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적지는 부산이다. 부산관광공사에 합류한 부산관광컨벤션뷰로에서 진행해 온 '남해안 관광프로그램'에서 골라 볼 예정이다. 그 동안 만났던 부산과는 다른, 부산에서도 외곽 혹은 오지(?)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먼저 부산 지도부터 살펴보자.
부산 가덕도 삼색지도<지도제공·네이버>
동해안을 따라 부산으로 들어서는 관문, 기장부터 출발한다. 대변항~해동용궁사~송정~달맞이길~해운대~동백섬~광안리~이기대~태종대~자갈치시장~송도~몰운대~다대포까지 동해 끝자락에서 남해로 이어지던 해안길은 낙동강을 앞에 두고 잠시 주춤한다. 그것도 잠시, 낙동강 하구 철새들의 쉼터 을숙도에 이어 부산에서 가장 큰 섬으로 꼽히는 가덕도가 더해진다. 현대인들에게는 숭어들이 섬으로 알려졌지만 단지 그렇게만 기억되기에는 그의 과거가 너무 파란만장하다.
여기까지 부산 해안선을 돌아보며 눈치챘을 것이다. 모두 부산 해안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남포동과 가까운 부산항과 해운대 위치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남해안 관광프로그램(http://www.busancvb.org/visitors/04_theme/theme1.php?mm=4&sm=1, 051-780-2175)은 크게 ①전쟁과평화투어·②부산에치(환경)투어·③로드스토리투어 이렇게 세 파트를 품고 있다. 각각의 투어마다 개성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코스를 굳이 다 돌아볼 필요는 없지만 무난한 여행 동선과 알짜배기 정보들을 갖추고 있으니 부산 외곽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살펴보는 편이 좋다. 이번에 찾은 곳은 전쟁과 평화투어의 가덕도, 에치(환경)투어의 강끝, 로드스토리투어의 기장 등대길이다.
#1. 전쟁과평화투어, 가덕도 외양포…지워지지 않은 침략의 역사
:외양포 마을~옛 우물터~외양포 포진지~대형새바지 인공동굴
가덕도 외양포 마을 일본군 막사는 지금 주민들의 집으로 쓰인다 (왼쪽) / 일본군 포진지였음을 알리는 '사령부발상지지' 안내비 일본군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있던 부산 가덕도 외양포 포진지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자 가장 외곽에 자리한 섬 가덕도. 위로는 한반도로 이어지는 진해만을, 아래로는 일본 열도와 닿는 대한해협을 두고 있다. 가만 살피면 그 위치가 반도와 열도를 잇는 징검다리 같다. 덕분에 가덕도는 지독하게도 왜구에게 시달렸다. 물론 괴롭힌 이들은 왜구뿐이 아니었고 망가진 것도 가덕도 하나만은 아니었다. 20세기 열강들의 식민지 전쟁에 한반도 전역은 찢기고 뜯기고 망가졌다.
