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상황봉 산행기
2005년 4월 23(토) 오후5시 산악회사무실 출발 -> 24(일) 오후 9시30분 통영도착
참석자 : 강행구 황철성 김희영 임강주 박충근 김광석 희용 이주사
산행코스 : 에덴농원=>송곳바위=>477봉=>백운봉601=>전망대=>하느재=>465봉=>전망대=>595봉=>상황봉=>관음사터=>도치봉405=>에덴농원
1. 산행기
8시30분 에덴농원 입구에 차를 대고 배낭을 매었다. 오른편으로 난 산행 길을 따라가면 계곡을 건너면 산행이 시작된다.
9시. 누운 바위를 지나니 이름 그대로 송곳처럼 뾰족 선 송곳바위가 보인다. 바로 위에 조망하기 좋은 널따란 바위가 있어 능선까지 오르느라 등에 밴 땀을 식히기에 좋다. 아래에 보이는 농원에는 붉게 핀 진달래가 눈에 들어온다. 대야저수지가 보이고 저 넘어 남해의 바다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해남의 대둔산부터 화산, 제암산 까지 눈에 들어온다. 이후의 길은 평탄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산행하기에 아주 적당한 날씨다. 나무그늘이 시원하게 해주었지만 조망은 볼 수 없었다. 동백꽃 진달래꽃 벚꽃이 대부분 머리 위에서 피어 올려다보아야 한다.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으려 하늘로 뻗어 올라갔기 때문이다. 파릇하게 돋아난 새싹들은 싱그러움과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준다. 삼림욕하기에 아주 좋은 길이라 들인 숨을 길게 내 쉬어 보곤 한다. 숲에는 음이온이 많이 생겨 피로회복을 빠르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산행을 하고 나면 상쾌해지는 것일까?
9시30분. 477봉우리 조금 못 가서 왼편 능선 정상에 편평한 바위에서는 남쪽 조망이 좋은 곳이 나온다. 여기에서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상황봉이 정남향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을 따라 백운봉까지 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의 울창한 숲과 산에서 모인 물을 대야저수지가 그득하게 담고 있다. 10분 정도를 더 가면 477봉의 헬기장이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하산 후 다시 백운봉 정상까지 오르막이다. 우리와 코스가 비슷했는지 부산동백, 부산넝쿨, 마창 우정산악회, 신여수산악회 등이 최근에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있다.
10시. 나무에 가려 안보이던 백운봉의 정상이 앞에 보인다. 바위들이 솟아 오른 봉우리 곳곳에 진달래꽃들이 소담스럽게 울긋불긋 피어있다. 백운봉은 암(바위)봉이고, 상황봉은 육산이다. 마치 양산 천성산과 원효산과 유사하다. 백운봉은 바위와 숲이 있는 반면 상황봉은 바위가 적고 나무숲이 적다. 육산이 더 규모가 크고 높다.
10시20분. 백운봉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다.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니 아래가 200여 미터 되어 보이는 수직 낭떠러지이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뒤를 보니 온 길은 아니지만 북쪽으로는 종주능선으로 숙승봉과 또 505 봉우리가 보인다.
10시50분에 하느재를 지나고 10분 정도 오르니 전망대를 새로 지어 놓았다. 2층 규모로 바닥에서는 나무로 인해 조망을 할 수 없기에 높이 올려 조망 할 수 있도록 하여 놓았다. 요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산행로와 표지등을 잘 만들어 놓아 지도 없이도 갈 수 있을 만큼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순수자연을 추구는 이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11시.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온다. 상황봉으로 가는 중턱이지만 동쪽경사면과 서쪽경사면이 모두 잘 보이고 지나온 길들과 앞으로 갈 예정인 상황봉 쪽도 조망이 좋다. 일행들은 전망대의 나무마루에 배낭을 내리고 잠시 땀을 식혔다.
11시35분. 드디어 상황봉 정상에 섰다. 정상은 바람이 드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아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오르면서 난 땀도 바로 식어 이젠 추울 정도다. 정상에는 봉수대가 설치되었던 표지석만 남아 있다. 서남해안의 섬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왼편에 해남읍 전경과 한창공사중인 도로와 다리가 보인다. 남쪽에는 서편제를 촬영했다는 청산도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윤선도 유배지로 유명한 보길도가 보이며, 그 왼편으로 해남 땅끝(토말)이 보인다. 백두대간의 긴 여정이 정맥을 거쳐 대둔(두륜)산을 거치고 달마산을 달리면서 땅끝에서 바다로 해룡이 되어 태평양으로 들어가는 곳이다. 발아래서 뻗어 나간 한 자락의 산 능선 끝 바다에 지금 한창 물오른 드라마 "해신"의 촬영장이 어렴풋이 보인다. 드라마에서 본 배들도 몇 척 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증거를 남기기 위한 정상에서의 기념촬영을 하고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바위가 많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코끼리와 보붓짐 형상의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코를 늘어뜨린 형상, 뒤에서 보는 엉덩이 형상 등등
12시18분에 관음사지 터에 닿았다. 연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하고 아마 청해진이 설치되었던 시절쯤에 바다에 나간 이들의 안녕과 무사함을 기원하기 위하여 절이 세워 졌다고 한다. 위쪽에 관음사터가 있고, 아래쪽에 중암사지가 있단다. 절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깨어진 기와 조각들이 남아 있다. 약수터가 있는 곳이고 평지가 있어 여기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1시10분. 점심을 마치고 고문님의 재촉으로 하산 길에 섰다. 이삽십 분을 내려오니 철탑이 있고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 맞은 편 코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한 옆에 "건드렁바위"가 있다. 철성님이 흔들어 보니 분명 흔들린다. 건드리니 건드렁거린다.
