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 후원을 위해 한수원에 보내는 편지
먼저 귀사의 숙원 사업이었던 방폐장 설치 문제가 해결된 것에 축하드립니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은 제각각 다를 수 있지만 다행히도 경주시는 거의 모든 시민들의 의지가 대형 시설물을 유치하고 그로 인한 도시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데에로 모아졌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한수원 본부까지 이 지역에 유치되었으니 바야흐로 경주는 신라 천년의 古都에다 더하여 한수원의 도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주의 동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는 그동안 오랜 세월을 거쳐 완전히 慶州化 되었으며 이제 이 지역의 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강한 희망에 따라 한수원 본부까지 이곳에 유치되었으니 그로 인하여 경주는 종래의 비발전적인 유적도시의 면면에서 완전히 벗어나 문화콘텐츠와 산업콘텐츠를 아우르는 동해남부지방의 거점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간 외지에서 발전소에 근무하기 위해 경주로 이주해온 많은 분들도 이제는 어엿한 경주 시민이 되어 늘 우리 이웃에서 함께 만나고 친한 친구가 되어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 것은, 어려움에 처한 경주고등학교의 야구부의 지원에 대한 부탁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일전에 월성원자력에서 장애우를 돕기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는 포항의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원자력에서도 지역민의 복지를 위하여 지역에 기여하고자하는 대외 지원 사업이 서서히 확장되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인 경주고의 야구부는 오랜 세월동안 이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 종목으로 육성되어져 왔으며 지금까지 프로야구를 위시해서 많은 선수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야구부의 운영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점차 악화되어져 왔습니다.
경주고등학교 야구부는 지금까지 동창회의 후원금으로 운영되어져 왔지만 최근에 그 후원금이 사라짐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습니다. 야구부 후원금의 부재로 감독 선임(감독 월급이 약 300만원 소요)을 하지 못하고, 소요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체육교사가 감독을 겸임(야구부 감독직 월급은 전혀 없음)하여 수업과 연계하고 있어 체계적 훈련이 이루어지지 못해 지역의 뜻있는 체육계 인사들은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훈련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자체 소속 코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교육청 소속의 순회코치가 코치를 이 일을 맡고 있습니다. 야구부의 한 해 소요 경비가 대체로 1억 5천만원에 이르지만 현재 본교는 교육청의 운동부 육성지원금 연간 2,500만원으로 꾸려나가고 있는 형편이라 이 턱없이 부족한 경비로 인하여 전지훈련은 커녕 연습 게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인하여 근래에 야구부 해체 의견까지 제기되었지만 모두가 지역 체육 교육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또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의 꿈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 교장선생님 이하 교직원 일동이 혼연일체가 되어 근근이 야구부를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으로 인해 지역의 우수한 선수들이 포항, 구미 등지로 전학 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 같이 학부모들이 그 부담을 왜 지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겠지만 경주시의 학부모들은 대부분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이어서 사실상 그 경비를 모두 다 책임지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경주고 야구부는 많은 우수선수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그 중에는 현 두산베어스의 코치로 있는 코리안시리즈 MVP 출신 김민호,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한 연간 10승대 투수 이태일,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정경훈, 저니맨으로 유명했던 최익성, 현대의 주전2루수 차화준, 올해 롯데에 2차 1순위로 지명된 청소년 국가대표와 국가대표였던 전준우, 작년에 삼성에 1차 지명된 투수 김효남 등 많은 선배들이 한국 야구계에서 맹활약했고 또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선수의 발굴과 육성은 지역 문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고 판단되기에, 우리 지역의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경주의 대표적인 이미지 기업이 될 한수원 같은 대형회사의 지원이 절실한 입장입니다.
참고로 인근의 타 지역의 고등학교 야구부의 현황을 살펴보면, 포항의 포항제철고의 경우는 포스코에서 지역의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감독, 코치의 임금 외 야구 장비 구입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연간 1억 8천만원을 지원하고, 스태프도 감독에다 코치도 투수코치, 수비코치까지 두고 있으며, 울산의 울산중, 울산신정고는 현대자동차에서 연간 1억 정도를 야구부에 지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형편 속에서 야구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경주고 야구부는, 경상북도 예선경기(전국 4개 대회 지역 예선)에서 악전고투하며 오랜 세월동안 줄곧 지역 예선을 통과하여 왔으며 지금까지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2회, 4강에도 여러 번 올랐습니다. 올해도 지역예선을 내리 통과했으며 지방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4강에 3회 진출하는 쾌거도 이루어내었습니다. 아마 약간의 지원이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한층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수원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연이은 확장과 방폐장 설치, 한수원 본부의 경주 이전 등으로 앞으로 경주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경상북도의 명문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경주고의 야구부에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오니 한수원의 지원을, 전 학교와 나아가 전 지역의 주민들의 의지를 함께 실어 부탁을 드립니다.
참조:[경주고 야구부에서 1년에 소요되는 최소 경비 내역]
배트 : 연습용 1자루 5만원 - 연간 250자루 이상 필요
시합용 1자루 8~10만원 - 연간 80자루 이상 필요
(현재 학생들이 어려운 사정에도 자비로 구입해 사용.)
공 : 1타 8만원 정도 - 연간 250~300타 정도 소요
유니폼 : 1벌 12만원 정도 - 연간 20벌(야구부원과 감독, 코치) 정도 필요
스파이크 : 1족 12~15만원 정도 - 연간 50족 정도
기타 장비(글러브, 포수 도구, 헬맷 등)에도 경비가 많이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