그럼에도 가덕도가 전쟁, 그러니까 한반도 수탈의 역사를 품은 여행지가 된 것은 외양포 마을 덕분이다.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진해만 요새사령부가 주둔하면서 마을 전체가 전쟁기지화 되었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숭어들이 섬은 일본군 막사와 우물터 그리고 포진지를 품은 전쟁 요새가 되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일본군이 없다는 것만 뺀다면 이곳의 풍경은 여전히 100년 전 그대로다. 지붕 색만 바꾼 일본군 막사에 가덕도 주민들이 살고 있고 대포만 사라졌을 뿐 포진지는 소음을 막기 위해 사용한 몽돌까지 품은 채 거의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마을 주민들이 사용했다는 일본군의 손떼 묻은 우물터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왜일까. 외양포 마을을 채운 쌍둥이처럼 꼭 닮은 집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것은 왜일까. 포진지 앞에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는 '司令部發祥之地'라고 적힌 비석에 등 뒤가 서늘해지던 것은 왜일까. 어째서 일본군 포진지가 있던 공간에 한글 안내판 하나 없을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서 있는 이 땅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그렇다. 가덕도 외양포에는 불과 100년 전 이 땅의 역사가 아무런 소독 없이 날것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역사의 상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조금 멀고 험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가덕도를 '평화로운 숭어들이의 섬'으로만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어딘가.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가락IC→가락대로(부산신항 방면)→가덕대교→눌차대교→거가대로(천성·대항 방면)→서천로→가덕해안로→대항→외양포
* 대중교통
먼저 부산에서 가덕도 천성마을로 이동한 후 천성에서 배를 타고 대항·외양포로 갈 수 있다. 부산역에서 520번 버스를 타면 천성마을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하단역에서 58번 버스를 이용하거나 김해공항에서 1009번 버스를 타고 가덕도 선창마을에 내려 선창↔천성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용원(천성 경유) 520번 버스가 매일 60분 간격(06:40~22:40)으로 16회 운행. 1시간40분 소요, 요금 1200원. / 용원삼거리에서 매일(정시)에 천성행 버스 출발. 문의, 태영버스 055-333-6611
김해공항→선창 1009번 버스가 매일 35분 간격(05:20~20:50)으로 운행. 1시간10분 소요, 요금 1700원. 문의, 삼진여객(051-332-3973~4)·금진여객(055-333-6765)·성원여객(055-333-7561).
하단역→선창 58번 버스가 20분 간격(05:40~22:40)으로 매일 30회 운행. 1시간20분 소요, 요금 1200원.
선창→천성 1번 마을버스가 약 60분 간격(06:20~18:45)으로 운행. 25분 소요, 요금 1200원.
천성→선창 1번 마을버스가 약 60분 간격(06:45~19:00)으로 운행. 25분 소요, 요금 1200원. 문의, 경마여객(010-2390-2382)
천성↔대항·외양포 배 시간표 (문의: 김태복 선장 010-3867-6972, 11월 말경 첫배 시간 변동예정, 사전 확인할 것)
#2. 부산에치투어, 강끝 투어…낙동강 하구의 생태 여행
: 을숙도 철새공원~낙동강하구 에코센터~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아미산 전망대~다대포 낙조분수
부산의 낙조 포인트.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바라본 낙조(왼쪽)와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조(오른쪽)
부산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기나긴 여행을 마치는 종착점을 품고 있다. 낙동강은 한반도에서 가장 긴 압록강(803km, 약 2000리)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낙동강이 강의 일생을 마치고 남해에 몸을 던지는 그 즈음에 을숙도가 있다. 낙동강 줄기가 남해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모습이 그의 정체가 하중도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름도 강끝투어다. 낙동강 하구 즉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낙동강 끝자락 을숙도에서 낙조로 유명한 아미산 전망대와 다대포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을숙도는 겨울 철새들에게 더 유명한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1950년대에는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꼽혔단다. 덕분에 을숙도 일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하지만 1987년 낙동강 하구둑 완공과 더불어 을숙도가 공원화되면서 새들의 휴식처는 점점 사람들의 휴식처로 변해간다.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점점 철새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래도 한반도 남단에 자리한 을숙도가 철새 도래지인 것은 변함이 없다. 오는 2월말 또는 그 이후까지 이곳은 계속해서 겨울 철새들이 몰려들 것이다.
을숙도 여행의 시작은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아미산전망대 내부
을숙도를 찾았다면 먼저 낙동강하구에코센터부터 찾아가자. 을숙도에 대한 설명은 물론 철새와 낙동강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어 초행자에게는 아주 유용하다. 을숙도 안내책자로 을숙도 전체를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말자. 센터를 둘러봤으면 남단탐조대로 향한다.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낙동강에코센터 초입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하루 5번(10:10, 13:10, 14:10, 15:10, 16:10, 주말은 17:10 추가) 전기버스가 출발한다. 또 겨우내 진행되는 철새탐조(문의: 낙동강하구에코센터 051-209-2000, http://wetland.busan.go.kr)도 체험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철새들의 군무도 볼 수 있다.
