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
딱 이 소리가 왼쪽 무릎에서 나는 것 같았다. 아,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정확하게 지난 강진 대회에서도 무릎 통증이 찾아왔던 20k 지점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간 10분을 넘어간다. 지금껏 달려왔던 거리보다 2k를 더 달려야 하고, 그 중 4키로가 오르막이다. 더욱이 마의 30~40k 구간이 남아있다. 22km. 서울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선 남은 시간은 2시간 50여분. 다리에 문제가 없었으면 충분한 시간이지만, 강진에서 마지막 12k를 들어오는데 거의 두 시간이 걸렸던 경험이 있다.
선택을 해야 했다.
경기를 포기하고 제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든지, 아님 걸어서라도 완주를 하든지…
- 43.695km, 제한 시간 5시간 30분.
춘천 가는 기차를 타는 토요일, 아침 일찍 단골 목욕탕엘 왔다.
대회 하루 전날까지도 어떻게 이번 대회를 뛰어야 할지 당최 감이 서질 않아서다.
다섯 번째 풀(그 중 한번은 중도 포기) 도전이라 뭐가 어렵겠나 싶지만, 이번 대회는 “반드시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하고, 3주전에 당한 무릎 부상이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서, 이번 춘.마에서 발생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시간들을 계산해 본다.
다행히 2012년 첫 풀 머리를 올렸던 곳이라 대회 분위기와 코스가 생생하다.
풀코스만 약 2만 여명 참가하는 거대한 대회이다 보니, 출발하는 시간(엘리트 그룹은 정각 9시 출발)도 개인 기록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이번에는 올해 동마 기록이 있어서 E 그룹에서 출발.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9시 30분을 출발 시간으로 잡았다. 남춘천역에서 용산으로 가는 기차는 오후 3:02분에 출발. 골인 후 칩 반납, 개인물품을 찾는데 대략 10여분, 물품 보관소에서 남춘천역까지는 1.5k, 걸어서 20분 거리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뛰어야 할 거리는 42.195k가 아닌, 기차역까지 43.695k에 제한 시간은 5시간 30분이란 계산이 나온다. 골인지점까지는 무조건 5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 ^^;;
목욕탕을 나가며 몸무게를 재어보니, 2주 전보다 정확히 4kg이 줄었다.
- 5시간 주자도 작전은 짠다.
짐을 싸면서도 여전히 고민이다.
원래는 최대한 짐을 작게 해서, 함께 가는 총무님에게 맡길 계획 이였다. 총무님이야 당연히 나보다 먼저 들어올 것이고, 미리 짐을 찾아 놓으면 짐 찾는 시간 10분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혹시 내가 5시간 안에 못 들어오면??? 내 짐이 총무님에게 정말 “짐”이 되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결국, 함께는 가지만, 따로따로 내려올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서 가방을 꾸렸다.
그럼, 달리기는???
지금껏 중간에 퍼진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가지 원인들이 있다.
초반 오버페이스, 대회 전 음주, 과체중, 무릎 부상 등등…
대부분 음주 및 과식->체중 증가->무리한 훈련->부상->훈련 중단->체중 증가의 악순환에서 온다.
초반 페이스는 대회 당일 조절하면 될 것이고, 몸무게는 계획대로 4키로 줄였다. 대회 전 4일 동안 금주(제일 힘들었음, 4일이 4년 같았다…ㅋㅋ)도 했다. 문제는 무릎 부상인데…. 2년 전 동마 때도 올해와 똑 같은 증상으로 20k 지점에서 포기, 전철을 타고 온 적이 있다. 근데, 춘천은 전철은커녕 택시도 안 다니는 코스. ^^;;
고민 고민하다, 숏팬츠 뒷주머니에 젤3개, 현금 2만원 그리고 약국에서 구한 소염진통제 2알을 챙겨 넣었다.
- “총무님, 전 이미 틀렸으니…..먼저 가십시ㅇ…”
오후 4시에 탄 KTX가 정확하게 6시 25분 우리를 용산에 내려 놓는다.
잠시 쉬었다 7시에 춘천행 ITX 청춘 열차에 탑승, 약 1시간 후인 8:12분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내 전화에 다운받아놨던 기차표 4매 중 총무님 몫 2매(남춘천->용산, 용산->목포)를 총무님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작업(상당히 복잡했음…^^;;)을 했다. 내가 혹시나 늦을 경우, 총무님 혼자서라도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남춘천역앞 무수한 닭갈비집중 한 곳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로 맛없는(술이 없었으니…^^) 저녁을 하고,


미리 예약해둔 모텔에 짐을 풀고 배도 꺼트릴 겸 다음날 출발장소인 공지천으로 마실을 나갔다.
숙소에서는 생각했던 대로 20여분 거리. 공지천은 제법 근사한 조명과 대회 준비로 북적북적하다.
총무님이랑 출발 지점 앞에서 한 컷

대회전 공지천 (아...이 오글거리는 멘트는 뭔가요...^^;;)
그리고 마침내 대회날…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었음에도 아침 6시경에 눈이 떠진다.
아침 느긋이 숙소 가까운 황태해장국집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회장으로 나간다.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걱정했던 미세먼지가 싹 걷힌 파란 하늘은 의암호, 삼악산과 어울려 더없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기상청의 예상 기온은 9~20도.
산과 호수의 데깔코마니

대회장은 풀코스 1만7천명, 10k 8천명 총 2만5천명의 선수들과 함께 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가방을 맡기고, 총무님과 가볍게 조깅,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나니 어느덧 9시,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한다.
출반전 풍경 (배경 음악은 제가 넣은 게 아니라, 현장에서 틀어준 음악임다. ^^)
“형, 끝나면 나 기다리지 말고 바로 숙소 가서 샤워하고 기차역에서 보자!”
다시 한번 당부를 하고 각자의 그룹으로 헤어졌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말톤 뛰고나서 나도 이런 '이쁜 후기'쓰고 싶다. 수현씬 참 힘이 세다. (그리고 고맙다)
순금씨 글에 대댓글 달기가 참 어려운....
나보다 달리기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이라...ㅎ
암튼, 응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