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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 김규원 시집 <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 읽고 ♣
▣ 인연은 인연을 낳고
경대 사회학과 76학번 선배로 나와는 8년 선배이시다. 선배님은 학교로 진출하여 오랫동안 모교인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님으로 재직하시다 퇴직하시고 현재 野人으로 여러 활동 하고 계시는 가운데 작년 7월에 첫 시집 <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을 출간하셨다고 했다.
23.1월 영남대 사회학과 대학원 주관 <미래 사회 청년에게 매력적인 한국 농촌 마을 탐방’ 포항 봉좌 마을> 탐방 행사 시 (지도교수 : 정용교) 동행하면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때는 대학교 과 선배이지만 영남대 대학원 학교 행사로 스치는 인연으로 만났는데 또다시 문학을 통해 만나도록 운명지어졌는가 봅니다.
오늘도 우연히 고향 선배이신 김산 선생님으로부터 범어도서관에서 현진건학교 교장이신 정만진 작가님의 <세계사 시간>이란 특강이 있다며 오라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참가하면서 정 작가님과 인사하고 점심과 커피 한잔을 하면서 이야기하다 대학교 과 선배이신 김규원 시인님의 시집 한 권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저도 사회학과 출신이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 동질감과 공통분모가 있어 묘하게 잘 모르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생의 선배님으로 이렇게 인연이 되어 시집을 읽고 어설프게나마 독후감을 적어봅니다.
▣ 시 한편 한편에 대한 저 개인적인 생각
1부 ✏ 가을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거든요.
▶ 내 이름 주인 없는 곳 : 나 혼자 살 수 없게 가두어 놓은 감옥의 또 다른 상징이자 사회
네트-웍을 대상으로 평생을 연구한 학자로서 남긴 기호인 이름에서 벗어나시어 이제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다가오는 꽃인 것처럼 타인에게 의미로 기억될 수 있는 영원한 無
와 空의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 작년 만우절 아침 : 만우절에는 담아내지 못할 말이 없기에 해방되고 경계가 무너지면서
하얀 거짓과 술수가 통하는 하루만의 즐거움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 푸른 가을하늘 : 공활한 가을하늘을 자산으로 여기는 시인과 고독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양식인 푸른 가을하늘은 누구에게나 넉넉한 자유와 사랑을 선물하는 위대한 자연이죠.
▶ 내버려 두세요 : 인간만이 말과 글을 통해 교육하지만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가르쳐 주
지 않아도 자유와 평등이 실천되는 현장이라 늘 배울 점이 많죠.
▶ 거미줄 1 (Web) : 전통. 관습. 제도. 문화. 정의라는 명분으로 얽매여지는 네트-웍에서 벗 어 진정한 자유를 그리고 싶은 영혼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죠.
▶ 거미줄 2 (Wide) : 웹 세상에 노출된 인간은 더욱더 복잡한 네트-웍에 얽혀 살아야만 되
는 현대인의 마지노선에도 해커가 침범해버리는 벌거벗은 사회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어
개인이나 개성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고 있지요. 공감합니다.
▶ 거미줄 3 (World) : AI시대, 내 영혼마저 빼앗아 가버릴까 하는 두려움 속에 무한 질주
하는 AI가 창조주를 넘보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 괜찮아요 : 살면서 겪는 온갖 서러움. 불만. 괴로움 등등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먹는 모든 것이 똥이 되는 이치로 ‘괜찮아요’라는 매직을 믿으며 살아가는 지혜가 좋아
요. 웃어라. 그러면 세상 사람이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러면 당신 혼자 울 것이라
고한 휠러 월콕스가 말했듯 실제로 타인이 당신을 위해 생각하고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 다 자기 살기에 바빠 남을 생각할 수가 없지요. 결국 인생은 혼자이지요.
2부 ✏ 세파의 찬바람도 잦아드는 그곳을 찾아
▶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 논어의 己所不欲 勿施於人과 같은 이치로 공중도덕의 원
리로 벌거벗은 목욕탕에서 다름을 인정하는(和而不同) 철학을 배우게 되는 역설을 쉽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 매미가 소란한 이유 : 무심코 우는 매미의 이유에 대해서 인간 멋대로 각자 해석하지만, 매미는 자기 삶에 충실한 것일 뿐, 모든 생물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진리를 배울 필요가 있겠지요.
