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의치한 185명 합격 ‘전국최강’ … 진로 다양화 주력 수학심화 명사특강 독서토론 … ‘인문학에 방점’
상산고는 2002학년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로 전환한 자사고 원년멤버로 매년 졸업생 약 350명 중 200명 가량을 SKY에 진학시키며 10년 넘게 정상권을 유지해온 전국명문이다. 올해는 특히 이목이 집중된다. 교육부의 광역단위 자사고 선발권 박탈의 움직임 때문이다. 교육부가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명목 아래 평준화지역의 광역단위 자사고들에 ‘성적과 관계없이 선지원 후추첨’이라는, 사실상 ‘상위 50% 이내’의 반토막 선발권마저 박탈하겠다는 자사고 개편안을 선보였다. 광역자사고들의 몰락이 우려되면서 상산고는 수도권 지원자들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7년 완성될 고교무상교육에서 제외되는 자사고들이 선발권마저 잃게 되면 ‘비싼 일반고’로 전락할 뿐이어서 교육계는 아수라장이다. 반면 자립형으로 출발한 상산고는 평준화지역의 자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선발권을 유지한다. 특히 과고와 영재학교에선 설립취지와는 맞지 않은 현실에서 의대진학의 꿈을 품은 이과계열 학생들에게는 특화된 수학프로그램과 실적으로 말하는 상산고는 선망의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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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이사장이 10만여평의 부지에 400억원 가량의 사재를 들여 설립운영해온 상산고는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쌓아왔다. 학교 이미지와 유형에 따라 의대진학의 꿈을 품은 신입생들이 대부분이지만 학교는 명사특강과 진로지도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의 시각을 틔우는 데 주력한다. 대한민국 100대 조경에 꼽히는 아름다운 조경은 학생들의 심신도 아름답게 키워준다./사진= 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
‘수학의 정석’이 만든 ‘진학의 정석’
[베리타스알파 = 김경숙 기자] 상산고는 수학교재의 바이블로 불리는 ‘수학의 정석’의 홍성대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설립운영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다. 명성에 걸맞은 수학교육프로그램으로 정상급 대입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의치한계열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2013학년엔 무려 185명이 의치한에 합격했을 정도. 뒤 이은 실적을 낸 휘문고가 69명의 합격자를 낸 것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다.
다만 학교는 이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 의대진학만을 위한 수학교육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현섭 상산고 교감은 “의전원 진학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수치를 내겠지만, 상산고는 의대진학에 반가워하지 않고 별도의 의대진학 준비를 해주지도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산고의 설립배경은 사회환원이다. 홍성대 이사장께서 ‘수학의 정석’으로 축적하신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로 고교를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의대진학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의대진학을 두고 최고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능력 있는 아이들일수록 순수학문 기초과학을 다루는 이공계로 진학해 가족 몇 명이 아니라 몇 천 몇 만 명을 먹여 살릴 능력이 충분한데 의대진학만으로 묶어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사장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185명 의치한 진학실적을 두고 언론에 크게 났지만, 이사장께선 ‘진학부가 진학지도를 잘못한 것’이라고 오히려 탓하셨다.”
사실 상산고는 의대진학을 염두에 두고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1학년의 90%가 의대진학의 꿈을 품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배경은 다름 아닌 학교유형 때문이다. 이과학생들이 의사의 꿈을 키워가기엔 과고나 영재학교는 맞지 않는다. 설립취지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인 상산고에는 의대진학 프로그램은 아니더라도 ‘정석’의 저자가 세운 학교라는 이미지와 함께 경쟁력인 ‘수학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임 교감은 “공부 좀 한다 하면 문과는 법대, 이과는 의대를 추앙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바람이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투영된 결과로 본다”며 “상산고에선 명사특강 등을 통해 의대 말고도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집중 너머 ‘다양한 프로그램’
상산고의 명사특강은 자사고 1기가 입학한 2003년부터 10여 년 간 100여 회 진행되고 있다. 수업시간을 지키는 데 엄격한 터라 특강은 토요일에만 진행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외에도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 등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이 학생들의 꿈을 새롭게 일군다.