해가 질 무렵이라면 아미산전망대와 다대포 낙조분수도 놓치지 말자. 손에 꼽히는 부산 낙조 포인트다. 아미산전망대 옥상은 낙동강 하구 모래사주로 스며드는 태양을 볼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왜 강의 끝자락에 모래사주가 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 아이들 체험코스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멀지 않은 명지에 낙동강 하구 별미, 갈미조개 전문점들이 몰려 있으니 기억해두자.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삼락IC(하구둑 방면)→강변대로→하구둑 교차로(창원, 을숙도 방면)→을숙도
* 대중교통
부산→을숙도 부산 지하철 1호선 하단역 하차 후 3번 출구로 나와 가운데 버스 정거장 이동. 58-2. 20, 14 등 일반버스와 마을버스로 한 정거장 이동. 하차 정류장 바로 앞에서 낙동강 문화관으로 이어진 길 있음.
#3. 로드스토리투어, 기장 등대길…등대 따라 이어지는 바닷가 마을 여행
: 공수마을~해동용궁사~서암마을~대변항~두호마을~등대투어
해동용궁사에서 바라본 풍경 일출암에서 바라본 해동용궁사
그저 조용히 겨울 바다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기장 등대길을 추천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며 풋풋한 부산의 바닷가 마을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가장 북쪽에 자리한 기장 대변항은 멸치와 다시다로 유명한 고장이다. 등대투어는 해동용궁사에서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기장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기장 등대길은 매주 토요일에는 스토리텔러인 이야기할배, 이야기할매와 함께 걸을 수 있다. 문의, 051-780-2171.
아쉽지만 공수마을은 통과하고 해동용궁사부터 찾아갔다. '용궁사'라는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바다와 가까운 사찰이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선 초입을 지나 배가 불룩 나온 포대화상을 지나면 오른편으로는 용궁사가 왼편으로는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이 이어진다. 동선상 용궁사부터 살피는 것이 낫다. 참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배가 유독 까만 이유다. 바닷물을 보며 불이문을 지나니 해동용궁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공민왕 때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처음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용궁사를 보고 나면 아까 갈림길로 돌아와 일출암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용궁사 풍광이 더욱 멋지다.
기장 등대길은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월드컵등대(왼쪽)와 젖병등대(오른쪽)
오른편에 시린 바다를 두고 걷기 시작하자 수산과학관과 가장 먼저 닿는다. 여유가 있다면 들러보시라. 다시 길 위에 오르자 바닷바람에 쫄깃하게 익어가는 오징어들이 겨울 바다를 찾은 이들을 반겨준다. 부산의 도심에서 벗어난 바닷가 마을은 언제봐도 풋풋하다. 어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다를 등지고 그물을 손질하고 작은 고깃배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대변항에 이르러야 조용한 바닷가가 조금씩 시끌벅적해진다. 대변항 맞은편 연화리 해물촌은 저렴하게 해산물과 전복죽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포장마차촌이 자리하고 있으니 기억해두자.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휴무, 현금만 가능하다. 애주가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 젖병을 닮아 이름 붙은 젖병등대가 보이면 본격적으로 등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월드컵등대와 천하대장군등대 등이 눈길을 끈다. 등대 그 자체보다 등대를 품은 조용한 바닷길이 길 위에 오른 이들의 시름을 덜어준다. 따뜻하게 완전무장만 한다면 머리 식히기 좋은 길이다.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구서IC→번영로(벡스코, 해운대 방면)→올림픽교차로에서 좌회전(송정, 부산울산고속도로 방면)→송점삼거리에서 우회전→해동용궁사
* 대중교통
부산역 앞에서 1003번 버스 승차→해운대 하차, 181번 승차→해동용궁사, 연화리 또는 대변항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