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여행기-
-언제:2013.02.08
-여행동선:남해대교->물건리방조림->독일마을->미국마을->가천다랭이마을
-나홀로여행
이유도 없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언제나 풍경처럼 가까이 다가와 속삭여주는 감성의 바다,
내 고향 남쪽, 이맘때쯤의 그 바다가 그리워
설 연휴를 맞아 중부 지방의 매서운 한파를 등뒤로 남겨두고
고향가는 길에 남해로 봄마중을 갔습니다.
남해에 도착하니 얼굴을 스치는 갯바람은 훈풍처럼 상쾌했고
봄내음이 묻어왔습니다.
아스라한 지평선으로 쪽빛 봄물이 흐르는 남해의 바다는 조금은 쓸쓸해보였지만
그 만큼 여운도 깊었습니다.
여행동선
남해 대교
물건리 방조어부림 앞 등대가
남지나해의 망망 대해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기지개를 켭니다.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는
해일이나 소금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조어부림이 있습니다.
팽나무,푸조나무,참느릅나무,보리수 나무등
300여년이나 된 고목 약 1만여 그루가 해안을 따라 약 1.5km나 늘어서있는데
1987년 전국을 초토화 시켰던 대형 태풍에도 이곳만은 피해가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물건리 마을은 산기슭에 마을이 있고,
마을 앞에 논이 있고, 논 앞에 숲이 있고,
숲 앞에 둥근 해안선을 따라 바닷물이 넘실거립니다.
저 해안림은 사계절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부릅니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농경지,마을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평화롭습니다.물건리 마을 끝으로 산자락에 독일 마을 마을이 있습니다.
물건리 해안림은 거센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防風林),
거친 파도에 의한 해일과 조수를 막는 방조림(防潮林),
숲이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어부림(魚付林)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이라 불립니다.
참으로 유익하고 소중한 숲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해는 지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메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연두빛 새순들이 기지개를 켜며
푸른 바다가 눈이 부시게 일렁입니다.
물건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핀 동백꽃이 새봄 빛으로 물차오릅니다.
1960~70년대 소위 보릿고개 시절,
경제 발전에 헌신한 독일 거주 한국인들의 모국 정착을 위해
조성된 마을로 현재 서른세동의 독일식 주택이 완공되어
독일 교포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독일 마을
독일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집들의 구조나 형태가 비슷 비슷했지만
수려한 주변 경관과의 어울림이 돋보였습니다.
독일 마을의 뮌헨하우스
독일 마을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입니다.
물건 어부방조림과 등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탁트인 경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마을을 떠나 1024번 도로를 따라 미국 마을 가는길
수곡 마을 시금치 밭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해 보였습니다.
설 차례상에 올릴 시금치를 정성스럽게 수확하고 계시는
농부의 등으로 봄볕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미국 마을 가기직전에 있는 화계마을입니다.
용소마을 앞 포구에도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바다엔 봄볕이 가득합니다.
미국 마을
미국풍으로 지어진 이 마을은 모국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재미교포들의 정착 마을로
현재 22가구가 지어져 있습니다.
미국 마을은 정남향으로 일조량이 풍부했으며
마을 앞으로 앵강만이 수려하게 펼쳐져 있어
남녘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명당터에 자리잡았습니다.
바다에 떠있는 섬은 '노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마을로 연결되는 남해 바래길 이정표가 설치된 월포 해수욕장
두곡~월포 해변의 몽돌로 부서지는 바닷물이 봄물이 되어
해안가 몽돌들 위로 부서집니다.
독일 마을과 미국 마을을 거쳐 남해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가천 다랭이 마을에 도착합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CNN선정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위를 차지한 곳입니다.
어려운 시절 푸른 바다를 접한 산비탈을 일군 좁고 긴 계단 형태의 논밭이
108계단으로 이루어져 남해 섬 특유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내려다 본 쪽빛 바다에는 봄내음이 가득하고
파릇 파릇 해풍에 한들거리는 마늘밭이 봄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봄이 멀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동차를 다랭이 마을에 주차한 후
다랭이 마을위 응봉산을 등산합니다.
응봉산으로 오르는 중턱에서 내려다 본 가천 다랭이 마을입니다.
다랭이 마을 너머 미조항 앞으로 올망 졸망 떠있는 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진은 손으로만 찍는것이 아니고 발과 마음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을
이곳 응봉산에 올라 새삼 깨우칩니다.