▶ 마약 권하는 사회 :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HOT한 사회 병리 현상 중 하나가 마약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버젓이 곳곳에 행해지고 있어 마약 청정국이라고 자랑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쾌락고 도박이 성행해지고 있는
점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지요. 이는 결국 개인이나 나라나 다 파멸함을 역사 속에서 많
이 보아왔듯 우리 사회도 다시 도덕 재무장 등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계급과 마음씨 1 (껍데기) : 껍데기. 광고, 허식, 형식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속이 차지 않는 과일과 같이 탈이 나게 되어 있지요. 알맹이, 속이 꽉 찬 사회나 사람이 대접받는
건전한 사회 만들어야 할 의무가 기성세대의 어른들 몫이지요. 공감합니다.
▶ 손자의 세상 : 세상은 끝없는 고민과 갈등 속에 충돌하고 공존하면서 역사가 되고 인생
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면 늘 고민하는 존재로 이제 본인보다 후손을 생각하는 염려로 좀 더 밝고 긍정적인 세상이 되는 희망을 찾게 되지요. 그 기준은 언제나 자신임
은 잊지 말아야 영원한 진리겠지요.
▶ 곶자왈을 아시나요 : 제주도에서도 인간의 손길이 가장 덜 탄 곳이 곶자왈이다. 원시림의
가치를 이제 세상 사람들이 알고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다시 때 묻는 곳으로 변화 중이
라 걱정입니다.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가벼움에 또 한 자연의 일부는 숨쉬기가 힘들어
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곶자왈을 찾아 힐링과 자연에 대한 위대함을
배우고 보호하며 가꾸면서 이용해야겠지요. 조화가 필요한 이유겠죠.
3부 ✏ 그 시절을 너만은 기억하고 있겠지.
▶ 비밀 사랑 : 나만 간직하고픈 사랑도 또 누군가에 자랑하고픈 이중성의 모순을 잘 표현
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픈 비밀 사랑은 영원히 지켜지는 것이 좋겠죠.
▶ 사문진沙門津에서 : 시집 중 가장 시적인 표현으로 뭔가 아련한 추억을 사문진 나루터의
어제와 오늘, 옛사랑과 황혼 나이의 시간적 심리적 거리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 거울 속 해후 : 풋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거울 속에 회상해보며 계절과 장소를 달리해도
잊혀 지지 않는 로맨스는 늘 삶에 청량제로 필요하죠. 인간은 고향과 첫사랑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유일한 동물이죠.
▶ 마음 통하는 꽃 : 꽃을 피우기 위해 누군가 목 놓아 울 필요가 없지만 머나먼 별 하나라
도 밤새워 바라봐주면 꽃이 핀다고 했다. 꽃이 져야 부활이 있듯 영원한 것은 없지요. 꽃
을 보면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듯 마음으로 피운 꽃이 피고 지는 것도 또한 이치라고 본
다면 죽어야 부활이 있듯 낙화유수 같은 인생 물 흐르듯 리듬을 타며 살아야겠지요.
▶ 슬픔 1 (正)/ 슬픔 2 (反)/ 슬픔 3 (合) : 슬픔을 正反合 헤겔의 철학 원리로 풀어쓴 사회
학자만이 쓸 수 있는 시 같습니다. 슬픔은 고통이자 아픔이지만 슬픔이 마약같이 마비되고 슬픔이 또 다른 행복으로 승화되는 원리를 쉽게 풀이한 詩라 여겨집니다.
▶ 고백 찬가 : 고백은 자기를 파헤치고 진정한 만나는 것이고 고백함으로써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과정임을, 고백은 자기부정을 통한 타자에 대한 긍정이라고, 고백은 구원을 그리
던 나로부터 해방을 움켜쥔 나로 재생시키는 부활이라고 고백을 노래하고 있다. 신부님
앞 고백하는 심정과 원리로 스스로 고백을 잘 표현한 것 같네요.
4부 ✏ 옛날이다, 내 눈에 별밤이 빛나던 시절
▶ 세월 유감 : 세월 은행이란 세월이 지날수록 이자가 줄어드는 희한한 은행이지만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모든 것이 저금 되어 쌓이기만 하면 너무 많은 짐과 부담이 되지만 더
러는 잊고 지우고 싶은 추억과 과거는 이자가 감소 되더라도 벗어나고 싶을 수도 있다. 세월 은행이란 단어의 멋진 표현과 역설이 다시 한번 세월이란 단어의 뜻을 새겨주는 묘
미가 재미있네요.
▶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 : 나이가 들면 잠은 오지 않고 떠오른 것은 과거와 고향에 대한 추억들이다. 그래서 늙어서는 뒤를 보고 산다고 한다. 누구나 그랬듯이 모두가 실감하는 세월이란 시간은 늘 아쉽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지나가기에 공평한지도 모르겠다.
