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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지맥 2구간
산길 : 요술고개~신동역
거리 : 10.3km
구간거리
요술고개~2.1~자봉산~2.6~장원봉~5.6~신동역...........10.3km
신동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는 밤늦은 시각까지 조명을 밝히고 테니스 시합이 붙어 왁자지껄하다. 학교와 연이어 있는 지천농협 뒷마당에서 차박했다. 적당한 거리에 가로등이 있으니 한결 낫다. 오늘은 급할 일 없어 알람도 맞추지 않은 채 주위가 밝아서야 눈을 뜨고, 어제 사놨던 빵 두개로 아침을 대신한다.
신동에 내 차를 두고 택시로 요술고개를 가려했으나, 택시가 8시나 되야 올수 있다는 바람에 내차를 끌고 요술고개로 간다. 산행을 마치고 차 회수를 위해 택시를 불렀는데, 지천면에 영업중인 택시가 3대 있으나 기사들이 모두 왜관읍에 상주하므로 지천면에서는 즉각 이용이 안된다 (사전 예약 필수 054-973-1544)
택시기사의 신세타령(!)을 한참이나 들었는데, 지천면에서는 도무지 택시가 운영이 안된단다. 심지어 하루에 4,500원 벌어 점심 짜장면 한 그릇 사먹고 딸랑 500원 들고 집에 들어간 날도 있단다. 주민의 연령대가 고령이라 웬만하면 걸어 다니며, 또 집집마다 승용차에, 트럭이라도 한대씩은 갖고 있어 그렇단다. 하루 4번 다니는 군내버스가 한 며칠 운행을 안해도 누구하나 이의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이번 추석 성묘 때 (인근에 공원묘지가 많다) 한번 기대를 했었는데, 공원측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바람에 그마저 공치고 말았으니, “이일을 우짜노~...”
이런 판국에도 택시가 세대나 있으니, 하루 만원 벌어보자고 종일 대기할 수가 없어 집(왜관읍)에 죽치고 있다가 전화가 오면 차 몰고 나온단다. 내 나름대로 퇴직 후 할꺼리로 생각한 여러 가지 일들 중 하나가 “개인택시 한대사서 시골에서 설렁설렁...” 이었는데 말짱 개털이 되는 순간이다.
요술고개 (330m)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나 있을까, 일반 통행량은 거의 없는 도로다. 한켠에 차를 대고 산길로 드는 순간 고요한 산중 고갯마루에 난데없는 스피커 방송이 나온다. 깜짝 놀라 -실제로 몸을 수그렸다- 혹시 나를 보고 산에 못들게 하려는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자연을 보존하여 후손에...”
꼴같잖은 도로에 할 짖은 다하는구만... 그나마 다행이다. 난 또, 산불감시 차량이 나 잡으러 온줄 알았지. 거미줄 헤치며 15분 오르면 첫봉이다.
×441
요술의 고개에서 올라선 441봉은 삼면봉이 된다. 왼편은 계속 지천면이나 우측이 석적면에서 왜관읍으로 들어간다. 서쪽으로 석적과 왜관의 면계를 따라 기반산(465m)이 있고, 그 아래쪽은 골프장이 들어앉았다. 지맥은 정점 찍기 전에 왼편으로 내려간다.
한골재 개짖는 소리를 들으며 다음 봉에 오르면 둥글게 돌탑을 쌓아놨다. 숲이 빽빽해 길 찾기가 난해하다. 살짝 오른 다음봉에서 10시 방향으로 꺾이는데 길을 못찾고 잠시 헛질이다. 빽빽한 잡목 속이라 빈틈만 찾아 간다. 내려가면 묘 하나 있고, 다음봉에서는 우측으로 꺾이는데 T자형이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조금씩 길이 나아진다.
묘터에서 보이는 송전철탑이 있는 자봉산이다. 우측 건너편 기반산 비탈에 골프장도 보인다. 좋아지는 길을 보고 묫길인가 했더니 송전철탑 공사하면서 낸 길이다.
