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은성당 축성 50주년, 고민이 좀 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중 가장 꼴찌인 마을
최근 뉴스에서 대구 서구가 경제, 치안, 교육, 의료, 주거, 복지 전체 분야에서 전국 155개 시군구 중 꼴찌라고 나왔는데, 그 중 가장 열악한 마을이 이곳 평리동과 비산동입니다. 산업단지의 퇴락이 가장 큰 이유. 대구에서 가난을 떠올릴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고단한 삶은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뒤틀어댑니다. 얼마 전 손주들이 할머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을 들었을 겁니다. 바로 옆 마을입니다. 최근 아이들을 더많이 불러모아 성당에서 먹고 놀게하는 이유입니다.
복음과 선교가 가장 필요한 곳이 이러한 마을이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옛날 교회가 마을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잘하는곳이 많지만 교회 전체는 그 기능을 잃어버린것이 현실입니다. 사회 또한 교회에 기대하는게 전에 비해 별로 없는듯합니다. 물론 애은성당 또한 그 역할에 애써보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능력도 부족하구요. 이 마을에 뜻이 통하는 교회와 사회단체도 필요하고 젊은이들의 힘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 마을 곳곳에 붙어있는 재개발 현수막
기존에도 몇번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가 사그라졌답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을거라고는 합니다. 하지만 5년정도는 재개발 분위기로 흘러갈거고, 되던 안되던 그 시간동안 사람들은 마을에 애착을 잃어갑니다. 마을이 사라질수도 있는데, 누가 무엇을 더 하고싶냐는 겁니다. 재개발 과정이 늘 그렇듯... 애은성당이 재미난 무엇을 자꾸 더 하려는 것도, 재개발과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이곳 주민들과 행복하게 살자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행복하자고 아파트를 짓는데, 편리함은 얻지만 공동체는 깨지고 마을은 사라집니다. 알지도 못하고 말도 안하다 보면 사소한것으로도 다툼이 생깁니다. 아파트만 그런게 아니라 마을의 정서가 남아있는 이곳 또한 별반 큰 차이는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동네 사람들이 마을 주민으로서 자존감있게 살고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의 창구로서, 애은성당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수 있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애은성당의 선교 전통을 지켜나갈수 있기를
50년전 산업단지가 생기고 노동자 일꾼들이 사는곳에 애은성당을 세웠습니다. 열악한 마을이다보니 야학도 했고, 유치원도 했습니다. 청소년 쉼터도 했고, 노인들 야채반찬나눔도 했습니다. 가난을 주님이 주신 축복이라 여기며 삶과 신앙을 지켜낸 신부들과 교우들의 헌신이 있었던 곳입니다. 그 전통이 사라지면 성당의 의미도 사라지고 50년 후의 미래 또한 없습니다. 지금 애은성당이 이웃들을 위해 카페, 식당, 책방, 순례자의집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보통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이제 교회를 시대에 뒤떨어진 곳으로 여깁니다. 친구들에게 교회다닌다고 말하는걸 주저한답니다. 원시인들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 신앙이 깊은 부모들도 교회오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권유할 명분이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 스승인 예수님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참 사랑인 하느님에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외람되지만 그 빛인 주님을 조금이나마 닮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 마을이 당신의 진정한 빛의 마을입니다. 당신을 영광되게 하는데 이 마을이 너무 사랑스러운 이유입니다. 늘 침묵속에 기도드립니다.
성당 축성 50주년에 현수막과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다시 50년, 빛의 마을에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