수학프로그램은 명성에 걸맞다. 상산고에는 수학교사만 15명이다. 수업은 수리논술수업이라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수리과학논술특강은 인근 논술학원들이 간판을 내렸을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종훈 상산고 교감은 “교사가 떠먹여주는 공부는 시키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만 제시,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수리능력에 한정된 수학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로써의 수학을 강조하는 상산고는 1년에 한 번씩은 꼭 주관식 문제로만 이뤄진 수학경시대회를 열고, 2학년이면 고교 전 과정을 마칠 만큼 빠른 수업진도를 운영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개인차가 심한 수학의 성격상 1학년2학기부터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 하위권 반은 다시 두 반으로 나눠 학급인원을 줄인다. 교사가 직접 만든 보충교재에 힘이 더 실리며 신입생들에게 홍성대 이사장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수학의 정석’을 선물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교양의 함양에도 무게를 싣는다. ‘양서 읽기’가 대표적 프로그램. 1~2학년에게 일주일에 두 시간을 할애, 필독서 50권과 권장도서 50권을 읽힌다. 여러 형태의 독서토론, 그룹별 주제발표, 주제글쓰기 등 다양한 독서지도를 진행한다. 원어민 주도의 영어교육을 통해 생활영어구사능력도 배양하며, 음악 체육 등 예체능교육도 꼼꼼하게 이뤄진다.
자연과 숨쉬는 2만여 평 캠퍼스
2만여 평의 자연친화적 캠퍼스와 쾌적한 교육시설 역시 상산의 경쟁력이다. 500여 그루의 소나무와 각종 유실수, 화초가 어우러져 있고, 곳곳의 연못에는 비단잉어들이 헤엄친다. 공원을 연상케 하는 상산의 교정은 한국의 100대 조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본관 과학관 도서관 학생회관 복지회관 생활관 기숙사 멀티미디어강의동 체육관 등 여느 대학 캠퍼스 못지않은 교육시설도 갖추고 있다.
원하면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 여학생전용 기숙사가 마련되어 있으며 남학생 4인1실 또는 5인1실, 여학생 4인1실 생활이 기본으로 방마다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 침대 책상 사물함 등이 구비되어 있다.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타 학교 대비 자유로운 편이다. 한 달에 한 번의 귀가를 허락하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상산고 학생들은 매주 언제라도 원하면 귀가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용도 가능하다.
1단계 교과성적 결정적
상산고는 2014학년에도 전국단위로 남학생 256명, 여학생 128명으로 정원내 384명을 모집한다. 전북지역/태권도영역은 정원의 25% 내외로 전북출신과 태권도 4품 이상인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사회통합영역과 자기추천영역에선 여름방학 중 예비심사의뢰서를 제출한 학생에 한해 각 정원의 3% 내외를 선발한다. 자기추천영역은 4학급 이하의 소규모 중학교 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이색적이다. 영역별 정확한 모집인원은 지원상황을 고려해 입학전형위에서 결정한다.
내신은 매우 중요하다. 1단계를 거쳐 2단계 면접대상자(정원의 2배수)의 여부가 학생부로만 갈리기 때문이다. 손성호 상산고 입학관리부장(화학교사)이 “지역차이, 학교차이 관계 없이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교과외보다 교과성적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힐 정도다. 학생부는 교과 260점과 교과외(출석30+특별활동10+봉사활동10+행동발달10) 60점의 배점이다.
성적반영은 2학년 각 학기 25%, 3학년1학기 50%다. 국영수사과 석차평균백분율이 상위 30%를 벗어나면 불합격이며 과목별 배점은 수학이 60%로 가장 높고, 국어 영어 각 50%, 사회 과학 각 40%다. 예체능에선 체육을 감점요소로 반영한다.
2단계에선 1단계점수(320점)와 자기개발계획서(자개서), 교사추천서, 면접을 통한 자기주도학습평가점수(60점)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자개서는 점수화하진 않지만 면접질문을 추출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지원동기는 지난해부터 항목에서 사라졌고, 자기주도학습과정 및 어려움 극복과정, 인성영역 각 1000자, 도서 세 권의 활동영역 각 400자 이내로 작성한다.
추천서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체크란을 만들고 이유를 쓰게 한 데서 영향력이 보인다.