자봉산 (紫峰山 414m)
지형도에 표기된 삼각점을 찾으러 이리저리 들쑤셔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간다. 딱히 정상부라 할만도 없는 능선상 길게 이어지는 봉우리다. 100m 가량 진행하니 남서쪽으로 트여 왜관읍이 보이는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다. 글씨는 낡아 겨우 알아보겠다. △422제설. 준희님의 팻말은 [자봉산 406.2m]로 되어 있다.
지형도의 표기 오류로 보인다. 직전봉이 조금 더 높으니 정상은 414봉이 맞겠고, 삼각점은 낡은 형태로 봐서 용도폐기된 삼각점인가 싶다. 그렇다면 지형도에서 삼각점 표기를 없애야 되는거 아닌가. 조망은 오히려 이쪽 봉우리가 더 좋다. 남서쪽으로 매원저수지와 왜관읍의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자봉산)
(왜관읍)
조양공원묘지
다음봉인 ×427봉을 지나 내려가면 조양공원묘지 상단부로 떨어진다. 묘소가 거의 마루금까지 올라와 있다. 공원길을 따라 간다. 왼쪽 아래로 공원묘지는 넓게 펼쳐지는데 10분 후 공원길은 왼쪽 아래로 내려가고, 지맥은 공원구역을 벗어나 우측 산길로 들어간다. 빽빽하게 들어찬 잡목을 이리저리 밀쳐내며 몸을 숙이고 내려간다.
잡목을 밀고 당기고 하다가 도무지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365봉 직전 안부에서 왼쪽 아래로 보이는 임도로 내려갔다. ×365봉은 빼먹고, 12분간 임도를 따르다가 계속 진행하면 장원봉 마저 빼먹을 것 같아 직전 안부에서 치고 올랐다.
장원봉 (壯元峰 △370.2m)
삼각점은 자봉산의 것과 마찬가지로 다 문드러져 식별이 불가하다. 조망도 없이 볼품없는 봉우리다. 장원봉 내려서면서도 잠시 헛질을 한다. 길 흔적이 거의 식별되지 않아 나무 틈새만 찾아 내려가다보니 왼쪽(동)으로 100m 가량 벗어났다. 원위치 하고 다시 찾아보지만 남쪽으로는 도무지 들어간 흔적이 없는 곳이다.
두어번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틈을 찾아보다가 도리없이 억지로 뚫고 들어가고, 한참 내려오니 겨우 능선이 잡힌다. 산불이 났던지 씨커먼 둥치가 보이고, 왼쪽으로 훤히 벌목이 된 비탈로 내려간다. 멀리 지천지 물이 보이고, 가야할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산길은 더 험해진다. 다들 어디로 다녔는지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왜관면계에서 벗어나는 지점에서 다시 임도로 떨어지나 얼마못가 임도는 우측으로 돌아가 버린다. 잠시동안 길같은 길이 나오기도 한다.
도면상 왼쪽 아래 달서지가 있는 봉우리인데 산불이 크게 났던지 일대 넓은 지역이 나무둥치가 숯덩이로 변해있고, 그 사이에 새풀이 돋아났다. 산불흔적과 함께 나무둥치가 이리저리 자빠져 있어 길찾기가 쉽지 않은데, 나무에 감긴 푸른색 비닐 끈이 길을 안내한다.
어지럽고 복잡한 숲속에서 튀어 나간 곳은 광주이공 묘터다. 배낭 내리고 행장을 수습하는데 우측으로 빼꼭하게 열린 숲 사이로 고속철 기차가 지나간다. 도면상 우측 도당골 안부가 되겠다. 요술고개에서 4시간째이니, 어제 그대로 진행했다가는 여기서 해가 넘어갔겠다.
(조양공원묘지)
(장원봉)
11:17 피난고개
광주이공 묘터에서 한참 쉬고 내려서니 바로 아래 좌우 갈림길이 뚜렷한 안부 고갯길이다. 나무에 팻말이 걸려있는데, 아기예수와 이집트로 피난가는 고개란다. 앞봉우리 우측 사면으로 가는 길도 있으나 정면으로 올라간다. 길은 뚜렷하다.
