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나눔투자자문의 유수민 이사, 박진섭 대표, 김동일 이사(왼쪽부터)가 사무실에서 주식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증권사들이 개최하는 실전 투자수익률대회는 고수들의 '진검승부'다.
자기돈 수백ㆍ수천만 원을 넣고 실제로 운용을 한다. 1등을 하려면 대략 2개월간 300~500%, 3개월간 500~1000% 정도 수익률을 내야 한다. 1000만원을 3개월 동안 굴려 열 배인 1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금만 받는 재야 사냥꾼들도 총출동한다. 자신만의 비기(秘技)를 내보이고 사설정보도 최대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9월 1일부터 10주간 총상금 2억7900만원의 역대 최대 상금의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한다. 1등 상금이 5000만원이다. 고수들이 이걸 가만히 내버려둘리 없다. 물론 어설픈 투자자가 들어갔다가 돈만 날리는 일도 자주 있다.
이 대목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그렇다면 이 고수들이 제도권에 들어오면 미래에셋운용이나 삼성투신운용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두지 않을까. 물론 자기 돈과 남의 돈을 운용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하다.
메이저 수익률 대회를 연이어 석권한 재야 투자고수 3명이 지난해 의기투합해 증권가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제도권으로 진출해 '공룡' 운용사들과 일합을 겨루고, 궁극적으론 헤지펀드나 IB(투자은행 업무)도 하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 첫 발자국을 1년 반 전 투자자문사 설립으로 남겼다. 박진섭 대표, 김동일ㆍ유수민 이사 등 세 명이 세운 '나눔투자자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4월에 금감원 허가를 받은 뒤 1년 반가량 지났다. 올 초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수익률을 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바 있어 물었다. 이젠 아니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온다.
"사실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시장수익률(코스피)이 17% 빠질 때 저희는 오히려 30%가 넘는 수익을 올려서 거의 50% 가까운 초과수익을 올렸지요.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종목이 함께 빠지니 저희도 도리가 없습니다. 헤지펀드처럼 공매도(주식이 없는 채로 주식을 파는 것)를 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 공매도 활용이 쉽지가 않습니다. 미리 현금을 많이 확보해 손실은 줄였고 지금은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 6년간 수익률 1위 7차례…헤지펀드가 목표
= 이들은 웬만한 증권사 수익률 대회 1위 기록은 거의 다 갖고 있다. 수익률 1위 기록 6년간 7차례, 6년 연속 대회 1위를 차지했다. SK증권(2000년), 메리츠증권(2002년). LG(현재 우리)투자증권(2003년), 동원(현재 한국투자신탁)증권(2003년), 동양종금증권(2004년). 한화증권(2005년)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김동일 이사는 수익률 1위만 4차례를 했고, 유수민 이사는 2003년에 당시 최단기 최고수익률로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나눔투자자문의 목표는 고객에게 매 기간 일정한 수익률을 꾸준히 내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궁극적으론 헤지펀드가 목표라는 얘기가 서슴없이 나온다. 또 가장 양질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인수ㆍ합병(M&A)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 이 분야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자문 규모는 200억원에 이른다. 역할 분담은 확실히 하고 있다.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대형주 모멘텀 투자를 맡고, 김 이사는 중소형주 모멘텀 투자에 집중한다. 막내인 유 이사는 초단기매매로 수익신기록을 갖고 있지만 완전한 가치투자가로 변신했다. 이들 셋은 호흡이 완벽하다고 자신한다.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만큼 까다롭게 따지고 의심하고 분석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드물 겁니다. 의기투합해서 자문사를 차리기까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많이 분석해보고 고민했겠습니까. 함께할 때 분명히 시너지효과가 있는 사람들끼리만 모였고 그런 확신과 신뢰 때문에 사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 항상 현금을 50% 이상 보유하려고 노력
= 이들은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한 후 원하는 스타일의 조언을 해준다.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고객에게 항상 현금을 50~70%는 보유하게 하는 전략이다.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고 ,소규모 자문사의 '민첩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번 하락장에서도 이런 전략이 꽤 유용했다.
이들은 최근의 하락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단 장기투자로 가치주를 고르는 유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하락장이 꽤 오래 갈 것 같다"면서 "그러나 결국 이런 장에서 실력이 판가름난다"고도 말했다.
"분위기가 안 좋아 시장 전체가 밀릴 때는 모두 하락합니다. 아주 좋은 주식이 남들이 떨어진다고 함께 하락하는 것입니다. 종목을 고를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좋은 기회도 없지요. 당분간은 숲보다 나무를 봐야 할 때 같습니다."
그는 음식료 업종 중 가격이 싸지고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종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중소형 제약주도 향후 한ㆍ미 FTA 등으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모멘텀 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박 대표가 조언을 했다.
"최근엔 시장에서 아주 작은 모멘텀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무리 증시가 안 좋아도 테마 몇 가지는 보이는 법인데 요즘은 다릅니다. 단기 모멘텀을 노리더라도 지수 1600 인근까지 올라가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투자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소형주 모멘텀 투자를 하는 김 이사는 "시장의 매수세가 없어지고 질이 아주 떨어지고 있다"면서 "무조건 보유하고 있지 말고 보유주식의 30% 정도는 과감한 손절매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 볼 시기"라고 말했다.
"주식투자는 제 투자 경험에서 보면 1년에 50% 수익을 낸다고 해도 매달 5%씩 꾸준히 내는 것이 아니고 2~3개월 정도의 기간에 수익의 대부분을 냅니다. 거꾸로 말하면, 나머지 기간에는 손실을 내기도 하고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시장 흐름을 읽되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기회에 대비하는 시기입니다. 1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면 5000만원 정도로 줄이고, 20%를 목표수익으로 하고 있다면 10% 정도로 낮추는 게 어떨까요."
공부한만큼 버는게 주식이죠
전문투자자가 되고 싶은 이들이나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들려 달라고 했다. "딸과 함께 백화점에 쇼핑가서 그 아이가 고르는 물건들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 마십시오. 그 물건을 만드는 기업 주가와 연관지어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적 네트워크를 넓게 형성해 놓고 있으면 그들로부터 주식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박 대표)
"주식에 대해 공부를 한 만큼 벌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부지런하게 탐방을 많이 다녀야 합니다. 탐방은 당장 돈이 되진 않지만 나중에 탐방을 갔던 경험이 확신 있는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됩니다."(유 이사)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소액으로 실전투자를 시작하십시오. 주식투자는 반드시 수업료가 필요합니다. 없어도 되는 돈으로 시작한 후 돈을 번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적 우위를 확보한 후 투자에 나서 보십시오. 이래서 실패하는 사람들은 굳이 직접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김 이사)
이들은 회사이름('나눔')에서 볼 수 있듯 회사 수익 중 10%를 기부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 등을 구청에서 소개받아 직접 생필품이나 돈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의 '투자지식(Knowledge)'으로 고객들에게 부를 나누겠다는 취지에 세 명이 모두 공감해 회사를 차렸습니다. 또 번 돈 중 일부분은 소외계층에게 나눠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말 나눔투자자문에 자문을 의뢰했고 수익이 발생하면 10%를 사회에 공헌하는 '나눔재테크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코스피가 20%가량 하락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플러스 수익이 꽤 나와 수익 일부분을 환경교실, 성폭력상담센터 등에 기부할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선걸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