응봉산에서 바라본 미조 포구
물은 낮은 데로 흐르고
사람의 마음은 따뜻한 곳으로
고여듦을 알겠네. 미조포구
여기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새섬, 범섬, 매섬, 뱀섬....
그 올망졸망한 섬들과
바다를 떠돌던 고단한 배들
또한 제 집 들듯 찾아와
마음을 풀어놓고
밤이면 불빛 환하니
참 따뜻해라. 거기
미륵이 아직 머물러 계시더라.
미조포구 / 오인태
아무도 없는 텅빈 산에 나홀로 들어
삼각대를 세우고 셀프 타이머 샷으로 봄볕이 쏟아지는
푸른 남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겨우내 움추렸던 몸속으로 비타민D를 한껏 받아들이니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응봉산에서 본 설흘산
파아란 하늘을 가득담은 푸른 바다옆으로
가천 다랭이 마을과 미조포구의 올망 졸망한 섬들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응봉산에서 본 가천 다랭이 마을과 남해 미조항이 보이고
뒤로 남해 금산이 보입니다.
108 계단이라는 논밭들이 바다색과 어우러져 특유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
그 파동 서로 만나
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
무한 바깥 /정현종
봄볕이 쏟아지는 잔잔한 바다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바다건너 한려수도 여수가 지척입니다.
응봉산에서 바라보는 남쪽 바다는 쪽빛입니다.
바다 가운데 외롭게 떠 있는 섬은 조류보호 지역인 '세존도'입니다
응봉산에서 본 설흘산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저 배들이 교차할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계절과 계절이 교차하는데도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카메라 Canon EOS 600D / 렌즈 EFS 18-200mm /감도(ISO)L1.0/셔터스피드 1/125/조리개F8)
한 개의 선과 두개의 색상이
바다가 만드는 구도의 전부다
가장 큰 것이 가장 단순해서
바다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리가 다시 바다에서 만난다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축복이다
-홍성원 / 유언 문구
응봉산 하산중에 본 바다색
응봉산 하산길
물울타리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함민복,<섬> 전문
가천 다랭이 마을
남해 여행은 카메라 화각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찍는 풍경들마다 그 수려한 장면들을 앵글에 다 집어넣을 수 없를 때의
그 절망감이란!!
응봉산을 내려와 길 위에서 만나는 다랭이 마을은
크고 작은 108개의 논이 설흘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듯 등고선을 그리며 자리하고,
아기 자기한 논밭 사이로 집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이유는
어려운 시절 단 한평의 땅이라도 더 농사를 짓기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
남해는 어촌이지만 마늘 농사가 주를 이룹니다.
남해 마늘은 똑쏘지 않고 새콤한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맵고 사나운 겨울 바닷 바람에 시달렸을 마늘잎들이 따사로운 햇살에
생기를 되찾은 듯 한들거리고 밭에는 벌써 손길이 분주합니다.
다랭이 마을 동네 꼬마가 포즈를 취해줍니다.
다랭이 마을 아래 수려한 해안가를 따라 지겟길이 바래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느릿 느릿 걸으면 저절로 힐링되는 길이었습니다.
정자에 앉아 갯바람을 맞으며 바다색을 음미하다 보면
마음도 파랗게 물들것 같습니다.
찾는이가 적어 한적하기 그지없는 해변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나른한 봄 햇살에 찬 바다물이 맥이 풀렸는지 다랭이 밭의 봄동이
파릇 파릇 자라며 아우성입니다.
이 맘때의 겨울 배추는 씹으면 단물이 나옵니다.
다랭이 마늘 밭
설을 앞둔 한적한 다랭이 마을의 오후
따스한 봄볕아래 고양이 한마리가 낮잠을 잡니다.
다랭이 마을에서 올려다본 응봉산
방금 저곳에서 내려와 다시 올려다보니
다랭이 마을은 응봉산과 설흘산이 병풍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 복판을 차지한 갯바위가 인상적입니다.
낯선 이방인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경계하는 견공님^^
가천 다랭이 마을은 골목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호박 말랭이가 봄볕에 맛있게 마르고 있습니다.
다랭이 마을 골목길에서 내려다본 남해
다랭이 마을의 소박한 어가
오늘같은 볕좋은 날에는 저 빨랫줄에 이불을 말리면 좋았을텐데
유감스럽게도 이집 주인은 출타중이셨습니다.
무단 주거침입을 한것이 아니고 대문에 "쉬었다 가도 좋다"라는
문구를 써붙여 놓았습니다.
다랭이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펜션입니다.