송전철탑 94번을 지난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다시 28번 철탑이 나오는데, 이 동네 철탑은 전부 스몰사이즈다. 고속철 송정제2터널 위를 지나가는데, 슈웅~ 하는 기차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렸다가 잠시 멎더니 다시 왼쪽에서 들린다. 터널을 지나가는 소리다.
터널 위 산길로 고속철 건너편으로 지나온 셈이다. ×200봉은 왼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내려가면 우측에 깨끗하게 단장된 묘 한기 있고 여기부터 길은 고속도로다. 그야말로 웰빙산책로라 할 만큼 기복없이 평탄하고 널찍한 숲속길이라 홀랑벗고 맨발로 걷고 싶은 생각이 든다.
×153봉 갈림길
좋은 길을 만나고 15분가량 진행한 후, 우측 뒤로 더 좋은 길이 갈라져 나가는데 바로 ×153봉 갈림길이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된다.
직진 길은 지천저수지 옆으로 바짝 붙어 신동초등학교로 가게되고, 우측 길은 ×153봉을 거쳐 칠곡고등학교로 가는 길이다. 가운데 숙직골 못을 두고 어느게 마루금이냐는 숙제를 안고 왔다. 과연 숙직골 못물이 금호강이냐 낙동강이냐 하는 것이다. 일단은 심정적으로 다소 기운 왼쪽으로 내려간다.
조금 나아가니 지천지를 조망할만한 곳에 나무벤치 두개가 놓여있다. 바로 아래 고속철이 지나간다. 지천지의 서쪽 가운데지점쯤 되고 고도는 120m다. 등로는 거의 마을길 수준이다.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면 마을 도로가 바짝 올라온 안부, 왼쪽은 철망 울타리를 둘러친 고속철도 지천무선중계국이다.
길은 고속철 울타리와 공장 사잇길로 계속 이어진다. 길을 따라 쑥부쟁이와 코스모스가 춤을 춘다. 변압기 만드는 공장 ‘극동파워소스’ 옆을 지나는데 굴뚝에서 나는 소리가 KTX 못지않게 요란하다. 여기서 지형을 유심히 살펴보면, 마루금은 왼쪽으로 고속철 건너편에 빵처럼 볼록 솟은 봉우리(약 135봉)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지형인데 고속철이 생기면서 갈라놓았다.
뚜렷한 길은 약 100봉에서 우측으로 갈려 내려간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왼편에 고추밭과 밀양박공 사잇길로 꺾어 들어갔다. 정면 둔덕은 도무지 진입이 불가해 우측으로 내려가니 과수원을 통해 마을길로 나가게 된다.
12:20 시멘트포장 마을길
신동초등학교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은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좌우측 논을 관찰했다. 길 우측(서) 논물은 확실치 않으나, 왼편(동) 논의 논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과, 아래로 계단이 지어진걸 유심히 살펴보니, 아무리 봐도 왼편(금호강)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마루금을 제대로 찾아 가고 있구나 싶다.
시멘트길을 따라 어제 차박했던 농협에 다 이르는데,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 노인 두 분이 이야기 중이다.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드렸다.
“할배요~, 이 도랑물이 어데로 흘러 가능교?”
이놈이 웬 뜬금없는 소릴하노... 의아해하며 대답을 머뭇거리는 노인께 다시 여쭸다.
“저 우에 있는 숙직골 못 물이 빠져 나오면 어데로 흘러갑니까?” 하니 바로 대답을 해준다.
“아, 저 못물은 전부 저쭈그로 (금호강을 가리키며) 흘러가재~!”
아니, 그러면 내가 헛짚은게 아닌가. 다시 되짚어가며 물어도 대답은 역시 마찬가지다. 두 분이 이구동성이다. 그렇다면 마루금은 숙직골못 우측(서) 능선이 된다. 갈등할 것도 없다. 시간도 많은데 머할끼고... 다시 뒤로돌아 산으로 올라간다.
숙직골못 옆길로 해서 되올라간다. 아까 달았던 리본도 회수하면서, 지천무선중계국을 지나고 나무 벤치 조망대도 지났다.