내면화에 주목 ‘중학생다워야’
상산고 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1.95대 1을 기록, 전년 1.68대 1에 비해 소폭 상승한 정도다. 1단계를 교과성적이 좌우하는 터라 통과가능성을 명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남학생은 194명 모집에 321명이 지원해 1.65대 1이었고, 여학생은 93명 모집에 242명이 지원, 2.60대 1로 남학생보다 치열했다.
지난해 합격생 내신은 남학생 상위 5%, 여학생 3% 이내가 많았다. 손 부장은 “올해 경쟁률이 높아진다 해도 이 정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신계산기에 의하면 지난해의 경우 260점 만점에 남학생 합격평균 252점, 여학생은 255점 근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합격컷은 남학생 244점, 여학생 250점 정도다.
불리한 내신을 면접에서 만회 가능하다는 측면보다, 면접에서 치명적이면 좋은 내신도 무력화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손 부장은 “작년에 교과 260점 만점에 257점이었던 학생도 떨어질 정도로 면접은 중요하다”며 “허위내용은 탈락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자개서를 쓰는 데 컨설팅은 의미 없다. 자개서는 평가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사실확인을 하는 근거이므로, 어떤 내용을 담는가가 중요하다. 독서의 경우,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과정을 쓰는 제 좋겠다. 면접관은 이해도를 우선 보고 내면화 행동화 단계로 진전시켜 평가한다. 어떤 책을 읽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게 평가하며, 면접 단계에서 학생이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고 내면화했는지를 평가한다.”
책의 선택도 중요한 셈. 손 부장은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한비야씨,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자개서에 대거 등장하는데, 좋은 책들이지만 계발서의 의미이고, 남들이 추천한 책이지 학생의 책은 아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며 바람직한 도서 선택의 예를 제시했다. “수업시간에 사회교과서에서 어떤 인물이 등장했을 때 그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서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그 인물이 쓴 책이 있어서 그 책을 읽었다든지, 국어교과서에 발췌된 책의 전문을 찾아 읽는 식이다. 이게 중학생 수준의 독서이지 않을까. 베스트셀러를 읽거나 ‘정의란 무엇인가’ 등 대학 수준의 책은 중학생에게 의미 없다.”
공격적인 면접 ‘솔직해야’
면접 공통질문은 없다. 손 부장에 의하면 질문은 “매우 공격적”이다. “첫 질문에 소위 ‘멘붕’이 와서 답을 못했다는 친구들도 있다. A라는 책을 읽었다 하면 ‘A에서 주장하는 게 있다면 뭘까’에서 시작해 ‘네 생각은 뭐니’ ‘책에서 읽은 것 말고, 네 생각은? 겨우 그거 하나 느끼고 감명 깊은 책이라 한 거니’ 식이다.” 면접은 자개서에 기재된 ‘자기주도’ ‘인성’ ‘독서’의 세 파트로 진행한다. 각 면접실엔 3인의 면접관이 배치, 학생당 9인의 면접관을 만나게 된다.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평가요소의 순위는 서류에 의한다. A~E의 5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면접은 한 방에서 7~10분, 1인당 총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손 부장은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워온 듯한 엉뚱한 내용으로 답변하거나 과장하는 경우”를 부정적 사례로, “자기주장이 뚜렷한 경우”를 긍정적 사례로 들었다. “질문과 동떨어진 엉뚱한 대답은 긴장했다기보다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라 판단된다. 긴장했다면 답을 잘 못하는 정도이지 엉뚱한 얘기는 안 한다. 서류를 보면 5 정도인 수준에 대해 말은 7~8이라고 과장해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받거나 외운 답안에서는 본인의 의지가 묻어나질 않는다. 살짝 흔들면 따라오질 못한다. 반면 자기주장이 뚜렷한 아이들은 답변 안에 확고한 본인의 의지가 있다.”
상산고 생활은 만만치 않다. 손 부장이 “전투적인 아이들이 살아남는다”고 말할 정도다. “대부분 전교등수 학생들이 오지만, 여기서 꼴등이 될 수도 있다. 자포자기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덤비는 아이들이 더 성장한다. 힘들겠지만 상산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교육환경과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밟는다면 사회에서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2014학년 원서는 온라인 및 우편제출은 10월7일부터 11일까지, 방문제출은 10일부터 11일 17시까지 접수한다. 1단계 통과자는 10월16일에 발표하며, 면접은 17일부터 19일에 실시, 최종합격자는 10월28일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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