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장씨로 부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나는
그를 더욱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었다.
"오늘 저녁 사용한 화투 좀 봅시다"
"나는 모르오. 이 마을 사람이 화투를 사왔소"
"어디서 샀는데요?"
벌집 머리를 한 박만형이 고개를 쳐 들었다.
"아니 그럼 여기서 화투를 안 사왔단 말이야?"
"우리 가게에서는 한 통도 팔지 않았어요."
순간 가게 안이 심상치 않게 술렁 거렸다.
"누가 화투를 사왔는지 잡아오시오"
표선씨의 일행인 머리가 좀 벗겨진 뚱뚱한 남자가 지목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최태국으로 나중에 까지 나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당시 박표선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안 주머니에서 서너 통의 화투가 나왔다.
마을 청년들이 박표선과 최태국을 죽일 듯이 멱살을 잡아 끌었다.
"가게에서 산 거다.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면 될 것 아니냐?"
마을에서 내노라는 기술자들이 화투 짝을 들여다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찾지 못했다.
내가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화투를 잡아 들고 말했다.
"어제 밤부터 내가 당신과 한번 붙고 싶었소.
오늘, 마침 기회가 되었으니 여기서 간단히 한 판 합시다
당신이 가져온 화투니 거절할 까닭은 없을 거요"
금고에서 돈을 있는 대로 다 끄집어냈다.
그 날 판돈이 천 만 원이 넘었다고 했는데
어디론가 다 빼돌려 버리고 박표선의 주머니에서는
300만 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 술 취해서 더 이상은 못하오.
이 돈 놔두고 그냥 가겠소"
나와의 맞짱을 피하려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수작을 부렸다.
"박표선씨 나를 잘 보시오 !"
나는 화투 짝을 뒤로 덮은 후 한 장 씩 이름을 부르며
그것을 까서 박표선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다.
48장이 다 날아가도록 한 장도 틀리지 않고 다 맞추는 것을 보고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이 나를 처다 보았다.
박표선이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
"며칠 동안 우리 마을에서 가져간 돈 다 내 놓으시오.
그리고 다시는 우리 마을에 나타나지 마시오"
박표선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끌려 가게 밖으로 끌려갔다.
그 후부터 박표선은 우리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
훗날 내가 진도 읍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우연히 오가다가 길에서 마주치면 골목으로 몸을 피해 버렸다.
그와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는데
함께 다니던 머리 벗어진 쵀태국은 수년 후에
함평군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내가 어떻게 화투 짝을 덮어 놓고 48장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
그 점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첫댓글 ㅎ 진짜로 신기방기 하네요
청계님은 마음만 먹으면
판돈 다 딸수 있었네요
화투뒷면에 표가 나나봐요
큰 돈 앞에서도
한 번도 도박 판에 앉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대단한 사나이
어머머 세상에나
화투그림이 투과되어 보이던가요?
난생 처음 들어봐요.
마흔여덟장의 화투를 다 알아맞췄다는 말,..
두 말도 못하게
혼 구멍을 내 주었죠
신기한 기술이네요
뒤집어 놓고 어찌 다 알수가 있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