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리 무등이왓 마을에서
ㅡ 이대규
그대여, 아직도 떨리는가
바람은 화순 포구에서 잠들고
산방산에 내리는
햇살은 밝고 투명한데
무등이왓 시누대 숲이여
여전히 두려워 떨고 있는가
희생과 순결
붉은 리본 흰 리본 펄럭이는 구불길
가녀린 시누대만 남아
사라진 마을을 지키네
할망 노래인가, 떠도는 혼백인가
피울음 대피리 소리
올레 돌담 틈새에서 들리네
4ᆞ3 토벌대 들이닥쳐
130호 초가 모두 불태우고
양민 100여 명을 학살했던
제주의 킬링 필드
"살려줍서 살려줍서"
화염 속에서 들려오는 아이 울음
귀 막고 눈 감으며
혼자서 살아남은 엄마
돼지우리에 숨어 살아냈다네
맷돌에 설움을 갈며 견디었다네
메밀꽃 지슬꽃 어우러진
몰방애, 광신사숙 텅 빈 옛 터
눈 감고 그려보네,
안덕면 무등이왓 마을
동광리에서 가장 큰 동네였지
연자방앗돌이 5개나 있었지
김봉춘 이두옥 선생님
광신사숙, 동광간이학교에서
민족혼을 일깨우고 인재를 길렀다네
밭일하던 어른들의 그늘 쉼터가 되고
개구쟁이 아이들 허리 밟고 올라 타던
무등이왓 퐁낭 한 그루
처연히 병악오름 바라보고 있네
해지는 마을로 가는 길,
제주 동백 잎새마다 번득이네
탕건 망건 망태 차롱
말총 시누대로 만들며
여름밤 별똥별을 헤던
맑은 눈망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