2시5분전. 하산완료. 산행종료함.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 이번 산행의 좋은 점
- 선배님과 함께 한 산행이 좋았다.
- 고문님의 넉넉한 입담도 좋다.
- 오랜만에 오신 희용님과의 산행도 좋았다.
- 회장님의 산행코스 읽는 법은 언제나 탁월하다.
- 희영님이 있으면 입이 행복하다.
- 배부른 희제님의 호의와 막걸리 7병에 감사한다. 둘째의 순산을 기원합니다.
- 강주님과 충근님의 풍족한 준비에 감사한다.
- 지도 준비는 기본인 것 같다.
- 완도에는 산이 없다. 산과 봉을 구분하는 기준을 다시 공부해 보자.
- 주위에 가 볼만한 곳, 먹을거리가 많다.
3. 완도 자생나무들
후박나무, 산죽(조릿대), 느티나무, 동백나무, 벚나무, 말채나무, 광나무, 노각나무, 정금나무, 산딸나무, 말오줌때, 당단풍, 모밀잣밤나무, 진달래, 합다리나무, 새덕수?, 붉가시나무 등등
* 소나무는 거의 없음
4. 완도의 풍수
지형은 인물을 낳는다. 개성이 왕건을 낳았고, 완도는 장보고를 낳았다. 이들 둘에는 공통점이 많다. 경제에서 시작하여 각각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21세기와 세계문화를 주도해 나갈 우리 민족이 배워야 할 인물이다. 실력과 경제, 겸손과 포용, 비젼과 실천력 등.
두륜에서 땅끝으로 흐르던 한 지맥이 바다를 건너 완도에서 고개를 들고 숙승,백운,상황을 만들며 남해로 든다. 숙승은 재물이고, 백운은 호랑이다. 호랑이가 이를 드러낸 모습이 그대로 백운봉의 모습이다. 동쪽에서 보면 정면의 이가 보이며, 상황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영락없는 호랑이 옆모습이다. 이를 드러내지만 해치려는 기상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보듯 호위무사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상징이다. 상황은 코끼리 '상'자와 황제를 뜻하는 '황'자이다. 코끼리는 무역을 말한다.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코끼리를 이용하여 교역을 한다. 당, 왜, 아라비아 등의 상인들이 모여 든 까닭이다. 한편 사자나 호랑이를 이길 수 있는 동물이 코끼리다. "황"자가 붙으면서 무역의 황제가 된다. 완도의 주능선은 남에서 북으로 일렬로 이어진다. 완도읍이 외해 쪽인 남쪽에 위치하고 상황-백운-업진-숙승으로 이어진다. 영락없는 무역상의 행렬이다. 마치 실크로드을 지나는 대상의 한 모습인 것이다.
보통의 섬의 중심도시가 육지로 향하든지(제주) 지형조건에 의해 최적의 부지(울릉도 도동)나 또는 그 중심부(남해거제)에 놓이기 마련인데 완도는 외해로 향해 있다.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기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육지로 향한 북쪽 면 주위에는 수심이 얕아 조수간만 시 배들이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배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항구의 조건이 아닌 것이다.
지형은 한 인물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다만 그것을 필요한 시기에 큰그릇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만이 큰 인물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지역 출신들은 그 방면으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기재능을 알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눈을 기르는 것이 풍수다. 풍수를 이용하여 자기 복을 바라는 것은 사행심이다. 단지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은 액을 막는 것이다.
한편 산행기에 나오는 관음사지는 절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절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정하여져 있는 데 그 곳에는 바람이 잦아 절터가 아니다. 바람이 일고 냉기가 흐르는 곳은 좋은 터가 아니다. 대부분의 절이 산 속에 있지만 유명한 오랜 절터에 들어서면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4. 욕쟁이 동동주 아지메
상황봉 산행을 마치고 순천을 접어들 무렵 고문 님께서 전라도 별미음식인 홍어회를 꼭 먹고 가고 싶다한다. 순천에는 홍어회를 잘하는 집을 아는 사람이 일행 중에 없다. 저번에 남원 만행산 갔을 때에 남원의 산악회사람들과 함께 먹어 본적이 있고, 목포 인근이 원조이고 대부분의 전라도 지방에서 귀한 음식으로 먹는 것이라 하여 당연히 순천에도 홍어회를 하는 집이 있겠지 하여 물어물어 "고흥식당"이라는 집을 찾아 앉았다.
방송에도 나간 적이 있다며 큼직한 사진이 실내에 걸려 있지만 나머지는 다른 음식 집과 별다른 것은 없다. 있다면 인삼냄새가 나는 노오란 동동주와 홍어회, 가오리 회 무침 등. 그리고 욕쟁이 아지메. 말의 반은 욕인데 쓰발, 지읏도는 기본이다. 아니 없으면 말이 안 된다. 손님도 아무나 이놈이고 저년이다. 전라도 말은 빨리 하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한다. 성질하난 털털하고 화끈하다. 그래도 정이 많아 없어서 못 주지 안 주지는 않는단다. 청하지 않아도 자기가 한잔 달라면서 막걸리 4도가지 중에서 삼분의 일은 아지메가 먹은 것 같다. 아지메의 입담과 고문 님의 장단, 이주사님의 보글에 웃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산악회 아가씨 주모는 막걸리에 취하고 낯뜨거운 욕에 취해 얼굴이 벌것다. 일행 중 어느 누구도 남에게 욕먹을 짓을 안 하는 사람들인데 아닌 밤에 홍두께처럼 일행 모두가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많은 욕을 들은 것 같다. 홍어회 맛은 톡 쏘진 않는다. 이 집에는 홍어 보다 욕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