이 사진만 보면 그리스 산토리니섬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다랭이 마을을 뒤로하고 남해대교 방면으로 가다보면
첫번째로 만나는 마을이 바로 이곳 향촌 마을입니다.
이곳도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교회가 있는 마을
남해군 남면 향촌리
향촌 마을이 지나면 나오는 몽돌 해변이 있는 선구 마을입니다.
황토색 밭들이 예쁜 마을로 사진 작가들의 촬영 장소로 인기 높은 곳입니다.
선구 마을 소경
역시 화각이 좁아 마을 전체를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선구 마을에서 본 향촌 마을
바다 건너 여수와 마주하고 있는 유구 마을입니다.
향촌 포구 일몰
앵강만의 조그만 포구에 저녁 불빛이 내려앉을 무렵
이곳에서 승용차로 40여분 거리인 고향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짧은 설 연휴였지만
역시 고향은 인간의 귀소본능과 안식의 본능을 충족시켜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회원님들
뒤 늦었지만 새 해 복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남해 여행의 한가지 팁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기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보다
약 1시간 정도 빠른 길이 최근에 개통되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실 경우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최근 여수 엑스포 개최로 개통된
전주~순천간 고속도로로 갈아 타시고 남해고속도로
하동IC를 이용하시면 시간을 약 1시간 정도 절약하실 수 있습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욕망의 지평에는 항상 잃어버린 대상이 있다
-자크 라캉
첫댓글 이쁜 마을에 다녀오셨군요.. ^^
봄마중 여행으로 남해의 예쁜 마을 위주로 테마 여행 좋더군요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봄마중을 제대로 하셨네요.글 읽는데 마음은 벌써 저만큼 남해를향해 달음질 하네요.ㅎㅎ 덕분에 봄마중도 하고 즐감 했습니다.
봄 여행지로 꼭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카카오스토리에도 댓글 주시공 이곳까지..ㅋㅋ 감사합니다.
새 해 계획하시는 모든 일들 모두 이루시고 가족 모든분들 건강과 행복이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귀향은 핑계였고 바다마중 가셨네여~~남해...참 조은 곳인데 아는 부산분들 소문에는 그곳 사람들이 아주 독종이라하데요~~풍경보면 헛소문이고 지역감정같습니다만! 저 아름다운 곳에서 사는 분들이 독종일리가요~~아마 생활력강한 성격을 소지역감정으로 그러는거 같습니다.속이 시원하고 부럽습니다.언제 지기님과 남해 창선도 종주 한번 하고싶은데 가능할지요????
좋은 제안입니다.3월말쯤 추진해보겠습니다.카페에 공지하지요..참석 회원님이 단한분도 안계시면 단둘이라도 꼭 같이갑시다.^^
남해는 제가 잘은 모르지만 기후가 온화하고 옛부터 물,불,바람에 의한 재앙이 없는 살기좋은 곳으로 멸치잡이와 마늘등 특산물도 풍부해서
풍족한 고장이 아닌가 싶은데 "독종"이라는 말은 저역시 의외입니다.아마도 섬이기 때문에 타지역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이 와전된것일 수도 있겠구요..
사장님 새해에는 두루 형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참 멋진 삶 입니다.
저도 한 때 많이 돌아다녔는데..
시간에 매이다 보니 이젠 다시 꿈으로...
기장님은 하늘을 누비시고 계시잖습니까^^ 새 해 복많이 받으시고 3월 정모에서도 재미나고 유익한 말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몇년전 저두 다 돌아보고 온 곳인데~~ 왜이리 새삼스럽죠?
카메라앵글안에 담기에 부족하고 너무 예쁜 풍경들이라서 눈으로만 보고왔었습니다.. 좀더 정리된듯한 봄맞이 여행 저두 즐겁게 보고갑니다^^
선한씨의 자유로움을 따를자가 없겠군요..부럽습니다^^
설 잘쇠셨죠.홀가분한 자유로움 뒤엔 처절한 솔로의 애환도 많습니다. ^^
3월쯤 남해여행 추진하려고 하는데 같이가요.
정말예쁜 풍경이네요
가끔 티비에서 보곤했지만 이렇케 사진으로보니 꼭 한번 가보고싶어지네요--^^
다가오는 봄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드립니다.^^
언젠가는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입니다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아랫녘 남해는 봄기운이 완연했는데 이곳은 '우수'가 지났는데도 아직 너무 춥군요^^
남해는 사계절 여행하기 좋은곳인것 같더군요.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좋은 여행 많이 하시길!!
봄이 오는 소리에 들리네요~~~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머지않았습니다.새 봄에는 좋은일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