▶ 호이안 일지日誌 : 아직도 남아 있는 낭만과 향수가 어린 베트남의 전통 도시 호이안, 바
다와 강에 등을 달고 분위기를 연출하며 즐기고 먹는 관광도시이자 등불의 도시이다. 한
번 살아있는 옛 맛을 호전하게 즐기기 위해 한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 고향 이미지 : 어릴 적 모두 고향을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다시 고향으
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고향은 향수와 추억의 보고이자 정신적 지주이자 안식처로 언제
나 유효하기 때문이다. 비록 개발되거나 변화하더라도 자기 기억에 남이 있는 고향은
늘 언제나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 칠곡 할매들 솜씨 : 배움 내지 지식이란 글을 통한 표현이지만 삶이란 몸으로 체험되는 肉筆이기에 더욱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주는 법이지요. 칠곡할매들의 열풍을 이끌
어 낸 누군가의 기획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교훈시켜 준 좋은
사례라고 여겨진다.
5부 ✏ 헌 세상 가고, 새 세상 오겠지
▶ 책과 시간의 싸움 : 젊었을 때는 책과 시간은 비례 법칙이다. 책을 살 돈이 부족하고 바
쁘게 살다 보니 시간도 부족하다. 늙어서는 둘 다 많지만, 눈이 멀고 열정이 낮아 반비례
한다. 책도 많고 시간도 많지만, 아무것 못하는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요.
▶ 세상 변화 : 철부지는 때를 놓치는 것으로 옛날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을 말했으나
이제는 AI-시대 어른들이 더 모르는 철부지가 되어가는 거꾸로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 정년 신드롬 :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이때는 진정 예
쁨과 소중함을 발견하지요. 퇴직 후 새롭게 느껴지는 자연과 이웃과 움직일 수 있다는
행복을 베풀며 끊임없이 자기를 찾아가는 길은 멈출 수가 없지요.
▶ 세월의 잔소리 : 세월과 함께 빠르게 달려온 삶, 돌아보고 쉬어갈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과 흔적들을 이제라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기며 동행하며 사는 법을 터득
해야 하겠죠.
▶ 새로운 아웃사이더 : 세월에 밀려 점점 아웃사이드로 밀려나는 것에 대한 허전함과 외로
움, 늙어감 등은 나이가 들며 감내해야 할 숙명들이겠지요.
▶ 줄 끊어진 연 : 퇴직 후 자연을 찾아 느끼는 소소한 일상과 즐거움이 어쩌면 삶에서 가
장 평온하고 진정한 행복과 의미가 아닐까요. 탱탱하게 짜인 인생 1모작보다는 이제 고
무줄이 다소 늘어져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탄성을 이용해 쉽고 편하게 고요하게 즐기는 법을 찾아야겠지요.
▶ 헬스장에서 : 나이가 들면 건강한 육체보다 움직이고 행동하는 데 불편 없는 육체가 가
장 아름답고 건강한 육체임을 깨닫지요.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이지요.
▣ 시집을 읽고 전체적인 소감
시 짓기를, 자신을 정화하는 것,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게 해주는 것으로 소박하게 실천한 부끄러운 산물이라고 겸손해하셨지만, 퇴직 후 조용히 삶을 되돌아보면서 곰삭은 인생의 향기와 많은 경험이 쌓여 묵은김치 만들어 내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보이십니다.
작가님의 착한 마음의 씨앗이 세상이란 척박한 마음 텃밭에 작은 새싹 하나라도 틔우려는 순수한 영혼이 멀지 않아 좋은 마음씨가 번성한 천지개벽을 이룰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시어 좋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쉽고 평이하여 느낌이 적었다. 그러나 뒤편 정만진 소설가님의 평론을 읽고 다시 읽어보니 행간의 의미가 구슬처럼 엮어져 풀어쓴 철학과 사회학자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의미 있게 쓴 시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차근차근 읽어보니 쉽지만 숨은 밑그림의 뜻은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 사유가 담긴 시임을 느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매어야 보배가 되듯, 한편 한편을 엮어 한 사람의 오랫동안 묵은 사고와 추억과 느낌을 풀어쓴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주로 퇴직 후 그동안 젊었을 때, 교수 생활할 때 보지 못한 주위 자연과 사람과 가족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느낌을 쉽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학자로서 살아오신 덕분에 책과 글쓰기에 익숙해 있었지만 비교적 시는 늦게 입문한 셈 치고는 빠르게 적응하신 것 같습니다. 나만의 詩風을 만들어 내신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회학자답게 앞으로는 사회문제에 대한 학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해석을 현실 문제에 좀 더 접목해 촌철살인과 같은 해악과 풍자로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소명을 다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 첫출발인 첫 시집 <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의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앞으로 이 시집이 작은 밑거름이 되어, 더욱더 절차탁마로 정진하시어 시단에 빛나는 보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03.02. 이상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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