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 다음과 같은 낱말이 실려 있습니다.
께02 「조」「1」'에게〔1〕'의 높임말. ¶형님께 무슨 일이 생겼나요?/우리 사장님께 그만한 돈이 있겠습니까?§ 「2」'에게〔2〕'의 높임말. ¶이 기쁜 소식을 부모님께 제일 먼저 알려 드리고 싶어요./선생님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3」'에게〔3〕'의 높임말.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어요./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고 있어요.§
께서 「조」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어) 그 대상을 높임과 동시에 그 대상이 문장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주격 조사 '가/이'의 높임말이며, 이때 서술어에는 높임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인다. ¶아버님께서 신문을 보신다./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께'와 '-께서'를 높임말이라 하고 있습니다. '-께'는 옛말 '-ㅅ긔'에서 온 말입니다. '-ㅅ긔'는 '-ㅅ+긔'이며 '-ㅅ'은 소유격 '-의'이고 '-긔'는 여격 '-게'였습니다. 그래서 '-ㅅ긔'가 후대로 오면서 '-의게'로 된 다음 '-에게'로 바뀐 것입니다. 'ㅅ긔'를 뜻에 따라 적으면 '-ㅅ(의)+긔(게)>의+게>의게>에게'인 것입니다. 본디 '-에게'라는 뜻을 가진 '-의손대'라는 말이 15세기에 따로 있었습니다만, '-에게'와 경쟁하다 흡수 사멸되고 만 것입니다. 따라서 '-ㅅ긔'를 된소리로 강화시킨 '-께'와, 그것을 뜻에 따라 늘인 '-에게'는 <높임말>과 <예사말>의 관계라기보다 같은말입니다. <석보상절 6>에서 "목련이...아자바님네ㅅ긔 안부 하삽고"라는 말이 있지만 이때 '-ㅅ긔'는 말하는이(목련)와 듣는이(아자바님) 사이가 존비관계일지라도 '-ㅅ긔' 자체는 높임이 아닌 '-에게'입니다. '-께서'는 '-ㅅ긔'에 강한 존재의식을 부여하는 주격 '-셔(이시-+-어>이셔>셔'의 잔재형)'가 결합된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ㅅ긔'가 '-에게'와 같은말이고 '-셔'는 주격 '-서'라 할 수 있으므로, 오늘날의 '-에게서'의 '-서'도 '비롯함'을 나타내지만 주격 '-서'에서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께'와 '-께서'를 높임말로 보고, '-에게'와 '-이/가'를 예사말로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일어나게 됩니다.
1. 어른에게 말을 할 때에는 부드러운 말, 바른말, 본디말을 말차례에 따라 천천히 해야 어른이 놀라지 않고 숨을 쉬어가면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야 어른에 대한 례절바른 대접이 됩니다. 그런데 '-ㅅ긔'가 된소리[경음]로 된 '-께'는 강한 기음이기에 어른의 귀를 꺼끄럽게 하고 숨이 가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2. '-ㅅ긔+셔>-ㅅ긔셔>끠셔'가 '-께서'로 되기도 했지만, '-ㅅ긔셔'에 겸양접사 '-옵-'이 결합된 'ㅅ긔옵셔'가 '겨옵셔>겨오셔'로 되었다가 사라지면서 일부가 '-께서'로 흡수되기도 했습니다. '겨옵셔'의 '-옵-'은 말하는이 자신을 겸양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듣는이를 공손하게 대접하는 높임말처럼 쓰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옵-'이 없는 '-ㅅ긔셔'가 높임말이었다고 단정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높임말'이라 하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 오다 보니 학생들은 그런 줄 알고 그리 쓰게 된 것입니다. 3. 실제로 입말[구어]에서는 '-께'나 '-께서'가 아니라 '-에게'나 '-이/가'를 쓰고 있습니다. 대접을 받아야 할 어른들도 거칠고 꺼끄러운 -께, -께서'보다는 부드러운 '-에게'와 '-이/가'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른이 하신 일입니다(성인의 말)' 또는 '우리 아버지가 하신 일입니다(어린이의 말)'라는 말을 좋아하지, '우리 아버지께서 하신 일입니다', '우리 아빠께서 했어요(유아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걸 너의 어른한테/에게 가져다 드려라'하지 '이걸 너의 아버지께 갖다 드려라'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배웠거나 남이 하는 것을 따르다 보니 그리 쓰는 것입니다. 4. 서울지방을 비롯한 중부지방, 호남지방에서도 영남지방처럼 학교교육을 받지 않은 로인들은 실제로 써 오던 대로 입말[구어]에서는 '-께'와 '-께서'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5. <석보상절> 제6권의 첫줄에 "世尊이 象頭山애 가샤 龍과 鬼神과 爲하야 說法하더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존’은 불가에서 가장 지존한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ㅅ긔셔’가 아니고 ‘-이’라 했습니다. ‘-ㅅ긔셔’가 높임말이었다면 "世尊ㅅ긔셔 象頭山애 가샤 龍과 鬼神과 爲하야 說法하더시다"라 했을 것입니다. 6. 프랑스의 음성미학자 데이오니소스는 자음 가운데 'ㅅ'이 불쾌한 소리라 하고 'ㅋㅌㅍ'를 가장 불쾌한 소리라 했습니다. 그런데 배달말에는 그보다 더한 'ㄲㄸㅃㅆㅉ'이라는 된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된소리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된소리가 없으면 '까닭, 때문, 빨래, 싸릿대, 짜증' 등의 낱말은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된소리는 말하는 이도 소리내기가 힘들지만 듣는이는 더욱 듣기가 힘이 들고 불쾌하게 됩니다. 그래서 '-께'와 '-께서'를 높임말이라 했지만 실제로 로인들은 자기를 높여주는 말인데도 듣기를 거북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받을 사람이 싫어하는 데 주는 사람이 억지로 갖다 맡기는 무례가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말소리를 부드럽게 발달시켜 가는 세계언어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입말에서는 쓰지 않는 '-께'와 '-께서' 대신 부드러운 말 '-에게'나 '-이/가'를 다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영어에서는 거센소리 '티'가 겹쳐진 'letter, little'을 '레러, 리를'로 소리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리내기를 쉽게 하면서[발음노력경제] 듣는이에게 부드러움을 전하여 성정을 부드럽게 만들어 가겠다는 언어미학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부드럽느냐 거치냐에 따라서 사람의 성정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거칠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의 입으로 내는 부드러운 소리, 아름다운 소리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감정과 정서를 왕성하게 열어가게 만드는 활력소입니다.
세계인류는 전통문화를 아름답게 그리고 부드럽게 지켜가는 나라와 겨레를 우러르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와 겨레에게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많은 돈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동방례의지국, 도덕국이었던 우리나라도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나라로 다시 올라서야 할 것입니다.
*덧붙임
위의 <께서>에 대한 풀이글은 애매한 문장이므로, "「조」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어) 그 대상을 높임과 동시에 그 대상이 문장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주격 조사 '가/이'의 높임말이며, 이때 서술어에는 높임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인다"를 "(조) <사람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여서 주격으로 만드는 말, 이 말이 붙으면 높임말이 되는데 이때의 서술어에는 높임선어말어미 '-시-'를 붙인다>"로 바로잡아야 구조적 의미가 분명해지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 따위>에게도 '-께서'를 붙이면 높임말이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