(지천지)
(135봉은 고속철이 갈랐다)
12:58 다시 ×153봉 갈림길
벤취 만나기 전 우측으로 꺾어 올라가는 뚜렷하고 넓은길이 있는 한시간전의 그 지점으로 원위치하고, 153봉을 향해 간다. 이 길은 신리 마을에서 153봉을 중심으로 한바퀴 도는 주민들의 등산로로 보인다.
×153봉
벤취 두개 놓인 곳을 지나 10분만에 153봉이다. 정자와 여러 가지 체육시설이 있다. 아줌마는 정자에 누운채 다리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고 아저씨는 평행봉에 열심이다. 부부지간에 함께 힘 올리고 있는 중이다.
신리 마을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이 봉우리가 조금 더 높으면 마을을 지나는 마루금이 눈으로 식별이 되겠다만 조금 아쉽다. 문득 저 신동역 건너편 땅골못도 수상스럽다. 여기서 보기로는 땅골못도 금호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은길 따라 남서쪽으로 가면 산불지대다.
산불지대를 지나 계속 길을 따라 내려가면 윗점마을 안부를 지난다. 푸른색 비닐 호스가 고개를 넘어가는데, 한쪽 수계의 물이 우습게 반대쪽 수계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계속하여 뚜렷한 길따라 내려가니 학교 뒤편 울타리를 통해 운동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13:32 칠곡고등학교
정문에는 칠곡고등학교와 신동중학교 간판이 함께 붙어 있고, 정문 안쪽에 [대법관 이우식선생 송덕비]가 있는데, 이우식선생은 우리 벽진이씨 문중 어른이시다.
4번국도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신동중앙교회 앞길에서 보니 영판 이 지점이 마루금처럼 봉긋이 솟아 보인다. 외관상 보기에는 교회와 신동역 사이가 마루금으로 보여, 또 한순간 내가 마루금을 제대로 찾았구나 여긴다.
(신동초등학교로 가는 길)
(신동역)
신동역에서 건너편 땅골못을 살피니 땅골못은 우측 낙동강 수계가 맞아 보인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택시에 전화를 하니 30분쯤 걸린단다. 그리하라 해놓고 길가 식당에 들어갔다. 돼지찌게 한 그릇 시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 대화를 들어보니 이들 중 한분이 바로 신리 이장님이라, 옳거니 잘되었다. 곧바로 조사 들어간다.
숙직골못과 땅골못에 대해 물어보니,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온다. 나름대로 정리했던 마루금이 일시에 바뀌게 되는데,
먼저 땅골못은 내가 본대로 낙동강행이 맞고, 숙직골못 역시 몽땅 낙동강 수계라 한다. 이장님 말씀은, 내가 본대로 숙직골 아래 동쪽의 논들이 눈으로 보기에는 금호강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나, 숙직골못에서 흘러나온 물은 신동초등학교 뒤편에서 다 모여 서쪽 낙동으로 가는데, 그 지점부터는 모두 땅속 하수관을 통하므로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수관이 어디로 어떻게 묻혀 있다는 이야기를 술술 해대는 데야 따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과연, 박성태 선배님의 말씀이 맞았다. 시골의 평지처럼 보이는 넓은 들판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십중팔구 학교자리가 마루금이라는 것. 이는 우리 조상님들이 지대가 낮은 곳에서는 물난리를 당해도 학교만은 지킨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마루금은 지천지 옆으로 바짝붙어 남동쪽으로 이어지고, 고속철도 건너편의 약135봉은 고속철이 갈라놓아 어쩔 수가 없다. 지천지 둑 서단에 봉긋이 솟은 약135봉을 옆으로 지나고 신리마을 동편 마지막 능선을 끝까지 타고 내려와 마을길을 만나면 신동초등학교를 목표로 잡으면 된다. 신동초등학교로의 일직선상은 논지대라 적당히 돌아가면 되겠다.
- 붉은색선이 마루금
- 지천지 하단의 135봉은 원 마루금이나 고속철길로 인해 오를수 없음
- 숙직골못, 땅골못 둘 다 서쪽 낙동강 수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