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피서를 겸해서 아내의 제안에 따라 태백을 택하였다. 나는 백번 찬성이다. 왜냐하면 강원도 지역의
백두대간 산행은 항상 오고가는 시간이 4시간이상으로 무박으로 해야하며 힘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태백산구간의 시작인 도래기재에서 화방재를 거쳐 피재(삼수령)까지 이틀에 거쳐 45餘km를 산행
하기로 했다. 그 동안 아내와 아들은 태백일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태풍 모라곳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고
했으나 강원도는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출발하였다.
4시간이 넘게 열심히 달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위치한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9시다.
비는 오지 않으나 안개가 자욱하다. 사진을 찍고 오후 6시경에 태백시 화방재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안
개속을 들어갔다. 때마침 속이 불편하여 계속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이틀동안 高山
태백 능선을 걸어본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껏 부풀었다.
1. 일 시 : 2009년 8월 8일 09:10 -18:30시
2. 구 간 : 09:10도래기재(724m)-(09:40 우구치임도,900m. 10:20금정임도,970m)-5.46km-
11:10구룡산(1346m),10분휴식-(11:40고직령,1231m. 12:15곰넘이재.12:40방화선끝)-
4.96km-13:00신선봉(1280m)-(13:30-13:50점심. 14:00차돌베기)-5.35km-15:10
깃대배기봉(1370, 1368m)-2.63km-부쇠봉(1547m)-1.3km-16:50태백산(1567m),
40분감상-4.5km-(사길치)-18:30화방재(950m)
3. 거리/시간 : 24.2km. 9시간 20분(점심,휴식,감상 1시간10분포함)
왼쪽 아래 도래기재에서 오른쪽 위의 화방재까지이다. 소백산구간의 죽령-고치령-도래기재와 태백산 구
간의 피재(삼수령)-댓재 구간을 완료했기 때문에 오늘 19구간과 내일 20구간을 하면 연결이 된다.
도래기재 올라가기전 정자에서. 정자 근처에는 간밤에 잤는지 사람도 있고 차도 있다.
09:10, 도래기재, 724.3m. 지난 6월 28일 도래기재에서 고치령까지 산행을 하기위해
왔던 도래기재에 도착하여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들머리는 사진을 보고 왼쪽으로 올라간다.
안개가 자욱하고 물방울이 나무에서 떨어진다. 첫 들머리는 늘 힘이든다. 30여분 지나고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 1명을 만났다. 아마도 이 사람은 밤새 걸어서 오는 모양이다.
이 구간은 입,출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친다.
안개속에 자태를 뽐내는 금강소나무. 정말 금빛이 난다. 봉화, 울진, 강원도의 곧은 소나무
를 금강소나무 또는 강송이라 한단다. 척박한 토양에도 잘자라지만 극양수성이므로 다른나무
밑에서는 잘 자랄수 없단다. 이 나무는 정말 멋있다.
임도가 두번 나왔지만 산행로 표시가 잘되어 있고 바닥은 흙과 낙엽으로 잘 덮혀 있으나 옆에
스치는 수풀의 물기와 떨어지는 물방울로 옷이 금방 다 젖었다.
11:10, 구룡산, 해발 1346m.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위치한 구룡산은 태백산(1567m)과 옥석산(옥돌봉1242m)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는 산이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걸쳐있는 이 산은 태백산, 청옥산,
가화산, 옥석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가는 곳에 있다.
이 산에서 발원하는 하천들은 남북으로 흘러서 각각 낙동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이 산은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하여 구룡산이라 하는데, 용이 승천할때 어떤 아낙이 물동이를 이고
오다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뱀봐라"하면서 꼬리를 잡아당겨 용이 떨어져 뱀이 되어 버렸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구룡산일대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산불예방을 위한 방화선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룡산에서는 인근 산을 다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안개때문에 볼수가 없다. 산 정상은 헬기
장으로 온갖 야생화와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정상이다. 마루금 왼쪽으로는 군 사격장이라
고 진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있다. 10분간 셀카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11:45, 고직령, 1231m. 구룡산에서 내리막을 20분 정도 내려오니 고직령이다.
12:15 곰넘이재를 지난다. 이 고갯길은 옛날부터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가는 중요한 길목이었으
며 특히 태백산 천제를 지내러 가는 관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고갯길이었단다. 문헌 영가지에 웅현
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언제부터인가 순수 우리말로 순화하여 곰넘이재로 부르게 된 것으
로 보인다.
