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저자는 서강대를 졸업 후 중 고교 영어 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문학에세이<문학의 숲을 거닐다, 생일,축복,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 종이시계, 슬픈 카페의 노래, 이름 없는 너에게, 내 생에 단 한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소아마비로 목발로 의지하며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 들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그는 2009년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럼 장영희 작가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미술관 방문기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고갱의 그림이 생각난다. 어두운 색조를 배경으로 맨 가운데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사과를 따고 있는, 아담의 모습을 중심으로 벌거벗고서도 눈 흘기고 앉아 있는 모습, 고갱이 생각한 인간은 별로 그렇게 밝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차피 한 세상 태어나 죽어가는 다 똑같은 길을 가면서도 남의 아주 작은 행복까지도 빼앗기 좋아하고 서로 속이고 눈 흘기고 뒤 돌아서서 욕을 한다.
마음속에 도깨비 중에서
오늘 따라 기세가 등등한 내 마음속에 도깨비도 이 말에는 반기를 들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내일을 위한 희망이 있어 행복하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라는 것은, 나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금 3퍼센트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있어도, 좋은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 내 마음속 도깨비들은 이리저리 아우성이지만 어딘가 숨어 있는 좋은 도깨비들 덕에 오늘도 살고 있다.
20년 늦은 편지 중에서
모습과 말하는 것은 닮은꼴이지만 아버지의 재능 부지런한 명민함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나는 아버지가 하신 일, 아버지가 하고 싶으셨던 일까지 모두 닮고 싶어 아버지가 늘 보셨던 강, 뚝, 하늘, 똑같은 길을 보며 생각한다. 잊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 아니다.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뵐 때까지 아버지의 믿음을 기억하며 성실하고 부지런히 그리고 용기 있게 살아가겠습니다.
아름다운 빚 중에서
홍천에 용 갓난이 할머니는 남편이 약초를 캐러 갔다가 담뱃불을 잘못떨어 뜨려 구 유림 일부를 태웠다. 살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 130만원의 벌금을 못내고 남편은 중풍으로 돌아가시며 ‘그 돈을 꼭 갚아다오’ 유언을 남기고...
할머니는 넷이나 돼는 혼자 키우며 매년 형편에 따라 3만원에서 10만원에 이르는 돈을 꼬박꼬박 납부하셨다. 농사일에 근력이 없어지자 허드렛일 일당7천원으로 살아갔는데 20년이 지난 어느 가을 벌금을 완납하고 ‘이제 빚을 다 갚았으니 20년 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하다 저승에 간 남편도 이젠 편히 쉴 수 있겠다’고
남의 돈을 먹고 종국에는 감옥행인 요즘 먼 나라 동화처럼 들려온다.
어머니의 노래 중에서
봉수는 병든 엄마를 모시고 사는 옆집 아이였다. 유머 감각과 감격시대노래를 잘하며 자주 부르곤 했다. 어느 날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이 걸어 나간다. 그 사람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버지의 옷을 겹겹이 끼어 입고 뒤뚱거리며 도망가고 있었다. 우리는 뒷따라가 잡고 보니 봉수였다. 어머니 병환이 심해서 도둑질을 했노라고 손이발이 되도록 빌었다. 슬픈 도둑 봉수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그에도 왼쪽다리를 못 썼잖냐, 그때 봉수를 잡지 말걸’ 지금까지 후회 하시며 감격시대 노래는 듣지 않으신다.
무릎 꿇은 나무 중에서
민숙이는 나의 제자이었고 결혼할 사람이라며 소개하고 음식점에서 마주 않았을 때 식사 도중 벌떡 일어나 선풍기를 자신 쪽으로 획 돌리는그가 왠지 불안했다. 결국 그는 매사가 자기뿐이었고 네게 상처만 남겼지 너는 두 살짜리 아기와, 미국 유학을 떠나며 홀로 격어야 했던 불행을 예측이나 했겠니. 속수무책 지켜만 볼 수밖에 없던 선생님은 어쩌면우리는 온갖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순응하는 법을 배우며 제각기 삶을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뼈만 추리면 산단다 중에서
며칠 전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 프로에서 청취자들에게 질문을 하기에 혹시 힘이 되는 말이 나올까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어떤 신입사원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두려했는데 ‘난 너의 기능이 보이는데 넌 안 보이니’ 라는 말에 용기를 얻고 또 한 사람은 실직 상태에 있 을 때 “개구리가 멀리 뛰려면 움츠렸다 뛰는 거야” 라는 말이 너무 고마워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조카들이 놀다가 넘어지고 싸우고 하면 우리 어머니는 ‘얘야, 아이들은 뼈만 추리면 산단다’ 하시던 어머니말씀이 생각 난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아라 중에서
사람 눈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사람 귀 밝으면 얼마나 밝으랴
산 너머 못 보기는 마찬가지
강 건너 못 듣기는 마찬가지
마음 눈 밝으면 마음 귀 밝으면
어둠은 사라지고 새 세상 열리네
달리자 마음속 자유의 길
오르자 마음속 평화 동산
남 대신 아픔을 견디는 괴로움
남 대신 눈물을 흘리는 외로움
우리가 덜어주자 그 괴로움
우리가 달래주자 그 외로움
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 중에서
인터뷰 할 때 빼놓지 않고 질문을 한다. 신체장애 암 투병을 극복하는힘이 어디서 나오냐구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 그것은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본능의 힘 이라고 한다. 내공의 힘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 난 그렇게 여러분이여 희망을 가져라. 두 개의 쥐를 독에 넣고 밀봉을 한다.한 쪽엔 바늘구멍을 뚫는다. 똑같은 조건하에 완전히 똑같은 독안의 쥐는 빚이 새어든 쥐는 이 주일을 살지만 빚이 없는 쥐는 일주일을 못 넘긴다. 강도가 높은 항암제 빨간약을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고 한번맞으면 눈물도 소변도 하다못해 땀까지 빨갛게 나온다. 온몸에 메케한 화학물질 냄새와 빨간약이 내 몸에 퍼져갈 때 최루탄을 맞은 듯 따가웠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 봄을 기다린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인생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노래를 부르는게낫다고 갑자기 물때가 바뀌어 빠질 수도 있고 머리위로 지나가던 헬리콥터가 구해 줄 수도 있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뀔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내일 죽어도 오늘도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