면 출국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가나마나 망설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을 하고 다시 각서를 썼는데,
그 벌금이 중국돈으로 ... 무려 6000원, 곧 한화 120만 원이라고 한다.
물론 경미한 개인에게 부과되는 벌금도 따른다고 하고...
그러면서 한 마디 붙이기를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예측을 할 수 없는 나라잖아요?"라 한다.
적발이 된다면 최악의 경우 한 사람의 여행비 이상을 다시 물어야 할 판이었다.
모두들 나의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내가 없으면 별 여행의 의미가 없다며 벌금을 뿜빠이해서라도 함께 가자고 한다.
속으로 굉장히 고마웠다.
대한항공 직원은 다소 무모한 시도인 듯하다고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위로인지 뭔지 알듯 모를 듯하게 "그쪽에서 입국만 시키면 돌아오시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걸릴 확율은 10% 정도 될 것입니다."라 한다.
늦게 표를 바꿔 일행과는 동떨어진 제일 뒷 좌석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비행기에서도 그 생각에 내내 가슴을 졸이고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입국 수속을 밟는 직원이라면... 그 정도는 눈으로 한번 슬쩍 봐도 잡아내겠다는 생각에 더 불안해졌지만 뜻대로 되게해달라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며 갔다.
입국을 하자 결국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입국심사소에서는 단체 비자를 가지고 입국하는데 내가 줄을 세우고 다 왔노라고 일러주었다.
9번까지 잘 통과하고 10번인 내가 여권을 내밀자 잠시 살펴보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구여권은 가져왔느냐?"
"안 가져왔다."
그러자 직원이 뒤쪽의 직원을 향하여 뭐라 손짓을 했다.
순간 이장휘 선생이 달려와서 "무슨 문제가 있느냐?"라 하자 그 직원은 별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큰형님도 달려왔다고 하던데 경황이 없고 긴장을 해서였는지 나는 미처 보지를 못했다.
정작 그 직원에게 손짓을 하여 가져오라 한 것은 정정용 난을 찍는 고무도장이었다.
그러더니 순순하게 직접 신여권 번호를 고쳐준다.
모두들 크게 안도한 것은 물론이다.
다만 중국이어서 환호성을 지르지는 못하였고...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이장휘에게 부쳤던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보니 분명 신여권이었다.
애당초 구여권 사진은 남아 있지도 않았던 터였다.
잠시 생각을 해본 결과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4월에 여행자 명단을 작성하여 이장휘에게 넘길 때는 신여권을 만들기 전이라 구여권 번호를 적어보냈고,
여권 사본을 보낼 때는 용진의 것과 함께 신여권을 보냈는데 여행사서 신여권을 확인 않았던 것 같다.
내 생각에 이럴 때는 분명 여행사의 잘못인 것 같다.
최종적으로 보낸 것을 확인하고 그것으로 수속을 해야하는데...
아마 김해서 이장휘가 여행사로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보라고 했을 때 받은 그대로 였다고 얘기는 했겠지만 아마 가슴이 뜨끔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때 그렇게 걸렸는데도 무사히 통과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를 가이드로 알고 20명이 모두 돌아간다고 농성을 할까봐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여행사에서 미리 연락을 해두어서였을까?
중국이 이런쪽에서 법적용이 관대해져서였을까?
결국 예측할 수 없는 중국측의 행동이 좋은쪽으로 행해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어쨌든 나로 인한 해프닝으로 나에게나 여행단 전체에게나 모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여행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