곰넘이재를 바로 앞으로 마루금을 따라 방화선이 잘 나 있다. 방화선을 따라 20분 정도 가면 끝에는 묘
가 하나 있고 신선봉으로 오르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13:00, 신선봉, 1280m. 이름에 걸맞는 정경을 기대했으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묘만 하나 있다.
그리고 나무에 표지판만 달려 있다. 신선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바로 그 길로
내려가는 듯한 방향으로 내려간다. 직진을 하면 다른 길이다. 표시기가 많이 달려 있다.
14:00, 차돌베기. 차돌베기에 이렇게 좋은 쉼터가 있는 줄 모르고 13시반부터 20분간 점심을 먹었다.
이 곳은 행락객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옛날 이 곳에 차돌이 많이 박혀 있었다고 차돌베기란다.
15:10, 깃대배기봉, 1370m. 산림청 표지석에는 1368m. 차돌베기봉에서부터는 완전히 야생화 숲이다.
야생화 숲은 부쇠봉을 지나 태백산 하단까지 이어져 산행을 여유롭게 한다. 깃대배기봉을 지나 반대 뱡
향으로 가는 젊은 산행자 10餘명을 만났다. 지금 도래기재까지 갈려면 야간산행을 하려나 보다. 오늘은
출발하고 한명, 이 곳에서 10餘명, 조금전 두명을 만난 셈이다. 이 넓고 긴 곳을 내가 다 차지하였다.
이 지역은 산죽(조릿대)과 여러 식생들이 어우러진 고지대 생태학습장이다. 상층에는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중층에는 돌배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하층에는 미역줄나무,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다래나
무, 당단풍류등이 분포하고, 초본류로는 얼레지, 개별꽃, 산당귀, 우산나물, 넓은잎외잎쑥, 쭉도리풀 등
수십종의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좋은 곳을 제주올래처럼 잘 길을 내고 다듬어서 보호하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16:10, 부쇠봉, 1547m. 구룡산부터 28번으로 시작된 표지목이 이곳이 1번으로 끝이
난다.(13.5km). 지도에는 부소봉으로 되어 있다.부쇠봉에서 1km를 가면 태백산 정상이다.
이 곳부터는 겨울산행을 해 본 적이 있다. 전망대가 있지만 안개로 아무 것도 볼수가 없다.
태백산으로 가는 길목도 완전히 야생화 꽃밭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화방재에서 올라오고 있단다.
올라오는 길이 험하지만 아들이 있으니 안심이 된다.
16:50, 태백산, 1567m. 천제단 하단과 본단, 장군단을 다 둘러보고 기다리니 아내와 아들이 올라왔다.
이 곳은 안개가 끼지 않으면 정말 경관이 좋은 곳인데 아내에게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
표지석에서 오랫만에 한판.
천왕단 한배검 앞에서.
하나님이 보우하사 ... 기도도하고
주목은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겨울의 설산의 주목을 생각해 본다. 잎이 새파랗게 난
주목도 아름답다.
고사 주목. 그렇게 40분을 둘러보고 17시 30분 화방재를 향했다. 아내와 아들은 유일
사 길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아직까지 4.5km를 더 가야 하는데 벌써 어두워 온다.
사길령 매표소 전에 산령각을 지난다. 사길령 매표소에는 안내자가 이미 철수했다.
사길치를 지나 옛날 눈이 펑펑오던 길을 걷던 생각을 하면서 빠르게 내려 온다.
18:30, 화방재, 해발 950m. 화방재는 영월군 상동읍과 태백시 혈동을 잇는 31번 포장된 2차선 국도이
다. 일명 어평재라고도 한다. 이 재에는 주유소와 민박집(모텔), 그리고 휴게소가 있다.
아침 9시10분부터 무려 24.2km를 9시간20분 동안 적지 않은 시간으로 태백산 준령을 걸었다.
내려오니 파란 하늘도 보이고 어둠도 덜하다.
차를 몰고 유일사 입구에서 가족을 만나 저녁으로 태백한우를 택했다. 아들이 내가 잘 먹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쓰이는 모양이다. 아버지가 드시지 않으니 자신도 안먹겠다고. 마음만이라도 고마운 아들아!
그래도 너라도 맛있게 들자꾸나.
저녁을 먹은후 정해둔 민박집으로 갔다. 사람을 골라 방을 주어 조용해서 좋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바로 쉴 수 있어서 참 좋다. 컨디션을 보아서 내일 산행을 결정 할려고 한다.
그러나 벌써 나의 마음은 다음 산행지에 가 있다.
오늘 하루도 높은산, 아름다운 꽃밭, 그리고 처음 지나는 곳곳을 마련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감사드리
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